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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작은 중국' 명동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1.25일 19:13
22일 낮 명동 입구, 쌀쌀한 거리가 화장품 가게 직원의 중국말 호객으로 소란하다. 가게 앞을 지나는 행인 얼추 절반이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다. 옆 노점에선 추위에 코끝이 빨개진 예닐곱 살 여자아이가 아빠 손 잡고 종알대며 계란빵을 먹는다. 귀를 기울이니 또 중국말이다. 거리 간판은 한자투성이다. '하나은행'은 '韓亞銀行'이고 화장품 할인 매장엔 '名品正品化粧品(명품정품화장품)' 깃발이 펄럭인다. 칼국숫집 메뉴엔 '刀切麵(도절면)'이라고 썼다.

▶명동이 번창한 건 일제강점기 메이지초(明治町)라는 이름 아래 일본 상인이 모여들면서다. 외환은행 본점 자리엔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었다. 광복 후엔 금융사가 밀집하고 국립극장 주변에 예술인이 몰리는 유행 일번지였다. '명동 백작'은 곧 서울 멋쟁이를 뜻했다. 어머니가 대폿집 은성을 했던 최불암은 "당시 명동엔 먹을 게 참 많았다"고 했다. 금강산 고려정 미성옥 한일관 장수갈비 따로집 우향…. 맛있는 음식점이 즐비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90년대부터다.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명동 대만 대사관 자리를 중국이 넘겨받았다.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사가 머물던 자리였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자 2000년대 중반 관광객 주류가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가겟세가 3.3㎡에 수천만원으로 치솟고 입맛 다른 중국인이 거리를 점령하자 전통 있는 음식점이 하나둘 떠났다. 남은 곳은 하동관과 명동칼국수쯤이다.

▶명동 음식점들이 관광객을 붙잡으려고 수십 가지 메뉴를 차린다는 기사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떡볶이집이 삼겹살을, 횟집이 떡볶이를 판다. 주메뉴 말고 두 가지 넘게 다른 음식을 내는 곳이 20%에 이른다. 그 음식이 맛있을 리 없다. 외국인에겐 바가지 씌우는 곳도 있단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제 명동에서 만난 중국 조선족 동포는 "너무 비싸고 맛없다. 노점 닭꼬치로 점심을 때웠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만든 도시 소개 그림책엔 금문교 다음 둘째 장에 차이나타운이 실려 있다. 가난한 중국인들이 살던 곳에 이름난 중식당과 퓨전 식당, 아기자기한 [removed][removed]골동품과 소품 가게가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중국 타운에 자기 색을 입혀 중국에도 없는 명물을 만들었다. 그런데 서울은 상징적 중심가를 이도 저도 아니게 어설픈 '중국 거리'로 망가뜨리고 있다. 어느 도시나 명소가 있고 그곳을 빛나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명동이 변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라도 방향과 중심을 뚜렷이 잡고 독특한 색깔을 가꿔야 한다.

김태근 논설위원 김도원 화백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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