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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4] 된장과 우리의 삶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6.04.05일 11:47
[정음문화칼럼4] 된장과 우리의 삶

◈ 권진홍

가끔 학생들에게 한국음식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불고기, 떡볶이, 김치 등을 꼽는다. 그뒤에 따르는것은 비빔밥, 김밥, 해물파전... 등등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사람들은 한국 드라마, 스타, 오락프로에 열광할뿐만아니라 우리 민족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허나 정작 제일로 꼽아야 할, 우리 민족의 음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된장은 생각하지 못한다. 아마도 된장찌개는 먹어봤지만 된장 실체는 불고기나 떡볶이처럼 젓가락으로 집어서 먹어보지 못하여 이미지각인이 되지 않은 탓이리라.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 민족 음식중에서 으뜸으로 꼽아야 할것은 뭐니뭐니해도 된장이라고 말해준다. 또한 내가 평소 먹는 음식중에서도 된장은 제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된장과 김치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유독 깊게 느끼고있다. 시장 볼 시간이 없어도 집에 김치와 된장만 있으면 걱정이 없다. 이 두가지를 조합한다든가 아니면 집에 있는 아무 음식에나 된장과 김치만 곁들이면 다 별미가 된다. 보신탕에도, 양고기료리에도, 족발에도 된장은 좋은 양념이 되고 소꼬리곰탕에도, 사골국에도 된장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조미료작용을 한다. 이처럼 된장은 마술사 같은 료리재료이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하나같이 좋아하는 된장, 이 된장에는 우리 민족의 삶을 대변하는 오덕(五德)이 있다.

첫째는 단심(丹心), 다른 음식과 섞여도 결코 자기 맛을 잃지 않는 덕을 말한다.

둘째는 항심(恒心),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는것이다. 오히려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셋째는 불심(佛心), 된장은 비린 맛과 기름기를 없애준다. 불가(佛家)에서 멀리하는것을 없애주기에 불심이라 한다.

넷째는 선심(善心), 된장은 매운 맛, 독한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맵고 독한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된장의 덕을 선심이라 한다.

다섯째는 화심(和心), 된장은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룰줄 안다. 어떤것과 어울려도 조화를 이루어낼줄 아는 덕을 화심이라 한다.

된장의 오덕을 보면서 우리 민족 자체가 “된장삶”을 살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중국으로 이주하여 온 우리 민족은 벌써 중국이라는 땅에서 150여년을 살아왔다. 이중에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생존을 위하여 건너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독립운동에 투신하여온 분들도 있고, 또 강제이민으로 끌려와서 정착한 사람들도 많다. 중국에 들어온 리유, 경로는 서로가 다르겠지만 중국에서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 다른 민족과 화합하면서 중화민족대가정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나는 이 과정을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드는 과정에다 비유해보고싶다. 한알한알의 콩알이 한 가마솥에서 삶아지고 그것이 다시 어우러져 한덩이한덩이의 메주로 되고 메주가 다시 장독에서 어우러져 맛있는 된장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우리는 된장의 화심(和心)처럼 다양한 문화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환경이 우월해진 지금, 우리의 원래의 공동체는 해체되고있다. 《례기》에 “만물은 ‘천’에 근본하고 인간은 조상에 근본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조상이 남겨준 우리의 언어, 우리의 관습, 우리의 례의, 우리의 문화를 점점 잊어가고있고 잊혀져가는것에도 무관심하다. 우리가 단심(丹心)을 잃어가면서 우리의 공동체가 완전히 와해되는것은 아닐가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있다.

된장은 숙성시키는 과정에 그속에 무엇을 넣어도 제 맛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첨가물들의 비리거나 매운 맛들은 선심으로, 불심으로 제거해주고 부드럽게 해주며 좋은 맛들은 품어서 맛을 한층 돋구어준다. 풋고추를 넣어도, 생선을 넣어도, 오이를 넣어도, 고기를 넣어도 된장은 그것들때문에 맛이 변하기는커녕 본연의 맛을 지키면서 오히려 더 아름다운 맛을 낸다. 이처럼 우리도 화합하여 살면서도 우리만의 특색(언어, 문화 등)을 살려가는 단심(丹心)이 필요하다.

된장의 항심(恒心)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는것이다. 오히려 세월이 더할수록 더욱 깊은 맛을 낸다(그래서 3년전부터 나는 해마다 된장을 조금씩 남겨 따로 건사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10년 후의 맛이 너무 궁금하다). 우리의 원래의 공동체가 해체되는데는 많은 리유가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것이라면 보다 더 우월한 물질적생활을 추구하는것을 꼽을수 있겠다. 더 풍요롭고 우월한 환경을 추구한것 그 자체는 나무랄것이 없다. 오히려 옛보금터에서 가난속에 웅크리고있지 않고 보다 과감하게 경쟁의 세계에 뛰여든것에 대해 갈채를 보내고싶다. 다만, 무한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리유로, 이겨야 한다는 핑계로 자신을 망각하고 자신을 잃어가고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것이 가슴아플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점은 완전해체의 위기에서 우리 스스로를 되찾으려는이들이 힘을 모으고있다는것이다.나다와지고 우리다와지는것이 더 경쟁력을 갖춘 사람으로 되는 길이라는것을 발견했던것일가…

된장맛을 결정하는것은 바로 메주이다. 메주를 띄우다보면 그 과정과 정도가 아주 중요한데 늘 좋은 향만 나는것은 아니다. 가끔은 악취같은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그래서 정성껏 손을 봐줘야 한다. 곰팡이가 피지 않을가봐, 또 곰팡이가 너무 많이 필가봐 항상 걱정이다. 오직 메주가 잘 뜨고 된장이 잘 숙성되여야만 고소한 된장맛을 낼 수 있다.

메주도 된장도 숙성과정이 필요하듯이 우리도 숙성과정이 필요하나보다. 알맞춤하게 잘 발효된 메주가 고소한 된장을 만들어내고 잘 숙성된 된장이 깊은 맛을 낼수 있듯이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잘 틀어놓은 우리도 정성껏 가꾸면 또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우는데서 저력을 발휘할수 있을것이라 믿는다.

된장의 단심, 항심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를 찾고 아끼는 민족, 된장의 화심(和心)으로 이 땅의 모든 사람, 모든 민족과 화합하고 어우러지는 민족, 된장의 선심(善心)으로 뽀족한 가시를 뽑고 날카로움을 부드러움으로 어루만져주는 민족, 된장의 불심(佛心)으로 비린 맛을 제거해주는 민족으로 거듭나는것, 이것이 된장이 우리의 삶에 주는 계시리라.

[권진홍 략력]

성명: 권진홍(权震红)

성별: 녀

출생년월: 1976.8

소속: 북경련합대학 관광학원

전공: 조선어학

학력: 연변대학 조문학부 문학 학사

연변대학 조문학부 문학 석사

연변대학 조선-한국학원 문학 박사

경력: 북경련합대학 관광학원 부교수 (2007.7 – 현재)

편집/기자: [ 최승호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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