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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 마세요,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세요 [스트레스 클리닉]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4.19일 08:26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Q. (또 무시당할까봐 신경 쓰이네요) 40대 초반 남성이고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뒤늦게 철이 들었는지 학생 때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 후회되어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한두 시간이라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어린이용 그림 동화나 읽기 쉬운 영어책부터 보고 있는데 좀 유치하다 싶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세 여성이 작지만 제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저거 유치원생용 아니야? 맞네!” 하면서 킥킥거리면서 지나갔습니다. 한순간이었지만, 너무 부끄러웠고 화가 났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았던 영어 공부에 대한 후회까지 밀려들고요. 이 일 이후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도 남을 의식하고 남들이 제가 읽는 책에 관심을 둘까 봐 무시당할 만한 책은 도서관에서 읽지 않고 빌려서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인데 왜 이렇게 내 마음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왜 남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유아 영어책 본다고 비웃음당한 40대 남성


A. (남 무시하는 건 우월감 느끼려는 것) 누군가를 비교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고 썩 좋은 일도 아니죠. 하지만 우리는 끊임 없이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며 살고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비교는 생존 본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살 아이도 형과 자신을 비교한다고 합니다. 부모의 사랑을 더 받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이죠.

비교는 경쟁심에서 시작됩니다. 비교하며 남을 무시할 때 그만큼 내가 우월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경쟁 우위에 선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죠. 특히 여러 명이 모여 한 명을 험담할 때는 험담하는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그만큼 자신들의 파워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무리 지어 험담하는 순간 ‘우리는 강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모임을 할 때 나오지 않은 사람의 뒷담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을 경험한 적 있을 겁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도 순식간에 달리는 수많은 악플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건전한 비판의 글도 있겠지만 남을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힘과 우월감을 느끼려는 것이 주된 동기인 경우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드러나지 않으니 심리적 부담이 없고 여러 사람과 힘을 합쳐 공격하니 내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죄책감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것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도 우리 욕망은 우월감을 느끼기를 원합니다. 그 때문에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 험담을 전혀 안 하고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남의 험담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자기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은 깊은 행복감에 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듯 지나치게 남을 많이 험담하는 것도 문제지만 남의 험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도 나를 피곤하게 합니다. 오늘 사연처럼 말이죠.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가 자존감 높여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누군가를 의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반응입니다. 타인이 내가 이야기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우리 모두에게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이 내재돼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감정이지만 몸으로도 표현됩니다. 얼굴도 빨개지고 심장이 뛰기도 하고 땀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부끄러움이 일으키는 신체 반응을 응용한 기계가 거짓말 탐지기입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거짓말을 할 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저 사람에게 들키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생기고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럴 때 여러 신체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것을 측정하는 것이 거짓말 탐지기입니다.

정밀한 거짓말 탐지기를 쓰지 않아도 이런 신체 반응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친구에게 ‘너 A 좋아하지’라고 갑자기 물을 때 그 친구가 얼굴이 빨개지며 큰 소리로 ‘아니야 절대 아니야’라고 답한다면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정상적인 것이지만 지나치면 개인에게 불편을 줍니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이 심할 때 찾아오는 것이 사회공포증입니다. 타인의 평가에 대해 너무 의식한 나머지 사람들 앞, 특히 잘 모르는 사람과 있으면 심한 부끄러움 반응이 옵니다. 과도한 부끄러움 반응은 매우 불편한 반응이기에 점점 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하는 행동이 이차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과도한 부끄러움 반응은 낮은 자존감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야 자존감이 다시 올라갈 수 있는데 과도한 부끄러움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니 자존감이 더 떨어지고 부끄러움도 더 커지는 악순환의 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부끄러움이 문제인 것이지 정상적인 부끄러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더 나아가 부끄러움이 사회에 유익을 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고 스스로에 대한 자아 성찰 능력이기에 오히려 부끄러움을 잘 느끼는 사람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사회에 유익한 행동을 많이 한다는 것이죠. 내 부끄러움에 대해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비교·경쟁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워져

과도한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려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비교나 경쟁 같은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인데, 비교나 경쟁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뿌리 깊은 본능인 경쟁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욕구이지만 너무 자유롭게 풀어 놓으면 오히려 내 삶을 위축시켜 버립니다.

『미움받을 용기』란 책이 많이 읽혔죠. 열등감 심리를 중요시한 정신분석가 아들러의 사상을 저자들이 나름대로 해석한 책입니다. 책 안에 ‘경쟁이나 승패를 의식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열등감이다. 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이 사람에게는 이겼어, 저 사람에게는 졌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경쟁에서 해방되면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해방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게 된다’란 내용이 있습니다. 과도한 부끄러움은 낮은 열등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교를 많이 하다 보면 남도 쉽게 무시하지만 나 자신의 자존감도 떨어트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여유가 단지 ‘머리로 경쟁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찾아오지 않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다르게 표현하면 모든 사람에게 다 사랑받지 않아도 되는 용기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미리 걱정하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서 과감히 내 진짜 모습을 남에게 열어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약점도 콤플렉스도요. 그래서 그것을 공감하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사람과는 잘 지내는 것입니다. ‘싫다’는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너무 고생하지 말자는 것이죠. 정서적 관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그럴듯하게 만든 내 모습에 호감을 주는 100명보다 용기 있게 내보인 내 진짜 모습에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1명이 내 자존감을 더 튼튼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올라가면 지나친 부끄러움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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