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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알프스, 서링산 선녀의 꽃밭에서

[온바오] | 발행시간: 2016.06.02일 22:33

베이징의 알프스, 西灵山에는 봄 꽃이 만개하다..

베이징의 알프스, 서링산(西灵山, 서령산)은 매주 다니던 산이고, 어디를 가더라도 머리 속에 맴도는 산이다. 그 산에 대한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계절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느냐에 따라서... 허나 가슴 속의 감정을 꺼집어내기에는 내 표현력이 역부족이다.

시인의 시를 빌어 대신해보자. 여기 산에 대해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김용택 시인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라고

너도 나처럼 흘러 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세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지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지만

너도 이렇게 꽃 피워 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어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 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 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시인은 같은 산을 다니고 있지만, 말없는 산, 구름, 야생화, 억새풀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야말로 부러운 사람이다.



2016년 5월 28일 토요일, 떠나는 봄날을 뒤로 한 채, 이제 갓 시작한 봄날의 과거를 찾아 시링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베이징산우회 회원 18명과 함께 아침 5시에 여장을 꾸리고 부스스한 눈망울을 갈무리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시링산은 중국 산서성, 하북성을 가르는 태행산맥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하북성 최고의 고산 소오대산 (2,850미터)을 중심으로 펼쳐진 2천 미터 이상의 고산 중 베이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링산(灵山) 계열의 한 자락이다. 링산은 동서남북에 위치한 동링산 (2,300미터), 북링산 (2,250미터), 남링산 (2,150미터), 서링산 (2,400미터)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산 지대로 11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4월까지 눈이 녹지 않은 설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여름에도 평균 온도 섭씨15도 에서 20도 전후로 선선하여 피서 겸으로 적격인 곳이다.



링산 최고의 볼거리는 5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넓고 광활한 구릉 위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금불취, 민들레, 상사화, 그리고 노랗고 하얗고 붉기도 하고 푸르기도 한 각양각색의 색깔의 의미를 실물로서 보여 주는 이름 모를 야생화 잔치라고 볼 수 있다.

드넓은 꽃밭에다 하늘에서 소쿠리로 이런 저런 꽃씨를 마구 뿌린 듯 하다. 과연 누가 꽃씨를 뿌렸을까? 아마도 링산의 선녀께서 오색 선녀복을 입고서 오색 구름을 타고, 오색 소쿠리에 담긴 꽃씨를 너울너울 춤추듯이 산 구석구석에 꽃씨를 뿌리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렇게 뿌려 피어난 야생화니 그 얼마나 생기 있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링산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9월초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펼쳐지는 파란 가을 하늘에 노랗게 물들인 자작나무 잎을 밟으며 걷는 즐거움이다. 링산의 가을은 짧다. 아름답고 새초롬한 가을 여인의 모습은 잠깐 보여주고 떠나야 아쉬워지는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느닷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링산의 눈발, 삭풍 한설의 매서움은 쉽게 넘볼 수 없는 명산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

오늘은 남링산(南灵山), 석청(石城), 서링산(西灵山) 코스를 택했다. 당초 산악회 운영진의 계획은 석청, 서링산으로 통하는 약 12킬로미터 정도였으나, 가는 고속도로 일부가 폐쇄되어 서링산 서파를 통해 남링산, 석청, 서링산을 통해 하산하는 16킬로미터 상당의 정통 코스를 택하게 되었다. 누가 말했던가? 인간지사 새옹지마라고...

결국 대안으로 선택한 정통 시링산 코스는 최고의 산행 선물이었다. 이번이 비록 3번째 산행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선물을 듬뿍 안겨 주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다고나 할까...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한 산행은 12시 반에 남링산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4개의 산봉우리를 넘고 나서 오후 6시 반경에 끝이 났다.



5월 말의 링산의 모습은 4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소오대산 정산에는 아직 잔설이 하얗게 빛나고 있으며, 산정상의 잔디는 아직도 누르스름하여 가을의 체취가 가득하고, 낮은 저지대에는 녹음이 무성하여 여름의 싱그러움이 분분하고, 산 중턱 저 넓은 구릉에는 이제야 피어나기 시작한 봄꽃의 잔치가 한창이다.

링산을 올라가다 보면 참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저 멀리서 바라본 링산의 최고봉은 너무도 가깝고 두리뭉실한 모습이 대차게 마음먹고 멀리뛰기라도 한번 하면 금방 닿을 것 같은 그곳이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다가서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차라리 바위가 어우러진 바위산은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긴장하고 몇 번 오르내리다 보면 정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무도 바위도 없고 잔디만 깔린 덩그런 노적가리 쌓아 놓은 민둥산 봉우리는 멀리서는 가까이 보이나, 가까이 가면 도대체 끝이 없다.

그래서 이런 산을 오르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마음을 겸손하게 가져야 한다. 웃는 얼굴의 호인에게 숨겨 져 있는 깊은 내공을 이해하고 존경해야 하듯이... 무얼 단숨에 정복하겠다는 무모함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용쓰지 말고 돌 틈의 시냇물 흘러 가듯이 고개를 들어 먼 곳의 경치, 발아래 숨어 있는 야생화, 풀벌레 소리 등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쉬엄쉬엄 올라가야 한다. 또 한가지 가능 하다면 남들과 조금 떨어져서 혼자 걸어가면 좋다. 고된 산행의 요체는 호흡 조절이다. 거칠게 몰아 쉬는 주변의 호흡은 자신의 패이스를 놓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지막, 산행 중 머리 속의 생각이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더라도 머리 속에 멋진 추억과 달콤한 이상을 그려 본다면, 아 벌써 정상이다.

시링산은 약 8시간 동안 5번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체력과 음식 조절 및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상당한 난코스다.

그런데 동행한 우리 대원 18명은 너무나 유연하다. 갓 피어난 봄 꽃에 취하고 갓 자란 곰취 나물을 채취하고 그리고 넓고 광활한 대자연의 기운을 맘껏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오후 6시 반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산행 뒤풀이는 시원한 맥주, 달콤한 수박 잔치, 그리고 한잔의 백주를 곁들여 마시고 7시 반에 베이징으로 길을 떠났다.

돌아오는 4시간 정도의 버스 속에서 각자 느끼는 행복의 요소는 무엇일까?

고단함보다는 적당한 육체적 고통 속에 찾아오는 나른함과 대자연의 품속에서 자신의 근본을 엿 본 자긍심이 아닐까?

누군가 설파한 아래의 글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자연의 풍경은 늘 아름다운데, 이는 자연의 사물이 순박한 본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나물과 들짐승도 이렇거든 하물며 사람인들 말해 무엇 하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연의 본성을 회복 할 수 있는가? '가득 차지 않은 것' 이야말로 본성으로 돌아가서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성취하는 것이다"

김점권님 작성

김점권의 逍遙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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