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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상부상조와 기부문화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6.07일 08:33
작성자:안성호

  (흑룡강신문=하얼빈) 오늘날 계(契)하면 흔히 한국에서 전하여온 자금의 호조관계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즉 친한 사람 여럿이 계를 만들어 다달이 일정 액수의 자금을 모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받음으로 하여 자금난을 해소하게 된다.사실 필자도 류학시절 한국인들이 계모임을 가지는것을 보고 처음 계를 알게 되였다. 한국에서 “전래”되여온 계는 이젠 조선족사회에도 익숙히 알려져있으며 상업이나 무역을 하는분들이 잘 활용하는 수단의 하나로 되였다. 계모임 회원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계는 자금난을 해소하고 서로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역할을 함으로 하여 이오(义乌) 등 지역에서 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조선족사회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있다.

  하지만 계는 조선족들에 의하여 한동안 잊혀진 존재였을뿐이다. 계는 1960년대까지 조선족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였으며 조선족마을공동체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었다. 계는 조선반도에서 오래동안 전하여온 애니미즘(신령숭배)를 기초로 하는 상호지원시스템으로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있는 단순한 서로간의 자금지원형식이 아니다. 마을주민들이 상호부조, 친목, 통합, 공동리익 등 부동한 수요에 따라 구성하는 민간협동체였다. 이주초기에 조선족사회에는 농무계 등 다양한 계조직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농업집단화와 더불어 농업영역에서 상부상조를 위한 계조직들이 사라지게 되고 상여계(丧舆契)만이 대표적인 계조직으로 남게 되였다.

  상여계는 조선족들의 중국 이주초기부터 1960년대까지 거의 모든 조선족마을들과 조선족들이 집거하는 도시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있었다. 상여계는 조선족전통사회에서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모아진 자생적생활문화조직으로서 주로 마을에 상사가 났을 때 상사에 필요한 경비와 로동력을 충당할 목적에서 조직되였다. 상여계는 마을과 상여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20~30가구 안팎으로 이루어지며 상사시 경비조달외에 도계원간의 방문, 애도의 의무도 가지고있으며 도감의 지휘하에 계원들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상여계는 특정된 장례를 위한 상부상조조직이지만 가풍을 다스리고, 문풍을 단정히 하고, 민족의 우량한 전통을 대대로 전승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집집마다 참여하고 마을에서 위망이 높은분이 도감을 맡으며 상여를 통한 마을주민들의 상부상조와 해마다 한번씩 모이는 계원들의 모임을 통하여 마을주민들의 응집력을 강화할수 있었다. 각지에서 이주하여온 조선족들은 마을의 상여계를 중심으로 단합되고 마을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수 있었다. 이로 인하여 조선족마을공동체의 형성과 유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상여계의 전통을 이어오고있는 곳으로는 장백조선족현과 이도백하진 내두산촌이있다. 장백조선족현의 경우, 현성에 비교적 큰 상여계가 있으며 산하의 마을들에도 각각 상여계가 있었으나 현재는 많이 위축되여있다.

  이도백하진 내두산촌의 경우, 매년 향도(상여계의 별칭)기념일에 총회를 조직하여 한해의 행사를 총화짓고 다음해 계획에 대하여 의논한다. 일년간 행사에서 계원들의 구체적의무 수행에 대한 장려와 징계처분이 이루어진다. 이날 마을사람들은 누구도 외출하여서는 안되며 외출하게 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한해는 촌장이 향토기념일에 공무로 이도백하진에 가게 되였지만 리유는 어떠했든지 외출한것은 사실이였기에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벌금을 내였다고 한다. 그만큼 상여계가 마을에서 권위성을 가지고있고 마을 성원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유지시키고 련대를 강화함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있음을 설명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내두산촌로인협회의 경우, 이 협회는 화투치기, 단체무, 마을청결 등 활동들을 조직하고있는바 마을공동체내에서의 두 조직의 위상을 엿볼수 있다.

  1960년대 이후 대부분 조선족사회에서 계라는 협동체가 사라졌지만 상부상조를 통한협력정신은 그대로 이어져내려왔다. 도시의 경우, 단위를 중심으로, 농촌의 경우, 농업집단화정책하에 생산대를 단위로 내부성원들의 상부상조의 전통이 이어져왔다. 가정에 대사가 있을 때마다 친한 지인을 중심으로 서로 음식마련, 행사진행, 장소대여등 도움가능한 일들을 서로 도와주었다. 또한 대사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생활용품 등을 부조함으로써 가난한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하였다.이는 공동체내부 성원들의 상부상조를 기초로 하는 문화형태였다.

  이는 공동체내부의 단결을 도모하는 중요한 형식이였다. 조선족사회는 조선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하여와 연고 없이 만주의 허허벌판을 개척하면서 중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였다. 도시에서 상업을 하더라도 같은 조선인들 사이의 도움이 없이 생존하기 어려웠다. 조선족마을들의 경우, 전근대적인 황무지개척과 농업생산에 있어서 품앗이 등을 포함한 상부상조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생존방식이였다. 같은 조선사람이라는 동질감이 서로를 의지하게 하고 상부상조하면서 낯선 이국타향에 자리를 붙이고 점차 생활터전을 영위하여나가게 되였다.

  글로벌 인구이동과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해체, 산업사회의 진입으로 말미암아 조선족사회도 커다란 사회변동을 가져오게 되였다. 과거 공동체내부 성원들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던 가정대사들이 서비스업, 상업 발전과 더불어 전문업체에서 대행하게 되였으며 마을성원들의 상부상조도 부조돈문화로 변하게 되였다. 끊이지 않는 모임에서의 부조문화는 새로운 이주지에서 혈연, 지연, 학연 등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련대감을 강화한다는데서 긍정적이지만 상부상조의 참뜻을 벗어난 지나친 부조문화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부조금액에 대한 비교, 여러가지 명목의 초청을 통한 부조는 결국 상부상조의 본의와는 거리가 먼 서로에게 부담이 되고있다.

  글로벌사회는 과거의 마을과 같은 공동체의 해체를 초래하였으며 개개인을 격렬한 사회경쟁에 직면하게 하고있다. 개개인이 이겨나가야 할 과제는 더욱더 과중하여지고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증 등도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있다. 이는 더욱더 상부상조정신을 요구하고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한 상부상조시스템의 구축을 요구하고있다. 오늘날 조선족사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있는 다양한 모임들을 친목과 함께 구성원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부상조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가 생각한다.

  다행히 조선족사회에서 상부상조를 위한 계모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있고 불우어린이, 불우이웃들에 대한 조선족사회의 모금과 기부가 진행되고있어 불행한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있다. 민족성을 기초로 하는 기부가 이루어지고 여러 협회들이 설립되여 조선족사회의 상부상조문화를 발전시키고있다. 조선족사회의 발전은 상부상조를 떠날수 없으며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상부상조정신을 부르고있다.

  [안성호 략력]

  성명: 안성호(安成浩)

  성별: 남

  출생년월: 1976

  소속: 절강대학 한국연구소

  전공: 역사학, 문화인류학, 지역문화연구, 조선족사회

  학력: 일본 고베대학 학술 박사

  하얼빈사범대학 력사학 학사

  경력: 현재 절강대학 한국연구소 전임강사

  주요 론저:저서로는《族群社会发展与变迁:朝鲜族社会调查研究》(2014,浙江大学出版社)、편저로는 《韩国研究》12辑, 13辑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中日韩海洋文化研究动向与展望》, 《문화적 자각을 통한 조선족문화의 변화양상》등 다수 론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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