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한민족 > 인물기업
  • 작게
  • 원본
  • 크게

정주영 회장에게 배워 자수성가한 고졸사원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8.24일 08:56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이 험난했던 인생 역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김상철 전문기자


전북 장수에서 농부의 5남매(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학비가 없어 중학교에도 못 갈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오수중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해 3년간 학비를 면제받았다. 공부에 대한 열의로 집에서 8km 떨어진 중학교를 걸어 다녔다. 빨리 취업하려고 전주공고(기계과)에 진학했다. 담임교사가 알선한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와 하숙비에 보탰다.

1970년 고졸 공채 1기로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포항제철소 터 조성 공사를 위한 영일만 준설선에 처음 배치됐다. 배에서 먹고 자며 낡고 침수돼 고장 난 엔진과 발전기 등을 수리했다. 이어 인천 저유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본사 기계부로 옮겼다.

공석인 부장 역할까지 하던 과장이 갑자기 현대조선소(현 현대중공업)로 발령 났다. 과장 대리로 정주영 회장과 정인영, 이명박 사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다녔다.

“눈앞의 이익보다 멀리 봐야 돼.”

정 회장이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일류대학 경영학석사(MBA) 과정보다 더 귀중한 경험을 하며 안목을 키웠다. 큰 행운이었다.

직속 임원이 배려해줘 야간 대학에 다녔다. 1979년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마친 뒤 사표를 냈다. 해외 건설 현장에 가면 봉급이 많았다. 현대그룹이 급성장하는 때여서 자동차, 조선 등 계열사로 옮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장생활로는 대물림되는 집안의 가난을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 계획 없이 용기를 낸 데는 소 판 돈을 갖고 집을 나와 쌀 배달부터 시작한 정 회장에게 받은 영향이 컸다. 길을 찾으면 자신에게도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족 생계가 급해 경기 안양에 뉴욕제과 분점을 내 아내에게 맡겼다.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고 돈이 모인다는 서울 남대문시장, 용산 청과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살폈다. 모두 새벽시장이라 적응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한동안 사업거리를 못 찾아 다시 취직할까 고민했다. 청계천에 공구를 사러 갔다가 현대건설 근무 때 공구를 납품하던 영업사원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독립해 공구 장사를 시작했다며 동업을 제안했다. 주위에서 동업은 오래 못 간다고 조언했다. 시장 특성을 몰라 혼자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각자 사업자 등록을 하는 대신 시장을 파악할 때까지 도와주면 이익 일부를 주기로 했다.

공구 판매를 위해 석원상사를 세웠다. 여러 공구상과 경쟁하려면 공구를 싸게 사는 게 관건이었다. 막 사업을 시작한 신출내기에겐 사실상 불가능해 초창기 1년을 힘겹게 보냈다.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공구는 외상 또는 어음으로 거래했다. 청계천 공구상가에 없던 일이 생기자 물건을 대주겠다는 사람이 몰렸다. 주요 건설사와 조선업체의 작업 계획을 미리 파악해 그에 맞는 공구를 준비했다. 필요한 공구가 다 있고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크게 늘었다.

공구상을 친척에게 넘기고 1983년 석원산업을 창업해 플랜트 공사에 나섰다.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64) 이야기다.

친정인 현대건설을 찾아 근황을 얘기했다. 옛 상사가 영광 원자력발전소 배관공사 일부를 맡겼다. 처음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 경험 있는 기술자를 영입했다. 현장에 나가 모든 시공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완공 후 데이터를 분석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줄이고 안전도를 높이는 비결을 찾아냈다.

현대건설이 턴키로 처음 수주한 이라크 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했다. 이를 위해 전문건설업체 1호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했다. 실적이 쌓이자 대림산업, 한국중공업 등이 일감을 줬다. 수많은 국내 원전과 화력발전소, 해외 플랜트 공사를 한 뒤 원전을 유지·보수하는 정비사업에 진출했다.


2004년 법정관리를 거쳐 매물로 나온 건설장비업체 수산중공업을 인수했다. 130여 개에 이르던 제품 수를 60여 개로 줄이고, 해외 시장 개척과 기술력 향상에 주력했다. 유압브레이커, 유압드릴, 트럭 크레인 등의 품질이 높아지자 3년 만에 매출이 2배로 늘었다.

위기도 있었다. 2008년 환율 변동 대비 상품 키코(KIKO) 탓에 2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2013년 70여 개국에 120억 원어치를 판 신제품에서 하자가 발견됐다. 고객과의 신뢰를 생각해 큰 손해를 보고 전량 리콜했다.

정 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5개 계열사를 둔 연매출 3000억 원대 중견그룹을 일궜다. 독일 히든챔피언처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지속 성장하는 일류 강소기업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74%
10대 0%
20대 7%
30대 40%
40대 17%
50대 5%
60대 2%
70대 2%
여성 26%
10대 0%
20대 5%
30대 17%
40대 0%
50대 5%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4월 29일, 기자가 중국철도할빈국그룹유한회사(이하 '할빈철도'로 략칭)에서 입수한데 따르면 '5.1' 련휴 철도 운수기한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합 8일이다. 할빈철도는 이사이 연 301만명의 려객을 수송하고 일평균 37만 6000명의 려객을 수송해 동기대비 3.2%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인민경찰 덕분에 빠르게 아이를 찾게 되였어요.”

“인민경찰 덕분에 빠르게 아이를 찾게 되였어요.”

5.1절 련휴기간 방방곡곡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연길이 관광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근무중인 교통경찰이 인파 속에서 어머니와 흩어진 아이를 도와 어머니를 되찾아준 감동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5월 2일 저녁 8시 10분경, 연변대학 왕훙벽 앞거리와

"용돈 아껴 동기 몰래 후원" 김소현,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 '훈훈'

"용돈 아껴 동기 몰래 후원" 김소현,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 '훈훈'

'주안이 엄마'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미담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유튜브 댓글을 캡처한 사진이 담겨 있었다. 해당 댓글은 자신을 김소현

"천사가 따로없네" 한지민·박보영·김고은, 어린이날 1억 5천 기부

"천사가 따로없네" 한지민·박보영·김고은, 어린이날 1억 5천 기부

어린이날을 맞이해 배우 한지민, 박보영, 김고은이 각 5천만원씩 총 1억 5천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 한지민과 박보영, 김고은의 기부 소식을 전했다. 한지민은 지난 2007년부터 JTS의 모금 캠페인에 직접 참여했었는데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