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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자연과 일상의 코드가 숨어있는 수묵화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9.12일 15:07
황혼호의 수필 '갈대'

독고혁

  (흑룡강신문=하얼빈) 누구에게나 고향의 산천은 추억의 보고(寶庫)요, 글감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향의 강가에서 ‘모람모람 무리를 이루어 생기발랄히 자라는’ 갈대가 작자의 심상을 다잡은 모양이다.

  황혼호의 수필 ‘갈대’에는 과거 지향적인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갈대숲에서 ‘어른들은 빨래를 하고’, 갈대숲은 ‘짜개바지 친구들의 락원’이다. ‘갈대숲에 몸을 담그니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것처럼 마음이 편하고’, 그 갈대숲은 ‘동년의 기억에 깊이깊이 새겨져’ 있다,

  작자의 필묵과 코드는 자연에 맞추어져 있다. 일상생활이 자연속에 있으며 자기성찰의 시간도 자연속에서 이루어진다.

  자연의 덕은 사방에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낼줄 모르거나 그것을 스스로 외면할뿐이다. 작자는 그것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부터 우리의 정신적 감각에 호소하고 사물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감상층의 내면에 공명과 성찰의 빛을 동시에 야기시킨다.

  작자의 필끝에서 갈대는 단지 ‘숙녀답게 담백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바람속에서 춤을 추는’ 운치만 보여주는 대상이 아니다. 이미지의 기원은 작자의 감각에 있지만 그것은 섬세한 필치아래 독자에게 지각되면서 그 경험을 복제하고자 욕망한다. 그 수묵화같은 이미지들을 자연속의 인간이라는 코드로 재현상하여 의미를 부여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자의 시선에서 갈대는 ‘해해년년 자기 가족을 번식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생명으로 자연에서 오는 각종 재난을 이겨낸다.’

  ‘넓고넓은 벌판에서 널리 뻗은 기세는 생존의 발랄한 생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구절에서는 자연과의 심미적 조화를 완전하게 실현시켜 나간다. 여기서 갈대를 물, 흙, 태양이 주는대로 받고 불만족을 말하지 않고 ‘자연의 혜택에 감사드리고 심중하고 참답게 보귀한 생명에 보답하며 자라는’ 덕스러운 존재로 칭송된다.

  그리고 작가의 인생관을 갈대의 덕성과 견인성에 비유하면서 자아성찰에 이르는 상징체로 표상한다. 갈대를 다원적인 시각에서 관조하며 바라보던 작가는 자신의 삶의 좌표를 갈대의 덕성에다 안치시키고 있다. 아울러 그 코드를 풀이하는 와중에 식물의 원형적인 이미지를 불러낸다. 그리고는 미구에 자연의 물상과 내면세계의 심상이 매치되는것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자연과의 소통의 회로를 만들어놓고 작가 내면의 자기 존재를 발견하고 토로하는것이다.

  ‘기실 한 사람은 바로 한그루의 갈대였다. 인간세상의 비바람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갈대이다. 자신을 굳게 지키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갈대로. 정직한 사람은 영원히 똑바로 서있는다.’ 고 화자는 연사(演士)처럼 토파한다.

  수필은 편폭이 짧고 결미도 문뜩 끊긴듯한 돌연한 감을 준다. 하지만 수묵화의 여백과도 같은 소슬한 여운이 묻어난다. ‘우람한 체구가 없고 막강한 권력도 없이 띠풀마냥 살지만’, ‘다른 꽃과 미모를 다투지 않고 오직 자신의 소박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자기 생명의 평범함을 분명하게 전하는’ 갈대의 자세가 바로 수묵화와도 같이 넓은 여백에 갈무리하고저 하는 작자의 전언이다. 작품은 이처럼 토착적인 서정을 자연풍의 묘사력과 비교적 섬세한 서술력으로 보여주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개인의 자성(自省)은 물론 자연과 상호주관적 관계를 유지하며 깨달음의 여백을 남긴다. 자연에 감정을 덧대여 리치와 의미를 도출해내는것이다. 삶의 욕망들이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는 현실사회에서 자연 내지 자아에 대한 관조를 통해 자연과 물아일체하려는 욕구를 시종 담담한 정서로 나타내면서 그 과정을 수필문학으로 승화 시키고 있다.

  작자는 무리없이, 부담감 없이 붓터치를 놀린다. 수필 전반이 현란하게 창의적이지 않고 보편화된 언어구성으로 짜여있어 읽기에도 부담없다. 다만 한장의 뛰여난 수묵화처럼 그 숨은 코드에 대한 은유적 해설이나, 표현의 여운과 함축이 더 승화되지 못한채 직설적으로 로출되고 마무리되여 명화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대체로 교과서적인 수필리론으로 무장된 큰 흠집을 찾아낼수 없는 정격(正格)수필이라 할수 있다.

  리모델링이 화려하지 않은 객실 바람벽에 부담없이 걸어놓은 모조(模造)명화를 보듯이 담백하게 그려낸 이야기에 과장되지 않은 수사법이 접목된 한폭의 수묵화 같은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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