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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번쯤 귀신이 되여보고싶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9.12일 15:07
(해림) 리주천

  (흑룡강신문=하얼빈) “세상에 귀신이라는게 있습니까?” 하는 물음에 사람들은 대개 로신의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처럼 어리둥절해서 “잘 모르겠는데요.” 혹은 “글쎄요”하고 애매한 소리를 할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행운스럽게도 일자무식이지만 귀신이야기 하나만은 뜨르르 들고꿰는 부모님들 덕분으로 동년시절부터 이 명제에 대해 익숙히 알고 또 함께 동행해왔다. 귀신은 어둠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소름끼치는 존재였다.

  70년대초 소학시절 우리 또래 몇은 Z네 집에 가서 귀신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그때는 전기가 귀하여서 어둠이 깃들면 집집마다 석유등을 밝히기가 일쑤였는데 Z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돋구느라고 석유등마저 꺼버리고 낮에 준비해놓은 원주형으로 둥그렇게 만 종이를 꺼내놓고 그 우에 종이를 펴고 숯가루를 펴놓은후 불을 단다. 그러면 희한하게도 숯가루가 불꽃이 되여 한점 두점 떨어지는 가운데서 Z의 입으로 귀신이 까나기 시작한다.

  “…바루 그때 머리를 확 풀어헤친 시터연(새하얀) 얼굴의 녀자귀신이 창문으루…”

  그러면 우리들은 졸지에 간이 콩알만해 져서 당장이라도 시꺼먼 집구석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녀자귀신이 불쑥 뛰쳐나와 덥석 덜미를 잡을것만 같아 오금이 오그라든채 저도모르게 귀신불앞으로 틈없이 밀착해갔다. 언제부터 마려운 오줌이 방정맞았다. 세상에 참기 어려운 일중의 하나가 바로 배설이다. 이건 정말로 의지와는 무관한 일. 하지만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이미 문옆에 붙어서있지 않는가! 어느 녀석이 나가면 얼씨구나 따라나가련만 야속하게도 바스락하고 미동하는 놈조차 없었다. 참고 또 참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울며겨자먹기로 컴컴한 봉당으로 내려가는데 “어딜가?”하고 흥분해서 웨치는 소리가 나의 뒤잔등을 섬뜩하게 했다. “…오줌…”하자 '귀신불' 주위는 삽시에 아수라장이 되였다. 자식들이 부나비가 불에 뛰여들듯 우그르르 봉당에 내려와 신을 찾아 신느라고 야단법석한것이다.

  내가 오줌을 채 누지도 못했을 때 자식들은 약삭바르게도 번개같이 배설해버리고는 들어가버리고 한놈만이 남았는데 그놈마저 바지를 추스리고있었다. 급해맞은 나는 과단성있게 오줌발을 끊어버리고 머리가 쭈뼛 일어선채 다시 '용감하게' 집안으로 뛰여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였다…

  나이 들면서 귀신은 우리와 멀어졌다. 허나 멀리는 가지 않았다. 주위에서 맴돈다는 자체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총각시절 내가 익숙했던 처녀애가 있었다. 후에 나는 그녀가 어느 음식점의 마담 아들과 련애한다는 소문을 들었고 또 얼마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후로 얼마만한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느 골목의 초라한 음식점에서 대충 요기를 하다가 채소그릇을 들고 저쪽상으로 가는 틀림없는 그녀를 분명 보았다. 나는 부랴부랴 결산하고 쫓기듯 나왔었다. 당시 확인을 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버린 까닭으로 반백을 넘긴 오늘까지도 나는 가끔 비몽사몽간에 그녀의 원망어린 눈길과 마주치게 된다. 한 인간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 살아가면 어느사이 스스로 귀신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귀신의 유무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기는 사랑하는 셋째형을 잃고나서부터다. 셋째형은 몇해전에 차사고로 사망하였다. 나는 형 셋중에서 셋째형을 제일 좋아하였다. 형은 마음이나 주머니가 헤픈 사람이였다. 그리하여 제노릇을 못한다는 딱지를 달고다녔지만 다른 형제들에게서 비락질하다싶이 해서는 이 동생에게 자랑스레 툭툭 털어주는 형이였다. 가정이 깨지고 자식이 실종되고 홀몸으로 떠돌면서도 이 동생에게 부담이 될가봐 우는소리 한마디 없던 형이였는데 사망을 약 반년 앞두고 어쩌다 용기를 내여 떨리는 목소리로 여유돈이 좀 있냐고 전화를 해왔다. 나는 정말로 딱한 사정으로 애매한 소리를 하였다. 그것이 우리형제의 마지막 '만남'이였다.

  형의 불쌍한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것이 옹이 되여 수시로 나를 괴롭혔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사닥다리는 없는가.

  형이 사망한후 나는 꿈에서 형을 세번 봤다. 이상하게도 번마다 형은 친구들과 서있다가도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야 친구들과 놀러가는 꿈이였다. 세번째로 그런 꿈을 꾸다가 깨여났을 때 나는 줄쳐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날이 갈수록 그 일은 사방으로 날이 선 송곳이 되여 나의 가슴을 휘저었다. 나는 형을 만나는 꿈을 꾸기를 고대하였지만 그런 꿈은 다시 오지 않았다. 나중엔 '지인'의 말대로 형의 사진을 베개밑에 깔고 자보기도 하고 종이돈도 태워보고…허사였다.

  형은 이제 부모형제와 자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어엿한 조상이 되였는가보다.

  '귀신이 곡할 노릇', '귀신도 모른다' 등 우리말 속담이나 관용어에서도 알수있다싶이 '귀신'은 초인간적존재로 비유된다. 언제인가 형의 사진을 들춰보면서 잠시라도 '귀신'이 되여 형과 소통해보았으면 하는 허망한 생각을 하게 되였다.

  지나간 안타까움과 유감 그리고 후회는 다시 치유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란 오직 어제의 일을 반복하지 않는것 그리고 환상에 젖는 일뿐이다. 나는 이제 지나간 어제로 하여 '귀신'이 되여볼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형이 달려드는 차의 위험을 감지 못했었듯 코앞에 닥친 위험을 감지못하는 사람들, 오늘만 알고 래일을 모르는 한치보기들, 위선의 본질을 가려내지 못하는 선량한 사람들…(겸사해서 불여의한 내 인생길의 수수께끼도 풀어보고)을 위해서는 정말 세상을 손금보듯 굽어보는 '귀신'이 되여 그에 알맞는 처방을 떼여주고싶다.

  하지만 손베개를 하고 누워 곰곰히 생각하노라면 그것마저도 모름지기 두려운 일이다. 분명 흰것을 보고 흰것이라고 말했는데도 “저런, 저런…”하고 모여들어 비웃어대는 반편풍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인 까닭이요 궤변에는 '귀신도 울고갈 사람들'앞에서 '어리둥절'한 꼴을 보이는것도 나에게는 무척 부끄러운 일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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