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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담긴 고서적이 풍기는 그윽한 문화서향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4.12일 09:26
1,000여권의 우리말 고서 수집한 리종철선생의 책이야기



고서 수집이 취미인 리종철선생

연변의 동불사중학교에서 조선어문교원 사업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리종철선생(72세)은 추억이 담긴 옛날 고서들을 수집하는 문화적인 취미가 있다.

일전, 퇴직후 연길시에서 만년을 보내고 있는 리종철선생 댁으로 가서 그가 다년간 수집해왔다는 옛날 고서들을 만나보았다. 해방후 연변에서 가장 처음 출판됐다는 원창작 장편소설인 1954년판 김학철의 《해란강아 말하라》1,2,3부는 물론, 김학철의《새집 드는 날》,《번영》,《고민》등 소설집들과 김철시인의《변강의 마음》,《동풍만리》, 채택룡시인의 동시집 《나팔꽃》, 리근전의 장편소설《호랑이》, 김동구의 소설집《꽃쌈지》등 보기 드문 조선족 원로 작가들의 개인작품집들은 물론 《세전이벌》,《봉숭아》등 50-60년대 연변에서 출판된 각종 소설집, 오체르크집 등 다양한 희귀고서들이 가득 쏟아져나왔다. 대부분 책들은 현재 시중에서 찾아보기 극히 힘든 희귀본들이였다.



리종철선생이 수집한 50-60년대 연변에서 출판된 각종 소설집, 오체르크집 등 다양한 희귀고서들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특히 우리의 옛추억과 정서가 깃든 소중한 고서들을 외면하고 있는 시점에서 리종철선생이 다년간 이처럼 많은 고서들을 모으고 장서한 원인이 궁금했다. 이에 리종철선생은 어린 시절 읽어보았던 그 때 그 시절 책들을 만나면 익숙한 표지그림만 보아도 추억이 향수처럼 따뜻이 떠오르고 귀중한 보물이나 얻은 듯 마음이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리종철선생은 어린 시절을 조선족 산재지역인 길림성 전고르로스현의 선풍촌이라는 데서 살았다. 그의 아버지 세대가 지난 세기 50년대초 살길을 찾아 안착한 곳이 바로 몽골족자치현이였던 전고르로스현이였고 거기에서는 우리말로 된 책과 영화를 보기 힘들었다.

“연변에 가면 우리글로 된 책들을 마음대로 사볼 수 있고 우리 말로 해설하는 영화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들었지요. 그래서 어릴 적 제 간절한 꿈은 연변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것이였습니다.”

소학교를 다닐 무렵이였던 지난 세기 50년대말, 리종철선생은 전고르로스현에 있는 현성서점에 가기를 즐겼다. 살고 있는 선풍촌과 현성은 15리 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서점에 가면 몽골문과 조선문으로 된 도서들을 파는 코너가 따로 나뉘여져 있었다. 그러나 산재지역이다 보니 팔고 있는 책들은 항상 수량도 적었고 종류도 제한되여 있었다. 한창 구지욕이 불타던 동년시절이였는데 재미있는 어린이 독물이 적었던 것이 항상 아쉬웠고 우리글로 된 책을 출판하는 ‘연변’이라는 곳이 어린 마음에도 늘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곳으로 무언중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책읽기를 즐기고 또 푼돈이라도 생기면 책부터 사는 습관 때문에 적지 않은 조선말 책들을 모았다. 작은 책궤 하나가 가득 넘치도록 수집했는데 리종철선생에게는 그 작은 책궤가 ‘보물1호’였다.

당시 700페지가 넘는 매우 두툼한 장편소설인 《림해설원》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와 밤낮이 따로 없이 탐독해 단 사흘 동안에 다 읽을 정도로 독서에 푹 빠져있기 좋아했다고 리종철선생은 어린시절을 추억했다. 책과 영화가 당시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정신 문화 생활의 전부였던 시절이였기에 책과 영화에 깊이 빠져들 만도 했다.

그런데 리종철선생이 1973년도에 군에 입대했다가 1980년초에 제대해 집에 돌아와보니 ‘보물1호’가 텅 비여있었다. 그가 없는 동안 집식구들이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한권 두권 빌려주면서 모두 잃어버렸던 것이다.

리종철선생이 자신의 어린시절 소원대로 연변에 와서 살게 된 것은 지난 1995년도의 일이다. 전고르로스현에서 제대후 민영교원으로 사업하다가 연변사범학교 공부까지 하면서 이악스레 노력한 결과 정식교원으로 되였고 룡정시 동불중학교 조선어문교원 사업을 맡아하게 된 것이였다. 그는 동불중학교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줄곧 조선어문교원 사업에 종사하였다. 그만큼 그는 우리글과 우리말을 사랑했고 우리 글로 된 책들을 사랑했다. 어린시절 소원대로 연변에 와서 살게 되니 자연히 우리글로 된 책들을 많이 사고 또 읽게 되였다.

리종철선생이 연변에 와서 생활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은 연길의 도시 파가이주 붐이 일기 시작한 때여서 중고책들을 파는 서점과 로점상들도 매우 많을 때였다.

“연길시제3백화상점이 있던 하남시장 부근 길거리에는 낡은 책을 파는 책장수들이 매우 많았지요.” 그는 틈만 나면 책들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당시는 연길시의 골목골목들에도 중고책들을 파는 작은 서점들이 많았는데 그는 서점들을 누비고 다니면서 추억이 담긴 책들을 적잖게 사 모았다. 어릴 때 추억이 깃든 책들을 찾아헤매다가 문뜩 왜 이제야 왔냐는 듯, 오래동안 기다렸다는 듯 맞아주는 추억의 책들을 만나게 되면 그립던 고향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기뻤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한권, 두권 모은 책들이 지금은 근 1,000권이 넘는다.

지금도 리종철선생은 주말이거나 장날이면 연길시의 낡은 책가게나 장터에 나가 책을 찾아 헤맨다. 다년간 굳어진 습관이 된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공부자중고책사이트(孔夫子旧书网) 등에 접속해보면 의외로 괜찮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제한된 로임으로 지속적인 도서 구입을 하자면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리종철선생은 술담배에 전혀 흥취가 없고 대신 책을 좋아하는 좋은 취미에 빠져 있으니 가족들도 그의 취미생활을 존중해준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말 책이 희소한 곳에서 살면서 더 많은 책을 보기 위해 우리말 책들을 찾아헤맸는데 지금은 날이 감에 따라 점점 사라지고 적어지는 우리말 고서적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때문에 낡은 책들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리종철선생은 과거의 우리글로 된 고서적들은 현재 희소성도 그 원인이 있지만 고서적들에 잠재되여있는 민족적인 특성 때문에 더욱 좋아하고 집착하게 된다고 터놓았다. 고서에서 느껴보는 지난온 세월의 흔적과 년륜, 문화적인 운치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50~60년대에 만들어진 책들은 책들의 표지설계나 삽화, 내용 등이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그때문에 친근감이 있고 진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리종철선생은 지금도 옛날 책들을 펼쳐들면 항상 새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서와장서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책을 수장해보고 아끼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가치와 매력을 잘 모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오래된 책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깊이가 있고 잘 익은 탁주처럼 향긋하고 깊은 문화적인 서향이 사람의 진실한 문화적 소양을 함양해줄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리종철선생은 자신이 다년간 수집해둔 추억의 책들로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의 전승과 발전에 필요한 문화적인 향수를 얻을 수 있도록 고서 전시회도 가질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또한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우리말 고서적에 대한 집착과 사랑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리유라고 리종철선생은 말했다.

/길림신문 안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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