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몽골항공과 짜고 아시아나 진입 막아 독점 유지”
정부간 협상 방해하려 영향력…대한항공 “담합 없었다”
몽골이 여름철 휴가 여행지로 뜬 지 오래지만, 늘 항공권은 너무 비싼데다 구하기조차 무척 어렵다. 주 6회의 희소한 운항횟수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독점적 사업자인 대한항공과 미아트 몽골항공이 짬짜미를 해 아시아나항공 등 경쟁사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진입하지 못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그동안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을 운항해온 대한항공과 미아트 몽골항공이 서로 짜고, 항공 편수를 늘리려는 한국과 몽골 항공당국의 협상을 결렬시키는 데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대한항공과 미아트 몽골항공은 1991년 한-몽 항공협정 시행 이후 현재까지 한국과 몽골을 잇는 유일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독차지했다. 직항노선의 경우,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100%다. 국토해양부는 몽골과 항공회담을 열어 정기편 운항횟수를 늘리려고 시도했지만, 몽골 정부의 반대로 2005년 이후 주 6회 운항 상태가 유지됐다. 현행 법령에 따라 주 6회 이상으로 늘 경우, 초과분은 아시아나항공 등 경쟁사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게 돼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항공과 미아트 몽골항공은 함께 몽골 항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몽골 정부의 반대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이 늘어나지 못하게 해왔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공문 발송이나 정책 건의 등 정상적인 의견 피력 수준을 넘어, 양국 항공회담 담당 몽골 쪽 관계자 등에게 각종 편의까지 제공해왔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등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목적으로 항공 편수 증대를 논의하는 한국-몽골 항공당국 간 협상을 결렬시키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몽골 노선은 탑승률과 노선 이익률이 다른 노선에 견줘 상당히 높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제선 전 노선의 월평균 최고 탑승률은 84%인 데 비해, 몽골 노선은 94%로 훨씬 높았다. 또한 대한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이익률은 2005~2010년 20%대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전 노선의 평균 이익률은 -9~3% 수준이었다. 몽골 노선 항공권 편도 가격도 30만원대 초반으로, 비슷한 거리의 홍콩, 선전, 광저우 노선의 20만원대 초중반대보다 비쌌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조사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이날 ‘공정위 결정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어 “몽골항공과 부당한 방법으로 담합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쟁사 신규 진입 문제는 한국-몽골 정부 간 합의로 결정되며, 양국 정부 사이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정부 협상이 항공사에 의해 좌지우지돼 무산된 것으로 본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정위가 각종 통계자료를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부분 인용했다”며 “연평균 몽골 노선 탑승률은 70% 안팎으로 다른 노선과 비슷한 수준이고, 비슷한 거리의 노선에 비해 항공료가 비싼 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겨례 김진철 이정훈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