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의 간판 최경주(42·SK텔레콤)가 한국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골프 매너’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최경주는 지난 주말 미국 앨라배마주 어번의 무어스 밀(Moor’s Mill) 골프클럽에서 열린 자선 골프 이벤트에서 한국인 갤러리들 앞에서 스윙 시범을 보인 뒤 부탁의 말을 꺼냈다. 이 장면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지역의 인터넷 매체인 ‘뉴스앤드포스트’를 통해 보도 영상으로 올라왔다.
영상에서 최경주는 “한국 분들이 골프장에서의 에티켓이 많이 부족하다”며 “벙커샷을 친 뒤 모래 정리를 잘 안하고 디벗(스윙으로 잔디가 패인 곳)도 만들어놓고 가버리고 그린에 올라가면 자기가 친 공 자국도 정리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골프장 에티켓을 ‘먼지’에 비유했다. “그날 그날 보이는 먼지지만, 이게 쌓이면 떡이 된다.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것이 1년, 2년은 괜찮지만 5년, 10년이 가면 ‘한국 사람은 저래’라는 식이 돼 버리는데 이것이 위험한 것”이라면서 “결국 그런 것들은 우리 후배들한테 떠넘겨줘야 하는 안 좋은 모습일 수 있다”며 거듭 에티켓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골프 대중화가 중산층까지 확산된 한국은 두 말할 나위가 없지만, 골프가 생활의 일부분인 미국 동포사회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골프장에서 제대로 에티켓을 지키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조지아주의 한 한국인 티칭프로는 “한국 사람들은 미국인들 앞에서는 매너를 잘 지키는데 같은 한국 사람 조가 뒤에 따라오거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늑장 플레이를 한다”며 “레슨 때 매번 강조하지만 못된 습성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의 한 업주도 “현지 골프장의 최대 고객이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에 1년짜리 연수를 온 법조인과 고위 공무원, 의사, 기업인 부부들”이라며 “모두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인데 매너가 너무 없어 현지인의 컴플레인(고객 불만)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