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의 군사경영-70] 의외로 폭식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많다. 밤늦게 먹고 후회하고 참다 참다 식욕이 폭발해서 요요현상으로 고통 받는 직장동료를 나는 많이 봤다.
'폭식'은 습관적·충동적으로 많이 먹는 것이다. 신경성 폭식장애, 즉 심리적 요인에 의한 병증이 많이 먹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일수도 있고, 광의의 섭식 장애, 즉 불특정 원인에 의해 먹는 양, 횟수, 속도가 일상의 수준을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폭식이 이상 행동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정상인도 가끔 폭식을 한다. 의학에서 병증으로 분류되는 폭식증의 정의는 명확하다. 1) 비슷한 상황과 시간에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많이 먹고, 2) 먹는 동안 통제 불능이나 상실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폭식 원인 영예의 1위는 무엇일까? 바로 다이어트다. 신경증 폭식 연구의 결과들은 무리한 절식, 계획성 없는 다이어트가 폭식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다이어트 실패에서 오는 상실감을 그동안 참아왔던 식욕을 채움으로써 보충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개인일수록 다이어트 실패, 폭식, 비만, 정서적 질환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그러나 폭식장애 환자들 모두가 다이어트의 경험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 원인이나 시작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인 공통점 하나를 들자면 '부정적 사건 및 정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특정한 질병을 완치할 수는 없는' 만병통치약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인 중 부정적 사건 및 정서를 경험하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폭식장애가 심각한 그룹, 다이어트와 비만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폭식을 거듭하는 신경성 폭식증 환자들의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특정한 경험의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했다.
1) 자존감 낮은 개인이 극복하기 힘든 정서적 경험을 하고
2) 이를 해결할 수단이나 통로를 따로 갖지 못해 가장 쉬운 방법인 '많이 먹는 것'으로 해소하고자 해서
3) 폭식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살이 찌게 되었을 때
4) 다시 그로 인해 부정적 정서(우울, 수치감)를 경험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5) 다이어트에 실패해 상실감에서 폭식을 반복한다.
이 정도면 정말 비극이다. 그렇다면 이미 병증이 되어버린 혹은 심각한 증상이 되기 직전의 폭식에서 나를 해방시키기 위해 식욕하기 위한 지침, 폭식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라. '병원에 가라'는 조언, '밥 세 끼 챙겨 먹고 물 많이 드시고 유산소운동 하세요'라는 의사의 진단은 오래된 농담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누가 그걸 모르나?" 하지만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는 바로 그것을 실천하지 않아서 병을 키우며 고칠 수 있는 증세를 평생 달고 산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신체 계측, 섭식 점검을 받고 해야 할 일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폭식을 컨트롤하는 첫 번째 단계다.
둘째, 폭식일지를 쓴다. 폭식 습관이 굳어져서 저녁만 되면 머릿속에 온통 먹을 것만 생각나는 사람, 참다 참다 몰아 먹으면서 내일부터는 먹지 말아야지 해놓고 매일매일 먹는 사람에게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다. 폭식의 상황, 단서, 양상, 그 결과(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기록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때에 자신이 폭식을 하는지, 폭식을 하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 부정적 정서가 악화되는지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셋째, 폭식과 관련하여 자신의 머릿속에 자주 드는 생각, 떨쳐버릴 수 없는 사건이나 개념을 분석해 본다. 이를 테면 '나는 살을 빼서 언젠가 44사이즈를 입고 동남아 여행을 갈거야'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 왜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는지, 동남아 여행에 꼭 44사이즈를 입고 가야 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혹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등 다양할수록 좋다. 또는 '저녁 6시 이후에는 물도 마시면 안 돼'라는 개념에 대해서 자신이 그런 기준을 과연 철저히 지켜왔는지,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진짜 자신에게 효과가 있을 것인지 분석해보는 것도 좋다. 세워놓은 기준을 지킨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면 그 기준은 차라리 삭제하는 것이 낫다. 스트레스만 가중될 테니 말이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