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하노이∼인천행 여객기서 만취 상태로 난동을 부린 임모씨(뉴스1DB)/News1
기내 난동 미숙대처 항공사에 과징금 2억원 추진에 업계 '반발'
국토부 "시행령으로 불합리한 과징금 예방", 난동자 처벌강화도 추진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정부가 기내난동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항공사에게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업체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처의 범위가 모호한데다 기내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은 쏙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기내난동 진압시 피의자가 항공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적반하장 소송을 방어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기내난동에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항공사에게 과징금 최대 2억원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중대한 불법행위를 폭행, 폭언, 협박, 음주난동, 흡연 등으로 구체화하긴 했지만 기내난동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자칫 항공사에게 과징금만 물리는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기내난동 처벌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인 현행법 아래서는 하노이발 인천행 여객기서 만취 상태로 승무원을 폭행한 임모씨 같은 승객의 폭력을 근절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2014년 미국 애틀랜타발 한국행 비행기에서 부부싸움을 벌이고 승무원 폭행과 기물을 파손한 내국인 부부는 최근 집행유예 2년 처분(징역 8개월)을 받는데 그쳤다.
현행 항공보안법은 기내에서 음주·약물 복용 뒤 타인을 위해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 항공기 운항에 위협을 주는 폭행은 5년 이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훨씬 낮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00건 정도의 기내난동 행위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벌금 100만원 이내의 처분만을 받았다.
부산발 괌행 항공기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한국인 치과의사에게 미국 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기내 폭행·협박·업무 방해 등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을 선고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난동을 제압한 뒤 경찰에 신변을 인도해도 처벌수위가 워낙 낮다보니 기내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땜질식 처방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처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기내에서 발생하는 업무방해 행위가 다양한데 항공사에게만 강경 대응을 주문하면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테이저건이나 포박줄 진압이 이뤄질 경우 난동승객이 항공보안법 처벌과 별개로 항공사에 과잉진압을 주장하며 적반하장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내난동을 테러행위에 준하는 범죄로 보고 진압과정서 발생한 피해구제를 당사자가 제기할 수 없도록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기내난동에 대한 근본대책 없이 항공사에 대한 벌칙조항만 강화하는 일은 강도 피해자에게 벌금을 내라는 것과 같다"며 "항공사가 기내난동을 적극 진압하길 원한다면 이를 위한 환경부터 먼저 조성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항공보안법 개정 이후 시행령에 기내난동 유형 및 경중, 대처수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항공사가 불합리한 과징금을 부과 받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며 "현재 기내난동 승객의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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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