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채소ㆍ과일에 속하는 시금치. [중앙포토]
주황색ㆍ노란색 채소ㆍ과일에 속하는 오렌지. [중앙포토]
빨간색ㆍ자주색 채소ㆍ과일에 속하는 딸기. [중앙포토]
흰색 채소ㆍ과일에 속하는 마늘. [중앙포토]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과도한 고기 섭취를 피하고 채소·과일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같은 채소·과일이라도 녹색 또는 흰색이 대장암 예방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채소·과일 색깔과 대장암 위험도 관계에 대한 연구는 외국에서 몇 차례 있었으나 국내에선 이번에 처음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정선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15일 공개했다. 김 교수팀은 국내 대장암 환자 923명과 일반인 1846명을 대상으로 채소·과일 섭취량에 따라 대장암 위험도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채소·과일을 색깔에 따라 4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4가지는 ▶녹색(시금치·치커리·상추·멜론·오이·브로콜리 등) ▶주황색·노란색(오렌지·귤·당근·호박·생강 등) ▶빨간색·자주색(딸기·포도·수박·토마토·피망 등) ▶흰색(마늘·양파·사과·배 등)이다. 그리고 색깔별로 최다 섭취 그룹(하루 380g 이상)과 최소 섭취 그룹(하루 224.2g 미만)을 비교했다.
육류는 전혀 없이 채식 식단으로만 상을 차린 모습.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육류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 김성룡 기자
그 결과 색깔에 따라 대장암 발생 위험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녀 모두에서 대장암 예방 효과가 가장 뚜렷한 것은 녹색과 흰색이었다. 남성은 최다 섭취 그룹이 최소 섭취 그룹보다 흰색에선 53%, 녹색에선 51% 낮았다. 여성은 녹색에서 75%, 흰색에서 66% 적게 나왔다. 연구팀은 녹색 채소·과일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섬유질·엽산 등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흰색 채소·과일도 항암·항산화, DNA 보호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장암은 위암에 이어 한국인 암 발병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병이다.남녀 모두 과일과 채소 섭취가 많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반면 주황색·노란색은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남성에선 최다 섭취 그룹의 대장암 위험도가 61% 더 높게 나왔다. 여성에선 두 그룹 간의 별 차이가 없었다. 빨간색·자주색은 남성에선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고, 여성에서도 최다 섭취 섭취 그룹의 위험도 34% 적게 나와 예방 효과가 다른 색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주황색·노란색 채소·과일엔 상대적으로 당분이 많이 함유돼 대장암 예방 효과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색깔에 따라 효과가 다르긴 하지만 채소·과일을 골고루 많이 먹는 게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색깔에 관계 없이 최다 섭취 그룹의 대장암 발생 위험이 최소 섭취 그룹보다 여성에선 68%, 남성에선 40% 낮았다. 남녀 모두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 "채소·과일을 절여서 먹기보다는 신선한 상태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