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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00일 된 아기 고양이가 죽던 날…

[기타] | 발행시간: 2012.07.05일 15:46

[매거진 esc] 반려인들에게 큰 고통 주는 ‘펫 로스’…반려동물 문화 성장과 함께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태어난 지 100일만에

치사병 ‘범백’ 걸린

아기 고양이

고양이가 죽었다. 나는 다섯살이 된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고, 새로 입양한 고양이는 겨우 3개월 된 새끼였다. 첫째의 이름은 한솔로, 둘째의 이름은 츄이였다. <스타워즈>의 캐릭터에서 따온 이름이다. 은하계를 누비던 한솔로와 츄이(츄바카라고도 한다)처럼 건강하게 크라고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이름을 붙여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츄이가 앓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구역질을 했고 몸에서 열이 났다.

병원 문을 열 시간이 되자마자 전화를 했다. 수의사는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데려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집에 입양 갔던 형제 고양이도 어젯밤에 병원으로 돌아왔어요.” 병명을 물었다. “범백입니다….” 범백은 범백혈구감소증(Feline Panleukopenia)의 준말이다. 혈액 내 백혈구가 감소하는 전염병이며 치사율은 70%에 가깝다. 고양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고양이 흑사병’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병에 내 고양이가 걸렸다고? 병원에서 츄이의 피를 뽑고 분변을 항문으로부터 채취해서 종합검사를 했다. “범백이 맞네요.”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 바로 격리 입원시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츄이는 누군가가 다른 두 형제와 함께 병원에 버리고 간 유기묘였다. 다른 두 형제는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한솔로처럼 주둥이와 네발만 하얀색 털을 가진 턱시도 무늬의 검은 고양이이고, 츄이는 고등어 같은 줄무늬가 있는 유일한 암컷 고양이였다. 처음엔 턱시도 고양이를 입양하러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구석에서 얌전하게 딴청을 피우는 줄무늬 고양이가 마음에 딱 박혔다. 유리 케이지에서 끌어내서 꼭 안았더니 빽빽 울기 시작했다. 어쩔 도리 없었다. 운명이었다.

사실 츄이를 입양하는 데는 정말이지 강렬한 의지가 필요했다. 남자 혼자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일단 입양한 이상은 15년을 함께 살아야 한다. 돈도 든다. 사료와 병원비와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값을 생각하면 적어도 20만원 정도는 고양이에게 들어간다. 한국에는 반려동물 의료보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엑스레이 한번을 찍어도 거금을 내야 한다.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은 흔치 않고, 고양이들은 범백 말고도 고양이 에이즈나 고양이 복막염 등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전염병에 시달린다.

외국에서는

‘펫 로스’에 대한 조언

정신과 치료도 활발

그런데 여기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반려동물의 죽음이라는 문제 말이다. 고양이 범백이라는 병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 수액을 맞히고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체력으로 버티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츄이가 입원하고 사나흘 뒤 츄이의 형제 고양이들이 모두 죽었다. 외국으로부터 공수해 온 혈청까지 맞으며 츄이는 견뎠다. 앞발과 코에 수많은 관을 꽂은 채로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나 입원 일주일째 되던 날 의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츄이가 좀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츄이가 죽을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죽음이 찾아오자 몸도 마음도 한꺼번에 무너졌다. 전화기와 트위터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와 지인들의 애도가 빗발쳤다. 그들의 위로가 없었더라면 나로서는 홀로 슬픔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이겨내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격려가 동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동물 한마리 죽었다고 뭐 그리 호들갑을 떨며 괴로워하냐는 투의 반응을 어쩔 도리 없이 감내해야만 한다.

반려동물의 역사가 긴 북미에서는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펫 로스(pet loss)라고 일컬으며, 이 분야에 대한 조언과 정신치료 역시 활발하다. 한국은 펫 로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작년 부산의 30대 여성이 애완견의 죽음을 슬퍼하다 자살했다. 언론은 “가족이 애완견 키우는 것을 꺼리자 방을 얻어 분가했을 정도로 애완견에 집착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으로부터도 자신과 애완견이 사랑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가족이라는 걸 이해받지 못했다.

아직 유기동물 문제나 동물학대조차도 진지한 이슈로 취급하지 않는 나라에서 펫 로스를 인간의 죽음과 동등하게 인정받으려는 건 시기상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이미 많은 가족의 구성원이고, 해마다 수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죽음과 맞닥뜨린다. 우리는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애도를 해야 하는지, 또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위로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펫 로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 한겨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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