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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스파이더맨,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냐?

[기타] | 발행시간: 2012.07.07일 14:39
마블 코믹스가 제각각 나서서 스크린을 누벼도 한 장사해내던 아이언 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같은 지구상의 슈퍼 히어로들에다가 하늘에서 원정 온 신 토르까지 한데 모아 <어벤져스>에서 지구를 지키고 전 세계 영화시장에서 흥행 수입을 올리라는 과업을 맡겼을 때, 이미 스파이더맨은 혼자 더 고생해서 따로 돈을 벌어야한다는 건 예고된 일이었다.

마블 코믹스 시리즈 가운데 만화로나 영화로나 가장 널리 알려진 스파이더맨을 쏙 빼놓은 건 이 친구에게서 우려먹을 게 아직 많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테니까. 샘 레이미 감독의 지휘 아래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가 짝이 되어 2002년부터 2007년 까지 5년 동안 <스파이더 맨> 시리즈 3편으로 벌어들인 돈이 25억 달러, 우리 돈으로는 2조 9000억 원이나 되니 전 세계 영화시장에 거미줄 참 쏠쏠히 쳤다.

그런데 마블이 그렇게나 장사 잘해준 샘 레이미와 틀어져서 갈라서더니 마크 웹에게 메가폰을 쥐어주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만든다고 했을 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다크나이트 라이즈>처럼 성공한 영화의 앞 이야기를 꾸며내는 프리퀄 트렌드에 한 몫 하려나 했더니 아니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마크 웹 감독은 이전 시리즈에서 부모 잃고 넉넉하지 않은 숙모 집에서 사랑은 듬뿍 받되 형편은 어렵게 학교 다니다가 졸업도 하고, 연애도 하고, 직장도 다니던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를 처음으로 되돌려 거미 인간이 되기 전의 고등학교로 다시 보낸다. 피터가 아주 어릴 때 어쩌다 부모를 잃게 되었는지를 살짝 보여주기는 하지만 프리퀄이라고 하기보다는 좀 바뀐 설정일 뿐이다.

그러니까 피터 파커는 아직 미성년이고, 그래서 어벤져스 팀에 끼기에는 좀 더 자라야한다. 그러다보니 거미 독 덕택에 스파이더맨이 되고 나서도 맞서야할 적도 외계에서 꾸역꾸역 밀려드는 적들처럼 엄청난 상대가 아니라 자기를 괴롭히던 힘센 동급생이나 쉽사리 제압할 수 있는 뉴욕 뒷골목 잡범들, 제일 세다는 게 능력 어슷비슷한 리자드 맨(리스 이반스) 정도다. 아, 앞가림 좀 제대로 하라고 꾸짖는 삼촌(마틴 쉰)과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자 친구 그웬(엠마 스톤)의 아버지 마음도 얻어야 하지만 이건 힘이 아니라 마음으로 상대할 일이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을 다른 영화로 만드는 갈림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샘 레이미의 피터는 모든 어른들과 불화하고, 심지어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조차 존재의 비밀을 감춘 채 악당들과 맞서면서 자신의 성장통과 영웅적 활약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 내느라 늘 지치고 피곤하고 짜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마크 웹의 피터는 만나는 어른들마다 다 조력자가 되고, 여자 친구도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심지어 늘 자신을 업신여기며 괴롭히던 동급생까지 피터가 새로 얻게 된 힘 때문이 아니라 그가 겪은 불행 때문에 벗이 되어 안아 준다.

어릴 때 잃은 아버지는 피터에게 명민한 머리와 비밀을 풀어 초능력을 얻게 될 해답을 남겨주었고, 아버지를 대신해 키워 준 삼촌은 책임감과 정의감을 가르쳐 주었으며, 경찰서장인 여자 친구의 아버지는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 준다. 어린 아들을 구해준 걸 기억하는 아저씨는 동료들을 불러 모아 거미줄 제대로 치고 나갈 길을 열어주고, 죽자고 맞서 싸우던 상대인 리자드맨조차 결정적인 순간에 제정신을 차리고 손을 잡아준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슈퍼히어로의 고독한 영웅담이 아니라 방황하던 청소년의 아버지 다시 보기 프로젝트같다. 크레인 기사들이 위험에 처한 스파이더맨을 위해 도시 위로 크레인을 이어주는 장면에서는 이 아저씨들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하는 부감 안에 성조기가 펄럭인다. 아버지들의 아버지인 나라 사랑하기 프로젝트 같기도 하다.

어쩌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마크 웹은 현란하게 3D로 구현되는 아찔한 고공비행장면의 신기술 말고는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스스로 도마뱀 인간이 되도록 까지 커트 코너스 박사를 협박하는 어두운 자본의 폭력은 영화 내내 그림자로만 어른댈 뿐 아무런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삼촌의 목숨을 앗아간 강도범도 뉴욕 뒷골목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 진짜 폭력, 진짜 범죄의 실체는 2014년으로 예고된 다음 편에서나 드러날 듯하다.

그러니 마블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어벤져스 팀에 스파이더맨을 합류시키는 건 피터가 더 자라고, 그 때까지 따로 더 흥행수입을 올리며 천천히 거미줄을 쳐도 충분하다는 계산도 이미 서 있으리라.

- 컬처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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