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분리독립을 둘러싼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간 갈등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의 첫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의제가 아니다(not in our agenda)"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 간 분쟁에 대해 "우려스럽다"면서도 "(EU가)어떤 조정이나 국제적으로 주도할 공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식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회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이날 스페인 중앙정부는 "독립선언 여부와 독립을 계속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명확히 밝히라는 우리의 요구를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거부했으므로 헌법 질서 회복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에 앞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은 중앙정부가 정한 답변시한에 맞춰 "적당한 시점에 독립선언문에 대한 표결에 착수할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대화하지 않고 압박을 지속한다면 (분리독립)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분리독립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갈등은 극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오는 21일 비상 각의를 열고 카탈루냐 자치권 회수 등을 포함한 방안을 승인, 상원 표결에 붙인다는 방침이다. 자치권 몰수에 앞서 자치경찰권, 예산권을 회수하거나 자치의회를 폐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물론 이 지역 시민들과의 충돌이 발생하며 스페인 전체가 전례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공권력 투입 등으로 인한 유혈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 대다수는 스페인 중앙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BBC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국가 지도자들도 마드리드를 지지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위기가 서구의 위선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앞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와의 대화를 요청하며 분리독립과 관련해 EU의 중재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카탈루냐 사태가 지역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며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0.26% 떨어진 7523.04로 장을 마감했다. 프랑스 CAC 40지수는 0.29% 하락한 5368.29를, 독일 DAX 지수는 0.41% 내린 1만2990.1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페인 IBEX3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 하락한 1만197.50으로 장을 끝냈다.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