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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대림동 사람들' 실장님은 조선족동포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7.10일 10:22
(연길) 구호준

  역시 녀인은 물에 빠져도 죽지 않을것이다. 입은 늘 물우에 동동 떠 있으니깐.

  녀인은 하루종일 입을 열고 있었고 퇴근 길에 올라서까지도 여전히 나불거리고 있다. 언젠가 교보문고에 갔다가 '표현 하는 녀자가 아름답다'는 책 제목을 보았던 생각이 난다. 말하는것도 정력이 소모된다고 했지만 한국녀인들은 정력이 얼마나 넘치면 표현하는 녀자가 아름답다고까지 했을가? 말도 표현의 한 형태라고 한다면 말이다.

  "실장님, 조선족동포들 말이예요. 정말 싫어요."

  녀인은 새로운 화제를 만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만들지 않았다.

  "네."

  심드렁한 내 표정을 읽지 못한 녀인은 내 곁에 바싹 다가서면서 여전히 입술을 나불거린다.

  "동포들은 지저분하고 성격도 더럽고. 정말 함께 일을 못해요."

  녀인의 뒷말을 듣지 않아도 뭘 말하려는지 금방 알린다. 주방에는 길림에서 온 중국인 아줌마 하나가 있다. 한국에 온지가 몇년 되지만 아직도 한국어에 서툰 아줌마다. 자신에게 차례진 일만 열심하면 되지 내가 왜 굳이 한국말을 배워야 하느냐는 녀인이다. 그만큼 일에는 열심하고 말이 없다.

  녀인은 식당에 출근한지 이틀밖에 안되지만 일을 배우는것보다는 입술을 놀리는데 더 열심했고 그래서 그 아줌마가 중국에서 왔고 식당에 출근한지 일주일밖에 안된다는것을 알고는 자신이 안방 주인이라도 되는듯 착각하고있었다. 물론 밥을 먹을 때면 내가 마실 물까지 떠다주는 아양도 떨고.

  "옷에 때가 가득 묻은게 어이구,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나."

  보지 않아도 녀인은 고개까지 흔들고있으리라. 그릇을 씻는다면 하루에 열두벌을 바꿔입어도 때가 흐르기는 마련이지만 상대가 동포니 지저분하게 생각되고 구역질이 날것이다. 허나 나는 녀인에게 그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녀인도 도리를 몰라서 그러는것이 아니다. 여기서는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동포들을 비웃는다. 그것으로나마 어떤 위안을 느끼고 가치를 찾으려고 하는것이다. 어린 아이가 힘없는 짐승들을 괴롭히는것으로 어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듯이 녀인도 쉰을 바라는 나이에 전세집 하나 맡지 못하고 월세로 떠돌고 있으니 교포를 빼고는 비웃을 상대가 없을것이다.

  "실장님은 참 재간이셔. 저런 지저분한 동포들과 같이 어떻게 일 하시는지."

  내 표정을 읽을수 없는 녀인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있다. 하지만 나는 두사람중에 누군가를 내보내야 한다면 아마 녀인을 보낼것이다. 식당 주방에는 물우에 떠도는 입보다는 굳은 일, 마른 일 가리지 않는 손이 필요하니깐.

  녀인이 여전히 뭐라고 지절거리지만 나는 귀에 담지 않는다. 그냥 내가 갈 길만 재촉하면 되는것이다.

  "실장님은 집이 어디세요?"

  녀인이 악청을 뽑듯 높이 말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려서야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면서 녀인의 존재를 의식한다.

  "아, 네. 대림동까지 가면 되거든요."

  "네? 대림동에 사세요? 참, 거기는 맨 동포들뿐이여서 무지 지저분하고 살기가 힘들건데요."

  나는 잠간 걸음을 멈추고 녀인의 얼굴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을 연다.

  "저도 조선족동포거든요."

  “네?!”

  녀인의 얼굴에서 마침내 잠자던 수많은 입들이 열린다. 헤아릴수 없이 많은 입술들이 나불거리면서 뭔가를 만들어내지만 아무것도 소리가 되여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는 차라리 고개를 돌린다. 그러는 내 앞으로 또 다른 한국산 입술들이 나불거리면서 떠가고 있다. 대림동만이 아닌 서울의 곳곳으로 떠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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