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식의 음식문화를 선도해가는 《백양마을》
착한 가격보다 착한 입맛이, 더 직진하면 착한 환경이 요즘 맛의 세상을 지배하고있다는데 그런 기회가 닿지 못해 상상에만 애태운적이 있었다. 최근 그런 상상에 브레이크를 건 《맛집》이 강호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름은 《백양마을》, 주요 메뉴는 불고기 꼬치류…
《백양마을?》 문자부터 소박했고 그래서인지 혀끝에 고인 침방울이 순수한 맛을 그려내느라 때없이 괴로워해야 했다.
아무튼 진위파악에는 현장체험이 최고이니만큼 휴일이 돌아오기 바쁘게 《백양마을》로 쳐들어갔다.
원 연변농학원에서 룡정시내로 진입하다가 신교입구에 이르러 동쪽으로 휘익 핸들을 돌려 500메터쯤 내려가니 신록이 짙은 백양나무숲이 안겨왔다. 그속에 노아의 방주처럼 널찍하게 자리잡은 《백양마을》.
소문 그대로 《백양마을》은 전원식의 친근함을 강조해 넓은 마당에 불고기 좌판옥들을 조성했는데 시골집처럼 울바자를 두른 가건물속에는 시원한 그늘에 미풍이 흐느적거리고 있어 제법 맥주비위를 돋구고있었다.
농립모를 쓴 아저씨가 점잖게 건네주는 메뉴판을 받아들고 울타리 너머로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보니 구석구석마다 손님들이 진을 치고있는데 근처에 있는 백양나무숲에는 서른명도 넘을 떼손님들이 감식에 한창이다.
동창만회, 생일잔치, 단위회식, 협회활동 등… 주문이 들어오면 대리로 양이나 닭, 오리를 가공해준다는 문구가 메뉴판에 꿈틀거리고있었다. 바로 저들이 그런 손님인가 보다 생각하며 메뉴판을 뒤적였다. 불고기 꼬치가 위주였고 가격도 도심과는 아래였다. 필시 맛에도 승부를 걸었을거라 판단하고 비교가 잘 된다싶을 양고기쪽으로 주문했다.
연변팀이 룡정에다 홈장을 정한터에 오늘처럼 홈장경기가 있는 날이면 점심부터 축구팬들로 북적인다는 《백양마을》, 연길에서 오는 한패의 축구팬들을 맞이하느라 뒤늦게 나타난 젊은 주인장의 맥주 한잔 받아들고 노랗게 구워진 양고기뀀을 입가로 가져갔다.
《치직…》 군침과 충돌하는 미묘한 음성과 함께 구수한 향이 입안 가득 쳐들어왔고 그통에 어쩔새없이 《꼴깍》 넘어가 재차 한점을 뽑아물었다. 착한 맛이란 바로 이런걸가. 일절 양념을 추가하지 않은 신선한 양고기꼬치를 맛소금에 살짝 찍어 먹다보면 바로 입을 홀리게 되는데 어느새 불고기 좌판에는 십여개의 빈꼬챙이가 널브러져 있다.
그렇게 한동안 먹다가 고개를 젖혔다. 불쑥 싱긋한 풀내음이 향수를 자아내며 난데없는 추억이 입맛을 자극한다. 식후경이라고 할가, 맥주 한잔 손에 들고 조용히 백양나무숲을 응시하니 가끔씩 들려오는 풀벌레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소나기가 한줄금 지나간 달뜨는 저녁이면 친구끼리 모닥불을 벗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는것도 《백양마을》만이 갖춘 미덕이리라. 숫불에 잘 익혀진 꼬들꼬들한 불고기를 시원한 막걸리와 맥주로 야금야금 사냥하다 보면 그동안 삶의 모이를 쫓노라 피로했던 심신에 적잖은 위로가 될것이고.
《날이 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날으는
꽃피고 새가 우는 논밭에 묻혀서...》
그맘때면 누군가 저렇게 백양나무숲에 들여앉힌 노래반주기로 컬컬해진 목청 한번 뽑아도 볼것이다. 사람좋은 미소가 넉넉하게 흐르는 젊은 주인장의 훤한 얼굴처럼 그렇게 《백양마을》의 하루는 둥글어갈것이고… 《착한 환경》이란 이래서 나온 말인가? 추억과 향수를 불러 입맛을 홀리는 자리래서?…
/신철국
편집/기자: [ 신철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