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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보다 보기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4.17일 09:36

우상렬

지금 우리는 의식주의 기본문제를 해결한 초요사회에 들어섰다. 배부른 흥타령이 심심찮게

튀여나온다. 보기시대가 도래된듯 싶다.

나는 얼마전에 우연히 사과배밭으로 갔다가 화사하게 핀

사과배꽃을 보고 환장하기 일보 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아니, 배가 불렀다. 사과배나무 밑에서 사과배꽃술 한잔

기울이니 이 아니 신선일소냐! 순간 나는 우리 연변의 ‘사과배꽃축제’가 떠올랐다. 꽃물결을 이룬 룡정 만무과원 사과배꽃축제 말이다. 그 속에서

춤 추는 어여쁜 아가씨들은 마치 하늘나라 선녀들을 방불케 했다.

사실 꽃축제는 지구촌 어디에나 다 있다. 꽃의 왕국인

화란은 곳곳마다 꽃이고 꽃수출을 국가의 기간산업의 하나로 삼는다. 꽃축제는 각양각색으로 세계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4월 사꾸라꽃축제 시즌이

되면 일본 도꾜의 우에노공원은 일주일전부터 자리차지하기에 바쁘고 사꾸라가 피기 시작하면 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본사람들은 이 사꾸라를

국화로까지 승격시켰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민족성까지 각인시켰다. 한국 여의도와 대구 팔공산, 그리고 제주도에서 구경한 사꾸라가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그 때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내가 1980년대초에 연길에 왔을 때 보았던,

연변병원에서 백산호텔로 가는 길에 두줄로 쭉 늘어선 배나무, 살구나무들이 봄이 오면 흰색,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여나던 그 정경이 지금도 꿈결에

아롱거린다. 그리고 우리가 업간체조를 하던 대학교 교수청사 앞의 배나무, 살구나무 밭도 잊을 수 없다. 꽃이 만발한 속에서 업간체조를 할 때면

손발이 가벼워지며 저도 모르게 랑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든다. 꽃이 난지, 내가 꽃인지…

사실 이 세상에 꽃을 싫어할 사람이 없다. 꽃이야말로

생기이고 생명의 상징이다. 하여 우리는 병문안을 가도 꽃이요, 생일, 결혼, 졸업식을 축하해도 꽃이다. 지금은 한창 졸업 시즌이다. 이 때면

학생들은 스승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꽃묶음이나 꽃다발로 표현한다. 학교는 온통 꽃밭이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꽃을 보면 인간은 흥분되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유럽, 특히 북유럽은 해가 잘 뜨지 않고 항상 날씨가

침침하다. 그래서 우울증이 오기 십상이다. 그들은 흔히 집집마다 화분에 꽃을 키우고 화단을 만드는 것으로 우울증과 담을

쌓는다.

이와 달리 우리는 가끔 집에서 화분에 꽃을 가꾸고

있지만 아직도 꽃에 린색한 것 같다. 허다한 집들에서는 공간만 있으면 뙈기밭을 일구고 거기에 꽃 대신 남새와 곡식을 심는다. 보기보다는 아직도

먹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좀 촌스럽다.

그리고 우리의 가로수도 소나무에 경도하지 말고

이전처럼 과일나무나 꽃나무를 많이 심었으면 좋겠다. 겨울에 꽃이 져서 볼품없더라도 말이다. 겨울의 이 볼품없음이 봄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꽃의 철학이다. 지지 않는 꽃은 심미피로를 주기 쉬워 무감각해지고 꽃이 꽃인 줄 모르게 할 수도 있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무슨 사계절 봄이요, 꽃바다요 하는 말을 부럽기는커녕 좀 우습게 생각한다. 따라서 꽃은 피고 져야 희로애락의 삶의 도리를 어필하지

않겠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능이라 하지만 그래도

생활이 윤택하고 마음이 여유로와야 꽃을 더 사랑하게 된다. 두보는 나라가 망하는 마당에 피는 꽃을 보고도 눈물을 지었다지 않았던가. 나는 우리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가 끊임없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사람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말이다.

나는 우리 생활에 꽃이 점점 더 많이, 아니

만발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우리 삶의 질과 행복지수의 하나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길림신문/우상렬(연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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