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무엇이든 잠간 지나도 곧 잘 잊군 합니다.
국을 끓이다 잊어버려 국이 아닌 찌개가 되기도 하고 손에 휴대폰을 들고도 깜빡 잊어버려 여기저기 찾으며 한참을 당황해할 때도 있습니다. 여직 자신의 돈만은 제일 잘 챙기시군 했는데 오늘은 그 돈마저 찾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내가 학원에 간 사이 할머니는 새로 나온 로임을 찾으러 은행에 갔습니다. 그런데 돈을 꺼내려는데 비밀전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답니다. 자신의 생일도 생각해보고 내 생일도 생각해보았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결국 맨손으로 집에 돌아오고말았답니다.
풀이 죽어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는 나의 마음은 몹시 아팠습니다. 혹시 《치매》가 아닐가 하는 생각도 들어 몹시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의점 세가지로 크게 적어 문안쪽에 붙여놓았습니다.
《첫째, 가스불은 껐나요?》
《둘째, 물, 전기를 검사했나요?》
《셋째, 열쇠를 들고 나가시나요?》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할머니께서 이 주의점들을 보는것조차 잊어버릴가봐 걱정이 됩니다.
/김태복(료녕성 무순시 신화조선족소학교 6-1) 지도교원: 리성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