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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릴레이]내 인생궤도를 바꾸어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1.10.12일 13:14
1980년 내가 초중 3학년때이다. 연길에 처음으로 기공학교 (직업학교)가 설립되였는데 재봉일을 배우는 녀학생들을 모집했다. 그때는 무슨 학교인지도 모르고 그저 3년 배우면 학교에서 고정직장을 배치하고 정식직원이 된다는 것만 알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거의 앞다투어 응시했다. 경쟁률이 높아 모두들 긴장했다. 나도 부모와 상의도 없이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냐고 주저없이 선참으로 담임한테 등록했다.

그때 나는 2반인데 1반 담임이며 우리 조선어문교수를 맡으셨던 김경일선생님이 평소에 나를 무척 관심하고 예뻐해주셨다. 나는 신나서 김선생님한테 기공학교에 등록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선생님의 얼굴표정이 대뜸 굳어졌다.

“너의 성적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왜 기공학교에 가려 하니?”

“대학보다 4년 먼저 돈을 벌 수 있는데 얼마나 좋습니까?”

“넌 공부 잘하니 대학에 가야지, 너는 꼭 대학에 갈 수 있다! 덤비지 말거라.” 선생님의 진정어린 한마디 만류에 나는 기공학교 시험을 치지 않았다.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할 뿐만 아니라 강의도 멋지게 잘하는 훌륭한 교원이시다. 과문랑독을 할 때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나운서처럼 읽으셔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어려운 문법도 알기 쉽게 가르쳤다. 판서도 일목료연하게 판에 박은듯 해서 지식체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멋진 선생님을 내심으로 존경하면서 선생님이 될 꿈을 처음으로 갖게 되였다.

인차 고중생활이 시작되였다. 우리 반에는 6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반년사이에 절반 이상 애들이 학교를 그만두어 20여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학생들은 부모들 직장에서 자녀 직업을 해결하기 위해 꾸리는 ‘지식청년공장(知青厂)’, ‘지식청년점(知青店)’으로 미련없이 자랑스레 훌훌 떠났다. 당시 대학입학률이 아주 낮았기에 많은 학생들이 대학은 오르지 못할 나무로 간주했다. 하여 림시공 일자리라도 얻게 되면 행운스럽게 생각했다. 또한 소박한 옷차림에 날마다 책과 씨름하는 우리에 비해 곱게 화장하고 마음껏 멋 부리며 다니는 자유로운 그 애들을 저으기 부러워하는 애들도 있었다. 나도 례외가 아니였다. 그때마다 나는 “대학에 가야지! 너는 꼭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김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흔들리지 않고 공부에만 열중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끝내 순조롭게 대학에 입학했다. 진정 자랑스럽기 그지없었으며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통지서를 받았을 때도 떠오르는 것이 선생님의 그 말씀이였다. 김선생님은 철부지 학생에게 ‘대학’이라는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고 ‘대학생’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뿌려주셨다.

그때 내가 만약 기공학교에 갔더라면 손재간이 전혀 없는 내가 재봉일을 배워냈을가? 설사 배워냈다 하더라도 복장공장은 얼마 안돼 문을 닫아버렸기에 일자리를 잃게 되였을 것이고 그러면 가족을 떠나 멀리 해외 로무출국을 선택해 외국인들의 기시를 받으며 고된 체력로동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을 졸업했기에 자랑스런 교원사업에 종사하게 되였고 가족도 지키고 로후보장까지 걱정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김선생님이 진정 고맙게만 느껴진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 말씀이 내 인생의 궤도를 바꾸었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고 삶의 질을 바꾸었다.

담임이 아니면서도 한 학생의 미래를 관심하고 이끌어주고 희망을 안겨준 김경일선생님, 세월이 흐를수록 잊혀지지 않는다.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책임감 그리고 원견성과 안목에 감사드린다!

김경일선생님,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연길시제13중학교 박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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