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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에 고향에 다녀오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9.04일 09:56
개원 이틀을 앞두고 국가 AAAA급 산림공원인 모아산아래에 자리잡은 중국조선족민속원에 다녀왔다. 부지면적이 390만평방미터이고 총 투자액이 20억원에 달하는 중국조선족민속원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중국조선족의 특색을 다분히 살린것으로 둘러보는 내내 꿈결에 고향에 다녀온듯 마음은 들먹거리고 중국조선족이라는 긍지감으로 가슴은 한껏 부풀었다.

  중국조선족민속원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광장에 높이가 5미터가량 되는 흰 대리석조각상이 한눈에 안겨온다. 이 조각상의 앞뒤면에는 연변의 자연경관과 150여년에 달하는 중국조선족의 이민사 및 우리 민족의 풍속습관, 문화예술이 일목료연하게 형상화되여있다.

  광장을 지나면 길이가 천미터에 달하는 큰길 량옆에 민속상업거리가 조성되여있는데 음식, 휴식, 오락, 문화, 쇼핑 등 관광과 관련된 상가가 즐비하게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민속상업거리중간구역에 찰떡을 치는 장면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놓여있다. 두 남정이 떡메로 힘껏 떡을 치고있고 한 아낙네가 찰떡구유옆에서 일손을 거든다. 먼곳에서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우리의 풍습대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환대한다는 속뜻에서였을것이다. 어릴적 고향에서는 희사가 생길 때면 어김없이 찰떡을 쳤다. 경사를 맞는 가정에서는 마을사람들을 몽땅 청해야 하는데다 누구네 집에서는 찰떡을 얼마 쳤소, 겨끔내기로 승벽을 부리는 판국이라 찰떡을 치는 일은 고될수밖에 없다. 찰떡치기는 어둑한 새벽에 그 서막을 연다. 경사를 맞는 가정의 주인이 힘깨나 쓰는 청장년들의 가정을 일일이 돌면서 “찰떡을 칩소.”라고 통지하면 마을사람들은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찰떡을 치러 모여든다.

  뭐니뭐니 해도 중국조선족민속원의 백미는 중국조선족의 주거문화, 풍속습관, 로동, 생활 모습을 낱낱이 료해할수 있는 민속원이라 하겠다.

  민속원입구에 자리한 으리으리한 솟을대문이 위용을 떨친다. 당금 고향의 육친들을 만나겠으니 옷깃을 여미라고 차근히 일깨워주는듯싶다.

  솟을대문에 발을 들여놓기 바쁘게 노란 벼짚을 얹은 초가집이 움씰 길손을 반긴다. 초가집은 언제 보아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아버지는 해마다 벼타작이 끝나면 나락을 다듬어 이영을 엮었다. 초가지붕은 여름이면 해볕을 막아주어 방안이 서늘했고 겨울에는 한기를 막아주어 방안은 포근했다. 고향의 초가집과 꼭 닮은 저 초가집 뜨락에서 어머니가 삽작문을 열고 맨발바람에 뛰여나오는듯 아련한 추억이 저절로 갈마든다.

  입구에서 남쪽으로 100미터 걸어가니 마을어구에 나무로 만든 장승 60개와 현무암으로 만든 장승 2개가 세워져있는데 장승의 웃부분은 흉물스러운 사람머리모양으로 되고 아래부분엔 '천하대장군', '지하녀장군', '토지대장군'이란 글이 적혀있다. 조선민족은 장승이 귀신을 쫓거나 액을 퇴치한다고 믿었기에 보통 장승을 길옆이나 마을입구에 세운다.

  저기 산신암이 보이고 산신각옆에 마을을 지켜주는 신령이 깃들어있다는 당산나무가 서있다. 고향에는 지금도 당산나무가 있는데 마을사람들은 당산나무를 매우 신성하게 여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어른들은 당산나무에 금줄을 쳐놓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미신이라고 하면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일부 마을사람들은 밤중 혹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당산제를 지내기도 했다.

  장승이 위치한 바로 웃목에 그네뛰기, 널뛰기, 씨름을 할수 있는 민속놀이터가 자리했다. 어릴적, 고향에서는 해마다 운동대회를 열었는데 그네뛰기와 씨름은 인기종목이였다. 그네뛰기가 시작되면 온마을 사람들은 그네터에 모여 “야싸―” 하고 목청껏 선수들을 응원하는데 녀장부가 많아 높이 달린 방울을 몇십개나 차는이도 있었다. 그네뛰기에서 우승하면 함박꽃이 그려진 법랑그릇이 차례지는데 우승임자들의 웃음은 함박꽃보다 더 호함졌다. 씨름은 언제나 운동대회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운동복 한벌 변변히 갖추기마저 어려웠던 세월이라 샅바를 걸고 씨름하다가 여차하면 치부를 드러내기도 일쑤인데 마을사람들은 일년내내 그런 '특대사건'을 두고두고 회자했다. 지금도 고향마을에서는 해마다 초복이면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를 벌린다. 이날이면 고향사람들은 명절옷차림을 하고 두만강변에 모여 그네뛰기, 바줄당기기 등 민속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보낸다.

 남쪽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면 시원하게 트인 마을공터가 나진다. 공터 한켠에는 당나귀로 돌리던 석마가 있고 탈곡장도 있다. 지난 세기 80년대까지만 해도 연변의 시골마을마다 공터가 있었는데 애들은 밤마다 반디불을 쫓느라 열을 올렸고 어른들은 꾸역꾸역 모여앉아 장기를 두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밤이 깊어가는줄을 몰랐다.

  여기는 백년전통조선족가옥전시구역이다. 백년기와집 6채와 백년초가집 3채가 지형에 따라 옹기종기 자리했다.

  저 고색이 창연한 가옥은 함경도특색의 가옥인데 룡정시 백금향 용신촌에서 옮겨왔다고 한다. 뜨락의 터밭에서는 보리밭무우, 상추, 배추가 자라고있었는데 돌보는 주인이 따로 있었다. 마루에는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물레, 찰떡구유, 도리깨, 디딜방아가 진렬되여있고 바람벽에는 여러가지 농기구와 고추다래가 걸려있다.

  함경도가옥은 정주간과 방들이 “田”자형으로 구성된것이 특징이다. 함경도가옥은 부엌과 정주간 사이에 벽체가 없이 하나의 커다란 공간을 형성하고 그옆으로 방들이 “田”자형으로 배치되는데 연변에서는 차례로 정주간, 안방, 고방이라고 부른다. 부뚜막과 아궁이는 부엌과 정주간 사이에 위치하고 그곁에 외양간과 디딜방아간이 놓인다. 우리 마을에도 백년전통가옥이 여러채 있었다. 한 학급의 영애네 집이 바로 100년 전통가옥이였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듯 이끼가 돋은 돌담너머 가옥이 자리잡았는데 뜨락에는 오얏나무, 살구나무를 비롯한 과일나무들이 많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영애를 볼 때마다 웬지 가슴이 쿵쿵 뛰기도 하였다. 영애네 집에는 디딜방아간도 있었는데 어머니의 손에 끌려 방아를 찧으러 갈 때마다 영애의 눈에 띄울가봐 가슴을 졸이던 소년시절이 어제런듯싶다.

  백년전통가옥은 대부분 8간집으로 되여있으나 한채만은 특수하게 10간집으로 되여있다. 이 전통가옥은 룡정시 백금향에서 그대로 옮겨온것인데 최씨 성을 가진 주인장이 첩을 두기 위해 동쪽에 두칸을 더 붙여지었다고 한다. 룡정시 명남촌에서 옮겨왔다는 평안도특색의 전통기와집, 룡정시 삼합진 비전촌에서 옮겨왔다는 경상도특색의 전통기와집… 전통기와집마다 구조가 다르고 특색이 다른데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있었다.

  화룡시 투도 신민촌에서 옮겨왔다는 야장집에서 뜻밖에 고향에서 야장간 일을 하던 최정범씨를 만났다. 20여년만에 나의 수필 '야장간서회'의 주인공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알고보니 최정범씨는 야장간집을 돌보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전통적인 쇠붙이로 된 농기구와 생활도구들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고 한다. 농사가 천하지대본이였던 농경사회에서 야장간은 마을의 명물로 무시로 찾아드는 사람들의 열기로 화끈했었다. 특히 최정범씨가 만드는 쟁기는 마딘것이 특징이여서 가근방에서도 소문이 높았다.

  남쪽 출구인 솟을대문을 벗어나 바깥에 나오니 농부가 황소를 몰아 밭을 가는 조각상이 놓여있다. 뚝심으로 일하는 농부와 황소가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살기가 바빴던 우리네 선조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보따리속에 넣고왔던 책 한권, 피리 한자루, 가야금 한대로 용케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오롯이 지켜냄으로써 중국조선족은 문화민족으로 세상에 떳떳이 자기의 목소리를 낼수 있게 되였다.

  중국조선족민속원을 한달음에 둘러보고나니 그립던 고향에 다녀온듯 마음은 홀가분해지고 타향살이에 찌들었던 삶이 치유된다. 점점 사라지고있는 우리의 전통마을이 재현되여 고향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지 달려갈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김인덕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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