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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을 국가가 규제?…참 희한한 대한민국

[기타] | 발행시간: 2012.09.07일 12:15
사후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결국 없던일로

종교계·업계 등 이해관계 얽혀 여성인권 철저히 무시

여성단체 “여권신장 외치면서 자율 선택권 빼앗아” 발끈

미혼여성 원치않는 임신에 미혼모 양산·‘낙태천국’ 오명 우려


“사후 피임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체의 행위는 가임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명백한 헌법위반 행위입니다.”

의사처방이 있어야만 구입 가능했던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려던 계획이 의료계ㆍ종교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가던 날. 이 땅의 2000만 가임 여성은 울분을 토했고, 피임(避姙ㆍcontraception)은 화두가 됐다. 여성단체들은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재분류를 보류키로 한 정부 당국의 결정에 대해 가임 여성의 자발적 선택권리를 빼앗은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도, 국민의 건강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사실 피임은 오늘날 우리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피임의 역사’를 쓴 앵거스 맥래런(Angus Mclaren)에 따르면 피임의 역사는 인류사와 함께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와 중세, 그리고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피임은 남성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능력을 좌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속돼왔다.

어떤 역사학자는 피임이 시작된 이래, 여성은 스스로 몸에 대한 지배의 역사를 열었으며, 성교와 임신을 분리함으로써 남녀는 언제나 자유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피임을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18세기 카사노바는 양의 창자로 콘돔을 만들어 사용했다. 극작가 버나드 쇼는 고무콘돔을 ‘19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꼽았다. 산아제한운동의 선구자인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와 캐서린 매코믹(Katharine McCormick)은 1960년대 경구용 피임약을 개발한 것에 대해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기록했다. 피임약은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시켰고, 이는 곧 여권 신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피임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숱한 논란거리를 낳았다. 피임이 낙태를 막을 수 있다고 외치는 여권운동가와, 피임을 낙태와 같은 형태로 보는 종교계,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1873년 미국에서 여성의 피임도구와 피임정보 교환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콤스톡 조례(Comstock Law)가 만들어진 것도 피임을 둘러싼 논란의 극단이었다.

역설적으로 사후피임약의 의사처방 원칙을 고수한 당국의 결정을 여권 축소로 보는 견해도 있다. 남성의 피임도구 ‘콘돔’이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 된 반면, 여성의 피임도구는 여전히 판매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후피임약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는 사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허용하면서도 사후피임약에 대해서는 의사처방을 받도록 한 조치는 난센스란 지적이다. 여성단체들은 겉으로는 여권 신장을 외치면서도 여성의 자율 선택권한마저 빼앗고 있다며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최근 사후피임약을 둘러싼 논란은 10년 전 사후피임약 수입 관련 논란과도 닮은꼴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 긴급성과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사후피임약을 우리 사회는 전문의약품으로 남겨뒀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때문에 피임이 까다로운 ‘희한한 나라’란 냉소가 나올 법하다.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에 밀리는 사이 피임시기를 놓친 미혼여성의 낙태와 준비되지 않은 미혼모의 양산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임, 그 어렵고도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본다.

헤럴드경제 <박도제 기자·사진=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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