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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서글프지 않아요 …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죠”

[기타] | 발행시간: 2012.11.19일 03:01
[커버스토리] 50대 여성들의 '완경' 파티 수다

“폐경을 맞은 내 친구 수경아, 피를 쏟는(월경) 고통에서 해방됨을 축하한다. 난 5년 전에 폐경이 되고 느닷없이 불기 시작한 뱃살과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힘든 나날도 있었다. (질이 건조해져) 12살 어린 남편과의 성생활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서글프지 않고 시원하다. 아쉽지 않고 또 다른 행복과 건강이 찾아온다. 이제 완전한 여인이 돼 자유롭게 그대 꿈을 펼칠 완전한 나이 50에 접어듦을 축하한다.”

 12일 오후 3시 울산 북구 매곡동의 한 아파트. 이수경(52·보육교사교육원 외래 강사)씨의 폐경을 축하하기 위해 이설희(54), 남숙자(55), 김영래(88)씨가 모였다. 폐경 파티는 4년 전 폐경을 경험한 이설희 씨가 이수경 씨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시작됐다. 파티를 위해 각자 집에서 잡채·김밥·호박죽·주먹밥·소고기국을 준비해 축하 밥상을 차렸다. 이수경씨는 친구들을 껴안으며 “폐경 후 여성으로서 매력이 다 사라진 것 같아 우울했다. 하지만 이렇게 축하를 받고 폐경 경험담을 들으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완경(폐경), 반평생의 건강 좌우

12일 이수경(52·왼쪽에서 셋째)씨의 폐경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있다. 왼쪽부터 남숙자(55), 김영래(88), 이수경, 이설희(54)씨. 김수정 기자폐경을 경험한 4인은 폐경기 증상인 열성홍조·야간발한·우울증·기억력 감퇴·골다공증 등을 맞닥뜨리는 게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폐경(閉經)이란 표현 대신 생명과 창조의 임무를 잘 완수했다는 의미의 완경(完經)이란 표현을 쓰며 이수경씨의 폐경을 축하했다. 한의사 이유명호(60·여)씨는 “완경은 지금까지 생명 창조의 임무를 잘 완수했으니 더 이상 피 흘리지 말고 고생한 몸을 돌보며 쉬라는 조물주의 섭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서 불필요한 배란을 하기보다 손자 등 후세의 아이를 돌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폐경 뒤 약 30년 이상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이때부터의 건강 관리가 인생 후반전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11월은 '폐경 여성의 달'이다. 폐경 파티에 참석한 4인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조기 폐경 땐 골다공증 위험성 높아져

50년 전 폐경을 맞은 김영래(88)씨. 폐경 파티의 맏언니로서 이수경씨에게 건강관리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씨는 이수경씨의 일본어 과외 선생님이기도 하다.

 김영래: “(나는) 39세에 폐경이 됐다. 또래보다 일찍 찾아와 놀랍고 두려웠다. 골다공증도 빨리 시작됐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제와 골다공증약을 복용하고 걷기 운동과 식사요법을 꾸준히 실천해 폐경증후군을 극복했다. 지금도 하루에 30분 이상 걷는다.”

김씨의 주치의인 울산 21세기좋은병원 조종대 내과 과장은 “걷기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폐경기 여성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며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뼈에서 칼슘이나 무기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대한폐경학회 박형무 회장(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조기폐경은 골다공증·심장병 등 심혈관질환과 우울증 등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통 사람이 폐경을 하는 나이(약 50세)까지는 호르몬 치료를 권한다. 박 교수는 “폐경을 기점으로 골다공증과 자궁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작은 행동에도 서운함 느껴

이설희 씨도 이수경 씨에게 성생활에 대한 조언을 했다. 폐경이 되면 비뇨생식계가 위축돼 질건조감과 반복적인 세균성 감염, 빈뇨(소변이 자주 마려움)·성교통 등의 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설희: “4년 전에도 나와 숙자의 폐경 파티를 열었다. 이젠 열 명의 남자랑 잠을 자도 (임신 걱정이 없어)아무렇지도 않다며 박장대소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열 명은 고사하고 남편과의 성생활도 꺼려질 때가 많았다. 남편은 의외로 증상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다 질 윤활액 등을 이용했더니 성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이수경: “그러고 보니 폐경을 해서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월경을 하면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38선을 그어야 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불편한 생리대 걱정도 사라졌다. (웃음)여자들끼리 여행을 갔을 때 월경 중인 사람이 있으면 목욕탕을 같이 못 갔는데 이젠 언제든 갈 수 있다.”

 이숙자 씨도 거들었다. 숙자 씨는 위암 수술을 받고 10년이 넘도록 항암치료를 받았다. 숙자씨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느라 몸과 마음이 위축됐고 우울할 때가 많았다. 이숙자씨는 “우울해질 때마다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친구를 만나며 바깥 활동을 늘렸다. 콩을 포함한 유기농 식단으로 밥을 먹고, 보이차 등 차를 마시며 건강 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박형무 교수는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갱년기 증상과 골다공증 등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칼슘과 비타민 D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편·자식보다 자기 내면의 이야기에 관심을

이들은 폐경 뒤 30년을 건강하게 사는 계획을 세웠다. 바느질을 배우고 있는 설희 씨는 작은 공방을 내는 게 꿈이다. 숙자 씨도 도자기를 만들고, 전통차를 공부한다. 80세가 넘은 김영래 씨는 일본어 공부를 하고, 성경책 베껴 쓰기를 한다. 폐경 파티의 주인공인 이수경 씨는 “폐경 선배를 보면서 폐경을 맞는 게 우울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 자신에 대해 더 충실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치선 기자

중앙일보 장치선.김수정 기자 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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