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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철도 민영화 다음 단계 강행했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1.07일 07:29
국토부 관계자 "관제권 환수 위한 시행령 개정 착수"

대선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철도 민영화 속도전'에 돌입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후 지난해 12월 31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하위 법령 제정' 방안에 사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방안에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철도 관제권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환수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위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대변인실은 "우리가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관제권 환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주중에 시행령 개정 관련 공문이 내려가고, 이명박 정부 임기가 끝나는 2월 이전에 국무회의를 열어 관제권 환수 방안을 의결한 후 3월부터 관제권 환수 절차에 돌입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 관제권 환수는 'KTX 민영화'를 포함해 '철도 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관문'에 해당한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 13일 "국토부는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길 경우 KTX 민영화를 위한 민간사업자 공모에 곧바로 착수하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코레일 외의 제2철도공사를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온 다음날 박근혜 당시 후보 측 인사들이 "이런 식의 민영화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철도 민영화의 '첫 단추'로 불리는 철도 관제권 환수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책 결정과 관련된 새 정부 후임자들이 국토부 등에 들어오기 전, 전임자들이 관제권 환수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여 새 정부가 들어와도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 같다"는 관측이 국토부 내에 파다하다는 말도 나온다.

ⓒ뉴시스

철도 민영화 4단계 착착 추진 중

철도 관제권 환수에 앞서 선로 배분권은 1월 1일자로 철도공사에서 시설공단으로 이미 넘어갔다. 민간 회사가 철도 운송 사업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주는 조치다. 그에 더해, 배차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철도 관제권까지 시설공단에 넘어간다면 국토해양부는 명실상부 민간 철도 사업자의 진입 환경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철도 관계자들은 철도 민영화를 크게 4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 철도 선로 배분권 환수다. 이는 지난해 9월 27일 관보에 게재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항이다. 두 번째는 민영화의 본격적인 '첫 단계'로 꼽히는 철도 관제권 환수다.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선로 배분 문제와 함께 운송 시간 및 차량 배차에 관한 권한을 국토해양부가 시설공단을 통해 장악할 수 있다.

세 번째, 정부가 철도공사에 출자해 건설된 철도 역사, 차량 기지 등 철도 운영 재산을 국토부가 다시 가져오는 것이다. 철도 자산 처리 작업은 국토해양부가 주도할 수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의 방침에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철도 관제권이 시설공단으로 넘어가면, 철도 운영 자산 국고 환수 문제에 대한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네 번째 단계가 사업자 선정이다. 이미 지난해 대우건설, 동부그룹 등이 '민영 KTX' 사업자 입찰에 참여하려 했다. 대우건설은 당시 여론이 악화되자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이와 달리 나머지 6~7개 건설업체들은 현재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게 철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관제권 환수가 이뤄지면 민간 기업의 'KTX 사업자' 입찰 참여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있다. 철도 관제권 환수, 민간 사업자 공모 등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별도 입법 절차 없이 가능하지만, 현행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철도의 유지 보수를 철도공사가 맡도록 하고 있다. 만약 법 개정 없이 철도 민영화가 이뤄지면, 민간 사업자가 철도 유지 보수를 철도공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유지 보수권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 국회가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철도 관계자는 "철도 시설 유지권과 관련해 국회가 법을 개정하면, 한국은 완벽하게 영국식 민영화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민영화 이후 10년간 철도 요금이 50%나 인상됐다"며 "2013년이 시작되자마자 오른 요금 때문에 영국 전역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철도 산업 세분화, 한국 철도 같은 협소한 시장에선 비효율 초래"

엄태호 연세대 교수와 주효진 꽃동네대학교 교수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기획 세미나'에서 공동 발제한 '철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철도 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 : 정책전문가 인식 조사를 중심으로'를 통해 "현 정부에서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 중이며, 철도 역사 및 관제권 환수 등 철도 산업의 세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철도 산업의 세분화는 우리나라의 경우 철도와 같은 협소한 시장은 분할할수록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높은 수익이 보장된 KTX 노선의 민영화는 대기업의 KTX 사업 참여가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수서발과 서울·용산발 노선은 주된 고객층이 서로 달라 경쟁 효과는 없고 지역 독점만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민간에 대한 요금 규제가 곤란하여 '제2의 9호선 사태'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철도 운행의 '뇌'에 해당하는 관제권 분리 시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철도 민영화를 강행하면, '9호선 사태'나 '영국 사례'처럼 요금이 대폭 인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제권 환수 여건조차 갖추지 않은 시설공단이 무리하게 관제권을 환수할 경우 여러 가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 관제권과 관련해 이들은 이종열 인천대 교수의 글을 인용해 "일본과 중국처럼 수송 밀도가 높은 국가는 운영자가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안전과 직결된 '수송밀도'가 높은 수준이므로 운영자(철도공사)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분리할 경우 중앙 관제와 로컬(지방) 관제 간에 운행 정보 교환 및 의사소통 저해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발제를 통해 "현재보다 철도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하통합체제와 같은 철도 산업 구조의 재편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트렌드'로 인식됐던 EU의 철도 상하 분리(운영과 시설의 분리) 방안을 받아들여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을 분리시켰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철도공사의 권한을 약화시켜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운영과 시설의 새로운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철도 경쟁력 강화 방안은 필요하다. '무조건 민영화'라기보다는 여러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 통로를 열어두는 것은 철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철도 민영화 후폭풍에 시달리는 영국

2013년이 되자마자 영국이 '철도 민영화'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월 2일자 <가디언> 온라인판에는 '10년간 요금이 50퍼센트 오른 후 철도는 많은 이들에게 사치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달콤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후 고향으로 돌아간 영국인들은 4.3%의 정기 승차권 운임료 상승과 3.9%의 전체 운임료 상승을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 10년 동안 영국 철도의 정기 승차권 운임은 50%나 인상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영국 전역의 주요 역에서는 철도 요금 인상과 관련된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영국 전역에서 철도 운임은 빠르게 인상되고 있다. 운임 인상 속도는 구간별로 차이 난다. 이를테면 세븐오크스~런던 구간의 연간 운임은 1660파운드(약 283만 원)에서 3112파운드(약 530만 원)로 90%나 인상됐다.

영국 <트레블뉴스>가 인용한 TUC(영국노동조합회의, Trade Union Congress)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경제 공황 이후 영국 철도의 운임은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3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영국의 4인 가족이 맨체스터나 뉴캐슬 등에서 런던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주간 평균 임금인 481파운드(약 82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UC 총장이자 '액션포레일'(철도를 위한 행동, Action for Rail) 의장인 프랜시스 오 그라디는 "실질임금은 낮아지고 가계의 소비 지출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이 철도 요금 인상 소식을 듣고 실망감이 컸을 것이며, 인상된 철도 요금으로 인해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이고, 인상된 요금에 반해 서비스 여건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역무원과 매표소의 수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 온라인판의 또 다른 기사는 영국 언론인 닐 클락의 말을 인용했다.

"문제는 재국유화가 아닌 민영화 제도이다. 영국 철도의 민영화로 인해 영국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들은 다른 유럽 시민들에 비해 정기 승차권에 10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회계법인, 버진 트레인스(Virgin Trains)를 운영해 수십 억의 국민 세금을 빨아들인 리처드 브랜슨 같은 자본가에게는 큰 횡재로 다가왔다."

▲ 민영화 후 요금이 폭등한 탓에, 철도를 타는 것이 많은 이에게 사치스런 일이 됐다고 보도한 <가디언> 1월 2일자. ⓒ<가디언>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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