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열애 끝에 한 쌍의 연인이 결혼에 골인했다. 남자는 연애 기간에 손도 한 번 안 잡고 첫날밤까지 지켜주고 싶다며 여자를 안심시켰다. 여자는 남자의 순수한 모습에 '그래, 이 남자야!'라며 결혼을 결심했다.
드디어 찾아온 신혼 첫날밤. 여자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샤워를 마친 후 남자를 기다렸다. 그러나 남자를 본 순간 여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남자의 발목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황망함을 이루 표현할 수 없었던 여자는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은 전과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다며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혼집 마련 문제로 전입신고하기 위해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친 여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혼여행 전자발찌 괴담'이 유포되고 있다. 글쓴이는 '동생 회사 여직원의 친구' 이야기라며 실화라고 밝혔지만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여성이 이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정말 이혼할 수 없는 걸까.
법률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괴담의 진실은 명쾌했다. 위의 사례처럼 도저히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를 알게 됐다면 혼인취소나 이혼이 가능하다.
혼인취소는 결혼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신고가 되면 결혼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뜻한다. 이혼이 합의하에 결혼했다가 갈라서는 것인데 반해 혼인취소는 혼인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다.
혼인취소는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것을 혼인 당시에 알지 못한 경우,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피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각각 6개월, 3개월을 경과한 후에는 취소 청구를 할 수 없으므로 취소사유를 알게 되면 그 즉시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법무법인 조율의 정진 변호사는 "위 사례처럼 남편의 전과경력 등을 혼인 후 알게 된다면 사기결혼으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해당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소송 및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만약 3개월이 지나 혼인취소 청구 기간이 지났다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이민정 변호사는 "민법 840조 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후 있다고 규정한다"면서 "해당 사례처럼 남편이 전자발찌를 찼다는 것은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되므로 이혼 사유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경우 교제기간 동안 여자 쪽에서 충분히 성범죄 전과를 알아차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지 등에 따라 위자료 부분 등이 책정된다"고 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