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새누리당 내 비주류인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 주류인 친박(親朴)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도 엇박자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정부출범 초기에 집권여당 내에서 파열음이 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와관련 친이(親李·친이명박)계가 당내 주류였던 이전 정부에서 친박계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것이 이번에는 비박계에서 진행되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박계의 ‘쓴소리’는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 지연이 도화선이 됐다. 청와대에 제동을 걸고 여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질타가 이어진다. 비박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6일 “파트너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최다선(7선)인 정몽준 전 대표와 당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 진영인 심재철 최고위원을 비롯해 조해진, 김용태 의원 등 다른 비박계 정치인들도 청와대와 지도부를 향해 강한 톤의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은 세간의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다. 정권 초기에는 불만이 있더라도 집권당내에서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엇박자에 대해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가 차지했던 위상을 비박계가 이어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친박계는 50~60명으로 친이계에 비해 소수였지만, ‘여당 내 야당’의 역할로 세종시 수정안·미디어법 논란 등 주요 정국 현안마다 성패를 결정짓곤 했다.
현재 중립 성향을 제외하고 확실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15명 정도로 과거 친박계보다는 적은 숫자다. 하지만 원내 과반의석을 아슬하게 넘고 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선 비박계의 행방이 때론 당내 주류와 청와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본부장은 “정권 초기에는 비주류가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대통령과 여당 주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들에게 공간을 열어 주었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비박계도 얼마든지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도형 (dhl83@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