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라호텔 마제스타 카지노 앞에 주자된 롤스로이스 팬텀. 이 차량은 중국인VIP의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된다. 기본형 모델이 약 7억원 수준이며, 옵션을 추가할 경우 10억원을 출쩍 뛰어넘는다. /박성우 기자

지난 14일 오후 7시 제주국제공항 앞. 흰색의 롤스로이스 팬텀 차량이 웅장한 차체를 이끌며 등장했다. 지나던 사람들은 "우와!"라는 감탄사를 날리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기본 옵션이 7억원대다. 이건희 삼성전자(005930)회장 역시 팬텀의 주인이다.

서울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고가의 차량이 왜 제주도 공항 앞에 있는 것일까? 약 5분이 지났을까?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부티가 나는 중국인 가족이 팬텀을 타고 유유히 공항을 떠났다. 이 차량은 중국인 VIP 손님을 픽업하기 위한 신라호텔 '마제스타' 카지노의 의전차량이었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제주도 경제, 카지노산업에 있어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 마카오 대신 제주도 카지노 찾는 중국인VIP

옛날부터 제주도는 여자, 돌, 바람이 많았고 해서 삼다도(三多島)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이 많다고 해서 사다도(四多島)라는 말이 나온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제주도를 찾은 해외 관광객은 총 65만7589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63.8%(45만9062명)를 차지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28만8583명)보다 59.1% 증가한 수치다.

마제스타 카지노에 중국인 고객들이 가득차 있는 모습. /제이비어뮤즈먼트 제공

중국인 여행객이 급증한 이유는 물론 제주도 관광단지의 영향이 크지만, 그보다 큰 것이 카지노산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제주도 내 총 8개 카지노 영업장 매출의 80~90%를 중국인 관광객이 채워주고 있을 정도다.

'카지노의 황제'라고 불리는 셸던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도 제주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애덜슨 회장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을 때 비행시간 3시간 내에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51개나 있다"며 "제주도는 지리적 여건이 좋아 카지노 산업이 마카오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지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지노 이용객 급증의 수혜는 파라다이스(034230)가 대부분 누리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2002년 말부터 2011년 2월까지 2000~4000원의 박스권에 단단히 갇혀 있었다. 하지만 중국인 시장이 열리며 급성장, 지난달 한때는 2만6100원까지 올랐다. 제주도에는 8개의 카지노가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편인 2개의 카지노가 파라다이스 소유다.

M&A 열기도 불붙었다. TV방송용 셋톱박스를 생산하던 현대디지탈텍(035480)이 사명을 제이비어뮤즈먼트로 바꾼 후 카지노를 하나 인수했고, 파라다이스도 추가적으로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 제이비어뮤즈는 지난해 7월까지 1000원대였던 주가가 카지노사업 진출 이후 한때 10배 가까이 뛰었다. 현재는 4000원선이다.

◆ "확률상 50대 50인데"…돈버는 카지노의 비밀은?

영화 카지노로얄에선 주인공 007이 바카라 게임에서 승리해 1500만 달러(약 170억원)를 거머쥐는 모습이 나온다. 이처럼 고액의 게임에서 질 경우 카지노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카지노는 어떻게 꾸준한 실적을 내는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 VIP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인 '바카라'를 예로 들면, 바카라는 카드 숫자의 합이 9와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플레이어와 뱅커(카지노측) 두 곳에 돈을 걸 수 있으며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50대 50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확률이 50대 50일뿐, 실제 확률은 58(카지노)대 42(고객) 정도라고 설명한다.

1000만원 짜리 칩으로 왼쪽이 일반형, 오른쪽인 중국인 전용칩이다.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고객의 경우 크고 넓어 칩을 던지는 재미가 있는 사각형의 칩을 선호한다. /박성우 기자

카지노는 뱅커가 이길 경우 베팅금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하루에 뱅커의 승수가 수백 번 이상 나오기 때문에 카지노 입장에서는 게임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큰 돈을 버는 구조다. 바카라 외 다른 게임의 경우 카지노측의 승률이 조금 더 높도록 설계돼 있기도 하다.

게다가 모든 도박은 돈이 돈을 이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거액을 가진 고객이라고 해도 게임을 하다 보면 패하는 때가 나오고, 베팅금이 크다보니 카지노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되는 것이다. 서준성 제이비어뮤즈먼트 대표는 "국내 카지노는 수십억원을 베팅할 수 있는 마카오와 달리 상한선이 있다"며 "카지노가 흔들릴 만큼 도박사가 돈을 따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카지노업체 주가를 움직이는 건 타짜

그럼에도 어쨌든 카지노업체 주가가 출렁이는 것은 대부분 '타짜'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엔 그랜드코리아레저(이하 GKL(114090))의 매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며 "한 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GKL의 드롭액(고객이 현금을 게임 칩으로 바꾼 총 현금)이 9900억원에 달했는데, 매출이 계산보다 훨씬 적게 나온 것.

GKL은 홀드율(고객이 잃은 현금 비율)을 14.5% 정도로 관리한다. 드롭액이 9900억원이고, 이 가운데 14.5%가 매출이라고 보면 단순 계산으로 1435억원의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1332억원에 그쳤던 것. 이는 "한 중국인 관광객이 하루에만 20억원을 버는 등 중국인 타짜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제이비어뮤즈먼트가 개장한 마제스타에서도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에 6억원을 따간 VIP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의 카지노 담당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작은 카지노는 고액 베팅 고객 때문에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카지노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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