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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때려치우고 창업이나 해봐?

[기타] | 발행시간: 2013.08.20일 03:05

14년차 기자의 ‘창업결심 캠프’ 체험기… 독자 여러분도 ‘사업가 DNA’ 체크해 보세요

[동아일보]

“회사 다니기도 갑갑한데 창업이나 할까.”

조직생활에 지친 상당수 직장인에게 창업은 ‘마음 속 도피처’다. 그러나 막상 창업을 실천에 옮기려면 덜컥 겁이 난다. ‘과연 내 안에 창업가의 DNA가 숨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경력 14년차인 기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개최한 ‘2013 창업결심캠프(디시전 캠프)’에 예비 창업가 자격으로 참가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결심을 돕기 위해 마련된 이 캠프는 9, 10일 1박 2일간 경기 파주시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에서 열렸다.

○ 첫날, 창업 결심의 첫 관문

캠프에 참가하기 전 미리 사업 아이템부터 정했다. 고민 끝에 언론사 웹사이트의 댓글 코너를 통해 역사적 사건에 대한 독자들의 토론을 유도하고 이를 현대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클라우드 히스토리’ 서비스로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거창한 아이템을 정하고 창업에 나설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투자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사람은 어떻게 뽑아야 할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한편으론 은근히 기대도 됐다. ‘이러다 덜컥 거액을 투자받아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거 아냐?’ 캠프를 향해 가는 기자는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창업가의 첫 관문은 상상과 달랐다. 캠프를 진행한 컨설팅업체 유니타스브랜드는 35명의 예비 창업가에게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짧은 자서전을 써 오라고 주문했다. 캠프 첫날,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을 글로 묘사하거나 자기가 세울 회사의 100년 뒤 최고경영자(CEO)에게 편지를 쓰면서 하루를 보냈다.

이 과정을 거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했다. 또 그 가치를 드러내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기자는 열정, 성찰, 소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끈질긴 탐색가’를 브랜드로 정했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센터장은 “창업의 출발점은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며 “실패의 고난과 성공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참된 나’를 발견해야 창업에 인생을 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민 유니타스브랜드 대표는 “창업 목표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루를 보내며 어느새 기자의 고민은 ‘창업해서 어떻게 먹고살까’에서 ‘나는 왜 창업을 하려는가’로 바뀌어 있었다.

○ ‘창업가는 어떤 사람인가’

그제야 옆 자리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아이템을 들킬세라 조심스러웠던 마음도 풀렸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아이템을 찾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이냐’였다. 35명의 예비 창업가는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서로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나를 뺀 대부분은 창업이 ‘실전’이었다. 왜 창업하려 하는지, 창업가는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기자의 취재 본능이 발동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인생의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권세만 씨는 “을(乙) 노릇만 하는 중소기업 개발자의 삶이 지긋지긋해 선망의 직장이라는 삼성전자에 들어갔지만 월급만 올랐을 뿐 내 삶의 주도권은 여전히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고민 끝에 한 달 전쯤 사표를 내고 내 마음을 뜨겁게 할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창업 할까 말까 고민이세요? 그럼 하지마세요” ▼

공무원 생활을 접으려 한다는 K 씨도 “사회의 모순이나 불편을 개선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지금 일하는 곳에선 그걸 이룰 수 없어서 창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삶이 주는 결핍도 중요한 창업 동기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 중인 조대연 씨는 어려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았다. 아버지의 빚 때문이었다. 힘들 때마다 밤하늘을 보며 뛰었다. 그렇게 모진 마음을 먹고 대학에 들어온 뒤 자신과 같은 청소년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천문학과 우울증 치료를 접목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정의도 달랐다. 현재 벤처기업에 다니는 조용철 씨는 은행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려 모 시중은행에 파견돼 근무하던 경험을 얘기했다. “다른 은행과 합병하던 시기였죠. 엘리트 은행원들이 합병 뒤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양식장의 물고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들을 보며 창업가들은 자기들만의 DNA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창업가는 일반인과 달리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자기 운명을 스스로 바꾸려 하며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 멘토를 만나다

둘째 날 아침 멘토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에 도전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창업을 할까 말까 고민이세요? 그러면 하지 마세요. 창업은 안 하면 미칠 것 같아 못 견디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절대 창업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돈이 목적인 사람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찾고 싶은 사람 △요즘 창업 분위기를 틈타 뭔가 해보려는 사람을 꼽았다.

정일선 소디움파트너스 대표는 최소 30년을 바칠 생각이 없는 사람을,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을 꼽았다. 가슴이 뜨끔했다. ‘나는 옆 자리의 예비 창업가들만큼 절박한가’ ‘나는 성공한 창업가를 배우려 하지 않고 그가 쌓은 부(富)만 바라보지 않았나’….

창업은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인생을 사는 방법을 정하는 것이라는 게 캠프의 결론이었다. 성공 확률 0%대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돈을 대는 에인절 투자자들이 ‘아이템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이 실감 났다. 평생을 바칠 일을 찾기 전까지는 창업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사족> 기자는 개별 멘토링 때 투자 전문가인 임지훈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내 사업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구현과 운영 방법이 모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말문이 막혔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래서 투자할 거냐, 말 거냐”라고 물으니 “애매하다”고 했다. 완곡한 거절이었다.

파주=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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