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3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2ㆍ여) 씨는 매학기 원룸을 구하느라 진땀을 뺀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발품을 팔지만 허위매물이 많다. 최근에도 인터넷을 통해 보증금 300만원, 월세 25만원 원룸을 찾아갔지만, 집 주인은 “그 방은 이미 나갔다. 다른 방을 추천해 주겠다”며 월세 45만원짜리 방을 보여줬다.
현재 신촌 등 대학가의 평균적인 원룸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이다. 관리비, 전기세 등까지 포함하면 60만원가량이다. 전세는 거의 찾기 힘들다. 살던 전셋집도 월세로 전환되기 일쑤다. 김 씨는 “매번 학교 기숙사 추첨에 지원하지만 한 번도 뽑힌 적이 없다. 기숙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 수용 인원은 전혀 늘어나지 않아 원룸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가가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숙사 수용률은 매년 하락해 기숙사에 입주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게 이 같은 원룸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통계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은 2010년 16.4%에서 2011년 16.3%, 2012년 15.6%로 매년 하락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서울지역 47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1.8%였다. 대학별로는 홍익대가 4.2%, 한양대 6.3%, 한국외대 8.1%, 이화여대 8.2%, 고려대 9.2% 순으로 수용률이 낮았다.
이처럼 기숙사 입사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대학가 원룸을 찾고 있지만, 전세물량은 부족하고 월세로 전환한 원룸들도 6개월∼1년치를 한번에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직장인과 신혼부부까지 보다 저렴한 전ㆍ월세를 찾아 대학가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학가의 저렴한 주택을 찾는 직장인과 신혼부부들이 크게 늘었다. 요즘 대학 주변 전ㆍ월세 거래 가운데 60% 이상이 직장인들”이라면서 “전세 물량의 경우에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3) 씨는 “요즘 대학가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다.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 결국 가난한 대학생들은 고시원이나 반지하방, 옥탑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민상식 기자·김지희 인턴기자/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