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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어찌 네 손을 놓아줄까… 제발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렴”

[기타] | 발행시간: 2013.08.31일 06:25

2006년 가습기 살균제로 폐가 손상된 두살배기 아들 준호를 간병하면서 ㄱ씨가 병원에서 일기장에 그린 그림.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ㆍ가습기살균제 사망 두살배기 어머니의 일기

“정말 널 보낼 수 없구나. 네가 엄마의 살아가는 힘이었는데. 엄마가 어찌 네 손을 놓아줄까.”

2006년 6월 초 ㄱ씨(42)의 생후 24개월 된 아들 준호는 원인도 알 수 없는 폐질환을 시름시름 앓다 사망했다. 4월 말부터 상태가 악화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아들은 입원 40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0일 당시 ㄱ씨가 아들을 보살피며 쓴 일기와 병실에서 잠든 아들을 보면서 그린 그림을 공개했다. 슬픔과 분노가 복받치는 하루하루였다.

ㄱ씨는 준호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인 6월1일 “어젯밤 11시부터 무척 앓았더구나. 너무 힘들어 보인다. 미안하다”며 “제발 엄마 곁에서 떠나지만 말아다오. 힘들어하지 마! 꼭 고칠 수 있어”라고 맘으로 아들을 격려했다.

ㄱ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2일 일기에는 “준호 저녁 7시55(분) 하늘나라로 올라감”이라고 쓴 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제발 엄마 손을 놓지 말라고 외칠 뿐. 가여운 내 아들. 내 아들”이라고 적었다. 준호가 떠난 지 이틀 뒤인 4일에는 “네가 크면 이 일기를 보여줄 생각에 병원서 썼다. 이제는 소용이 없구나.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내 아들아. 무섭고 두렵다. 너와의 이별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고 너와의 추억에 그 소중한 것들로부터 엄마가 견딜 수 있을까”라고 일기에 남겼다. 그는 “제발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렴. 사랑한다 영원히 아들아! 엄마 아빠 잊지 마!”라며 아들을 다시 보고픈 마음을 표현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가 준호처럼 세상을 떠난 사람은 150여명이다. 평생 폐질환을 달고 사는 피해자까지 합치면 401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공식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2011년 8월31일이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나 가해 기업에 대한 처벌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정부 조사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도 제조회사들은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이 전혀 없다”며 “지금이라도 기업들은 무릎 꿇고 사과하고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의료비 지원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피해자들이 보기에는 마지못해 내놓은 수준이어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15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초유의 환경보건 피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일언반구 언급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소홀히 취급하는 것이 무척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단체들은 2년 전 정부가 산모 폐질환 사망 사건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밝힌 31일 국회에서 피해자대회와 추모제를 연다. 피해자들과 가족 150여명은 사망자들이 숨진 날짜를 기록한 달력을 내걸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민주당)은 ㄱ씨의 일기를 낭독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8월31일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대회의 날’로 정해 매년 행사를 열기로 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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