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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발원지, 선양으로의 문화유산답사

[온바오] | 발행시간: 2013.09.22일 00:14

▲ [자료사진] 선양 베이링공원

대립과 투쟁의 세상사

선양의 주요 역사 관광지로는 베이징 자금성의 모태가 되었다는 후금(後金)시대의 왕궁 ‘선양 고궁’과 함께 청태종 ‘황타이지(黃太極)’부부가 잠들어 있는 능역 베이링(北陵)공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통상 북릉(北陵)이라 불리는 소릉(昭陵)은 유적지이고, 베이링공원은 북릉을 포함한 주변 금도(禁道)를 포함한 공원이다. 얼핏 보아 모래로 덮은 것처럼 보이는 능의 봉분은 이곳 특산인 흙이라고 한다.

이 외 시간 여유가 있으면 청태조 누르하치(努爾哈赤)의 능역으로 알려진 복릉(福陵 : 동릉이라고도 한다)을 들를 수도 있는데, 능역은 있으되 정작 능은 없다. 능역을 찾을 길 없는 몽골 칭기즈칸의 경우처럼 훗날 발생할지도 모르는 정적으로부터의 능역 훼손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청나라 발흥지이자 청태조의 6대조까지 챙겨둔 선양 인근 신빈(新賓)지역의 능원 영릉(永陵)과 함께 모두 청나라 초기의 대표적인 유적지들이다. 모두 명나라 때의 능원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청나라 고유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양 고궁, 북릉, 동릉, 이 세 곳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황타이지는 당시 산하이관(山海關)을 넘어 명나라가 지배하던 중원으로 쳐내려가기 전 전략적으로 지리적 배후인데다 명나라와 지근관계에 있는 조선이란 화근을 미리 평정하고자 지금의 한반도를 유린했다. 즉 북릉에 잠들어 있는 청태종 황타이지는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일으켜 우리에게 삼전도(三田渡:지금의 송파구)의 굴욕을 안긴 장본인이다. 북릉을 비롯한 이 유적지 세 곳 모두 우리에겐 쓰라린 역사를 담고 있는 곳들이어서 반드시 가 볼 곳이로긴 하되 마음 한편으로는 별로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에 그다지 관심 없고 중국이라면 그저 짝퉁상품과 가리봉동만을 떠올리고 싶은 한국인이라면 굳이 애써 가보지 않아도 되는 곳들이다.

이외 주요 관광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더욱 뜻 깊고 쓰라린 역사 유적지가 있으니, 지금은 선허구(沈河區) 아동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선양관(沈陽館)’이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 봉림대군과 대군부인 장씨가 삼전도 조약으로 잡혀와 볼모생활을 했던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상하이임시정부 건물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역두, 근대 한국 역사 최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eague)로 일컬어지는 이회영 일가가 설립했던 창춘지역의 신흥무관학교와 일제 강점기 시절 우국지사들이 이합집산했던 선양 연변가 등과 함께 공히 중국인들이 앞장서 내세울 리 없는 곳이니 그저 우리가 알아서 들러보고 챙겨볼 수밖엔 없는 곳이다. 사적지임을 알리는 입구 팻말에는 ‘선양관’이 아닌, 세월을 건너뛰어 사용된 ‘일제 남만주철도 봉천공소’로 되어 있다.

사실상 주청(駐淸) 조선대사관 기능을 수행했던 이곳에서 주로 정치적 사안에 몰두한 소현세자와는 별개로 세자빈 강씨가 지금의 남탑(南塔) 인근지역에서 무역과 함께 농경지를 개간해 약 200명에 이르는 심양관의 대식구를 무사히 잘 건사함은 물론 포로로 잡혀온 수많은 조선인 노예들을 속환(贖還)시켜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었다는 조선 여인열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는 8년 간의 인질생활을 청산하고 환국하지만, 부왕인 인조의 정치적 견제로 인해 세자는 독살, 세자빈은 사약을 받고 집안이 몰락하는 비운을 맞게 된다. 폐쇄적이었던 조선을 개방으로 이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훗날의 사가(史家)들은 애석해 하고 있다. 무릇 선양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꼭 한번쯤은 들러볼만한 곳이다. 시내 중심가인 중가(中街) 인근 차오양가(朝陽街)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 [자료사진] 선양세계원예박람원

자연 친화와 어울림

우리 역사와는 전혀 무관한 곳이지만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현지에서 주요 관광코스로 꼽히는 곳은 따로 있다.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야심차게 기획하고 만들었던 세계원예박람원(통상 ‘세박원(世博園)’으로 불린다)이다. 세계의 온갖 화초들을 한자리에 모이도록 해 북방지역에도 1999년 개장한 남방의 쿤밍(昆明) 세박원에 비견될 만한 대표적인 환경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 중앙정부의 복안이었다. 2006년 당시 개막 행사 기간만 6개월이었던 국제적인 대잔치였다. 지금도 시 정부광장에서 출발하는 관광용 2층무개(無盖)버스가 늘 손님들을 거기까지 실어 나르고 있다. 여러 가지 상징적인 조형물이나 부대적인 유기시설도 많지만 환경 컨셉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식물원이다.

한데 그 중심지인 식물원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중국 고대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도끼를 든 ‘반고(盤古)’의 동상이다. 아득한 옛날 혼돈만이 있던 상태에서 거인 반고가 태어나고, 다시 그 거인이 죽은 뒤 몸이 썩어 온갖 자연과 생명을 만들었다는 신화의 주인공이 형상화되어 있다. 반고에 대한 기술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서정(徐整)의 삼오역기(三五歷記)에 등장한다.

식물원에 왜 하필이면 ‘반고’일까? 중국의 발전을 상징하는 화려하고 번듯한 조형물이 중국 대도시 곳곳에 즐비한 이즈음 굳이 ‘반고’를 내세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세상을 창조하듯 척박한 곳에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일까? 글쎄다. 사실이야 어쨌든 이 신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가설을 잠시 되새겨 보자.

태초에 알처럼 생겼던 세상에는 오직 혼돈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거기서 태어난 반고는 세상의 껍질을 도끼로 깨뜨렸고, 이로 인해 세상은 처음에 하늘과 땅으로 나뉘어졌다. 이렇게 하늘과 땅이 갈라졌지만 이 둘이 다시 붙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반고는 하늘을 떠받쳤다. 이렇게 하기를 1만 8천년. 그러는 동안 하늘은 더욱 올라갔고 땅은 굳어져 마침내 둘 사이가 멀어졌지만, 죽을힘을 다한 반고는 마침내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세상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만들었다. 반고의 두 눈은 각각 해와 달, 숨결은 바람, 구름, 안개가 되었고, 목소리는 천둥이 되었다. 또 몸뚱이는 산, 피는 강물과 바다가 되었으며, 살과 지방은 기름진 논과 밭이 되었다. 그리고 솜털은 세상의 초목, 뼈와 이빨은 광물과 보석이 되었다.

이러한 요지의 이 신화가 흥미로운 것은 탄생의 순서가 ‘혼돈-자연-인간’이 아니라 ‘혼돈-인간-자연’의 순서라는 점이다. 저 하늘과 별과 구름이 모두 우리 몸에서 나왔다니 그야말로 대단히 인간중심적인 중국 고대인들의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달리 생각해 보면 내 몸과도 같은 자연인만큼 내 몸 아끼듯 대해야 마땅하다는 논리의 유추 및 설득도 가능하겠다. 중국인들에 있어 친환경을 주제로 한 철학과 관념, 상징에는 ‘반고신화’ 만한 적합한 소재가 없는 듯하다.

4년마다 열리는 중국의 전국체전(全運會)이 12회째를 맞으며 이곳 선양에서 열렸다. 대회를 기화로 도시 전체 경관이 업그레이드된 건 반갑지만 외국생활을 하는 우리는 준비기간부터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어쨌거나 대회 기간 내내 마스코트로 나부낀 ‘닝닝(寧寧)’은 해달(海龍)을 형상화한 것이었고, 대회가 지향한 컨셉은 친환경이었다. 세박원을 거쳐 전국체전에 그려진 그런 컨셉과 기획이 잘 전개되고 실행되어 이곳 생활환경이 보다 친환경스러워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나아가 지나간 역사의 유적지는 인간들의 대립과 투쟁을 웅변으로 보여 주고 있지만, 근래에 이곳에서 이루어진 주요 성과물들은 모두 자연과의 어울림과 조화를 지향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 사이 역사가 많이 발전하긴 했는가 보다. (pjt00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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