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서 인질극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30분께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제과점에서 김모(57)씨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뒤 A(48·여)씨를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사건 현장은 주말 밤인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인근이라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시간여 동안 이어진 인질극을 유심히 지켜보던 시민들은 강남 한복판에서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과점 인근의 한 미용실 업주 B씨는 "김씨가 오후 6시30분께 미용실에 들어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가게에 여성 손님들이 많아 행패를 부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김씨에게 경고하자 물러났다"면서 "술에 약간 취한 상태로 보였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모(30여·)씨는 "보기엔 평범한 50대 남성이 이 같은 인질극을 벌였다니 놀랍다. 이제 무서워서 밤에 혼자 못 다닐 것 같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50여명은 제과점 안에 있던 종업원과 손님들을 즉시 대피시키고 가게 주변 시민 100여명의 접근을 차단한 채 김씨와 대치했다.
경찰의 설득 끝에 김씨는 밤 12시15분께 인질로 붙잡고 있던 A씨를 풀어줬다. A씨는 다행히 다친 곳없이 무사히 자택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A씨를 풀어준 뒤에도 흉기로 자해 위협을 하며 대치하다 10여분 뒤 경찰에 제압 당해 강남경찰서로 연행됐다. 그제서야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휴대폰을 꺼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기에 바빴다. 취재진보다 더(?) 뜨거운 경쟁 탓에 서로 부딪혀 넘어지기도 했다.
대학생 성모(23)씨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라 여자친구에게 보여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면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아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의 설득과정에서 "나를 죽여달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미행하는 것 같다"며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으며 "과거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망상에 빠져 불특정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인질협상팀 관계자는 "김씨가 특별한 요구없이 인질을 잡고 있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다며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듯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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