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과학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스마트'하긴 한데, 정녕 '시계'인가요

[기타] | 발행시간: 2014.03.23일 12:06
구글의 입는컴퓨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웨어'가 공개됐다. 반응은 좋다. 특히 모토로라의 '모토360'에 대한 호응이 높다. “이 정도면 디자인은 합격”이라는 반응이다. 사고 싶다는 사람도 많다. 그럼 모토360은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동그란 디스플레이에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을 했을 뿐이다. 기능은 LG전자가 내놓은 'G와치'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를 쓴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나 소니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토360을 눈여겨본다. 디자인 때문이다.



반대로 갤럭시기어가 처음 공개됐을 때 기능에 비해 혹평을 받은 이유 역시 디자인 때문이다. 기능만 보면 갤럭시기어는 몸에 두를 수 있는 기기 중 가장 화려하다. 심지어 이 기계엔 사진 찍어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시계가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상당수의 웨어러블 기기는 아직도 디자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항상 “시계는 시계 업체에게, 전자는 전자 업체에게”라는 주장을 한다. 스마트폰을 전자회사보다 시계 회사가 더 잘 만들기 어렵듯, 시계도 전자제품 회사가 만들기는 쉽지 않다. “시계를 사려는 소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라고 묻고 싶다. 아니, ‘사람들이 손목에 차고 싶어하는 것이 스마트폰을 줄인 기기인지, 새로운 시계인지’부터 좀 생각해보자.

모바일 신용카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우리는 많은 재화를 인터넷에서 구입한다. 물까지 온라인 마트에서 주문할 정도다. 인터넷에서 뭘 주문하고 택배로 받는 시스템, 그러니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돈을 쓰는 건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실물에 대한 결제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려는 서비스는 썩 잘 통하지 않는다.



왜 잘 안 쓰게 될까? 신용카드처럼 스마트폰을 리더에 찍으면 결제되고 나중에 청구되는 서비스만 갖춰진다면 우리는 지갑을 갖고 다닐 이유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게 사람의 심리인 것 같다. 사람들은 편리함을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 속에는 과시욕이 있다. 말로 꺼내놓지 않을 뿐 뭔가 갖고 싶고, 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기본 욕구다. 이를 통해 사람을 판단하고 가치를 매기는 분위기로 번진 것이 틀린 것이다.

음식점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고 음식값을 내는 동안 자켓 안쪽에서 지갑을 꺼내고 그 안에서 신용카드를 뽑아 직원에게 건넨다. 이 짧은 순간에 지갑, 시계, 그리고 신용카드가 눈에 띈다. 멋이라는 가치를 채워주기 충분하다. 돈을 세서 내는 계산법에서 신용카드로 바뀐 것도 되돌아보면 편리성도 있지만 신용카드를 쓴다는 점에 대한 문화적 가치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그리고 강렬한 색으로 특정 신용카드에 대한 스토리를 담아낸다. 빨간색과 보라색이 대표적인 현대카드의 상품이다. 심지어 현대카드는 플라스틱 대신 리퀴드 메탈까지 가져다 쓰는 사치를 보인다.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은 꼭 연회비가 비싼 신용카드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다. 어떤 신용카드를 쓰는지는 꽤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다만 그동안의 모바일 결제는 그 중에서도 결제 수단과 기술 그 자체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모바일카드를 써야 할 이유를 잘 찾기 어렵다. 아직 우리의 머릿속에는 물건을 결제할 때 스마트폰을 태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태깅이 교통카드 찍는 걸 떠올린다’는 반응도 돌아왔다. 보여지는 것도, 이용하는 경험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는 새로운 기술이 빨리 자리잡게 하는 촉진제도 됐다가, 연착륙을 막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구글안경도 마찬가지다. 구글안경으로 뭔가 하는 모습을 보면 기능적으로는 끌린다. 그러다가도 ‘이 안경을 쓰고 다니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약간 멈칫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길에서 구글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 돌아보는 이들이 많다. 일부 장소에서는 구글안경을 금지하기도 한다. ‘글래스홀’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반적으로 통하는 말이 됐다. 좀 더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는 디자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시 안드로이드웨어 이야기를 해보자. 앞서 이야기하던 손목에 찰 기기가 스마트폰을 줄인 것인지, 시계의 또 다른 형태인지 결론이 났는가? 모토360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모토360은 ‘시계’라는 출발점이 먼저 보인다. 기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에 맡긴다. 물론 모토로라가 구글에서 떨어져 나오기 전부터 개발했던 제품이겠지만, 그 역할은 분명 구분돼 있다.



시장이 시계를 좀 더 패션소품의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를 과시하는 용도도 있겠지만 멋을 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대가 더 크다. 아마 사람들이 손목시계를 더 열심히 차고 다니던 시절이었다면 많은 기능이 더해진 것에 관심을 끌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시계는 사람들의 손목에서 떠난 지 오래다. 요즘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기기가 아니다. 멋과 감성, 과시가 응축된 액세서리다. 그 중에서도 역시 디자인과 브랜드를 통해 보여주기 위한 역할을 무시하지 못한다. 시계는 마니아 제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는 그 부분을 놓치고 지나갔다. 모토360은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이 있는 젊은층들이 패션시계처럼 구입하기에 괜찮아 보인다. 모든 브랜드를 대신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일반적으로 어렵지 않게 차는 스와치 정도를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도 잘 팔릴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기기의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필요한 건 태그호이어 시계 대신 찰 것, 혹은 이제 손목에 뭔가 거치적거리는 게 불편한 이들을 끌어올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주는 기기여야 한다.

오원석 기자는 안드로이드웨어를 통해 제품간 차별화를 가져가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 생각은 반대다. 오히려 이 시장은 소프트웨어적 기능면에서는 단순화하면서 기능적인 부분은 완전히 구글에게 넘겨주는 편이 낫겠다. 대신 칩과 소프트웨어를 모듈처럼 만들고 시계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통해 현재 시계에 대한 수요를 먼저 공략하는 편이 낫다. 업계가 모토360에 대한 반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시계를 1년마다 갈아치우도록 하는 것은 반대다. 그런데 그게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로서는 더 이끌어내야 하는 딜레마다. 그게 시계가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자 다르게 봐야 하는 부분이다. 한 번 구입해서 오래 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구글이 소프트웨어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더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시장에 전면으로 뛰어들어 가치를 만들어낼 플레이어는 모토로라, 소니, 삼성이 아니라 스와치그룹, 리쇼몽(리치몬드)그룹, 그리고 LVMH 같은 기업이다. 이들이 기존 브랜드와 디자인에 안드로이드웨어 같은 표준 플랫폼을 직접 접목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LG전자가 프라다와 제휴해 만든 '프라다 링크' 같은 제품이 좋은 사례 아닌가. 양쪽을 다 잘 하는 카시오 같은 회사는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지금 웨어러블 기기를 염두에 둔 업계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안 차던 사람보다는 뭔가 손목에 차던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블로터닷넷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33%
30대 67%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에릭(45), 나혜미(33) 커플 그룹 신화의 멤버이자 배우 에릭(45)과 모델겸 배우 나혜미(33) 커플이 어린이날을 맞아 유년 시절의 사진을 대방출했다. 에릭은 지난 5월 5일(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채널에 ‘해피 어린이날 문정혁 어린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수의 사진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 습근평 주석 방문, 중국-세르비야 관계의 새로운 시대 열 것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 습근평 주석 방문, 중국-세르비야 관계의 새로운 시대 열 것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풍경(4월 29일 찍은 드론사진) /신화넷 1일에 찍은 중국전력건설그룹이 건설을 맡은 세르비아 국가축구경기장 프로젝트 공사 현장. /신화넷 리명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는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도 중국-세르비아의 두터운 우정은 굳건히 유지

습근평,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습근평,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

현지시간으로 5월 6일 오후 습근평 국가주석이 빠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습근평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에 즈음하여 프랑스에 대한 제3차 국빈방문을 진행하게 되여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두 나라 관계의 소중한 60년 로정

룡정시법원, 휴대전화 불법개조사건 판결

룡정시법원, 휴대전화 불법개조사건 판결

사건 회고 최근, 룡정시인민법원은 피고인 원모1, 원모2, 원모3이 도청 및 사진용 특수 장비를 불법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한 범죄를 공개적으로 심문 처리하였다. 피고인 원모1은 원모2, 원모3과 함께 2023년 10월 말부터 2023년 12월까지 광동성 혜주시에서 영리를 목적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