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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세월이 남긴 과자향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3.21일 08:52
《기억속의 60년》-연변조선족자치주창립 60주년 특별기획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나는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세월이 남겨주었던 그윽한 과자향기를 못잊어하며 아버지의 따뜻한 자식사랑에 아련한 추억의 갈피를 뒤적인다.

내가 다섯살나던해였다. 중급법원에서 사업하시던 아버지가 “민족우파”로 몰려 억울하게 감방살이를 떠난지 얼마 안되여 어머니는 면회를 허락받았다.

로할머니와 할아버지내외, 고모와 어린 두 삼촌, 올망졸망 우리 네형제들까지 네세대 열한명의 식구가 어머니의 로임으로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형편에 무엇을 아버지한테 마련해가지고 가야할지 어머니는 고민이였다.

시골에 계시는 외할머니가 소식을 듣고 몇근 안되는 미숫가루와 볶은 콩을 들고 찾아왔고 퇴근길에 어머니는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배급된 과자 한근을 사왔다.

철부지들의 눈을 피하려했지만 두살짜리 작은 녀동생이 어느새 눈치채고 고사리 손을 내밀었다. 아버지께 보내는 약이라며 동생을 달래던 어머니는 어린것들의 손이 닿지못할 높은 시렁에 과자봉지를 담은 질그릇을 올려놓았다.


떠나기 전날밤이였다. 퇴근하여 돌아온 어머니는 할머니가 며칠밤을 새워가며 헌 옷을 뜯어 한뜸한뜸 누빈 솜옷과 시렁에 감추었던 과자, 미수가루와 볶은 콩까지 보 따리에 차곡차곡 싸서 마루에 밀어놓았다.

여느때 같으면 장난에 지쳐 일찍 잠들었으련만 그날따라 한돐 안 되는 큰 남동생 외의 세자매들은 눈이 초롱초롱해 마주 앉아 잘념을 안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심각한 표정에 먹을것을 달라는 말은 입밖에 내지도 못했다. 철이 들어서가 아니라 꾸지람이 무서웠던것이다.


보따리에 숨겨진 과자는 커다란 유혹이였다. 코를 맞대고 냄새를 맡기도하고 조 심스럽게 보따리를 만지기도하면서 나는 어머니의 분부대로 파수군마냥 동생들을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이튿날 어머니는 큰 남동생을 둘러업고 보따리를 이고 길을 떠났다. 구질구질한 날씨였지만 집안에서 갑갑했던 우리 세 자매는 한낮이 되여 여느때와 같이 울타리안에서 흙장난을 하며 뛰놀았다.

그때 마침 옆집 동갑내기 계집애가 커다란 색과자를 들고 울타리 밖에서 먹고 있었다. 나와 년년생이였던 네살난 동생과 두살난 동생까지 세자매는 과자가 먹고싶어 대문을 열고 뛰쳐나가 그애의 꽁무니를 쫓아 다니며 우리집에 들어가 함께 놀자고 유혹했다. 듣는척도 않던 그애는 과자를 흔들어대며 약을 올렸다.

구정물 버리려 나오셨던 할머니가 그것을 보더니 그애를 달래 집에 들여보내고 우리를 불러들여 세수를 시키고 찬장에서 누룽지를 꺼내 나누어주며 어머니가 돌아오면 과자를 사다준다고 약속했다.

평소에 맛나던 누룽지도 그날은 별로였다.작은 녀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옆집으로 가자고 나를 잡아끌었다. 곁에서 보던 할머니가 저녁에 감자를 구워준다고 해서야 동생은 울기를 멈췄다.

어머니가 떠나 삼일 되던 늦은 밤이였다. 두런두런 어른들의 말소리에 잠에서 깨 여난 나는 곁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를 보고 너무도 놀랍고 기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며칠 사이에 초췌해지신 어미니는 나를 품에 꼭 껴안아주시더니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던지 보따리를 헤치는것이였다. 찢어진 누런 포장지사이로 과자가 빠금히 얼굴을 내밀고있었다. 어린 자식들이 생각나 돌려보낸 아버지의 사랑이였다.


과자 몇개를 나의 손에 쥐여준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그릇을 찾아 과자를 쏟고 포장지를 펼쳤다. 의외로 포장지에는 파란 잉크로 그림까지 그려져있었다. 울창한 수림에 나래치는 새 몇마리, 아버지는 그토록 원하시던 자유를 자식들이 누리기를 바랐지만 어린 그때는 아버지의 고심을 알리가 없었고 머리에는 온통 과자생각 뿐이였다.

나는 다급히 동생들을 깨웠다. 어머니가 말렸지만 칭얼거리며 돌아눕는 동생들의 입에 억지로 과자를 밀어넣었다. 잠에서 깬 동생들은 눈이 휘둥그래져 어머니와 과자를 번갈아 보더니 그제야 영문을 알았는지 눈을 부비면서도 과자를 움켜쥐고 어머니의 무릎에 앉았다.

후일 명절이나 휴일이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공원놀이를 다니는 애들이 부러워 어머니와 칭얼거릴 때마다 어머니는 장농에서 아버지가 보내 주신 그림편지를 꺼내 보이며 “출장”간 아버지가 돌아오면 공원놀이 간다고 달래였다.

삶이 풍요로와 이제 과자는 물론 다른 먹거리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사랑과 아버지가 돌려보낸 과자, 그리고 그림편지는 오랜 세월속에서도 여전히 은은한 맛과 향기로 가슴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영원한 힘으로 살아있다.


중국생명보험 연길지회사 림선자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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