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게임=서형욱] 히우지자네이루(브라질)= 브라질 월드컵의 초반 열기가 뜨겁다. 매 경기 많은 골들이 터지고, 수준 높은 플레이들이 계속되고 있다. 모두가 기대했던 빅 스타들이 모두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활약을 펼치며 대회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리는 중이다. 지금 국내외의 여러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가 자신의 '인생 대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다. 많은 이들이 21세기 최고의 축구 대회로 꼽는 유로2000의 경기력과 이야기를 능가하는, 그야말로 '진짜' 월드컵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각 팀 에이스들이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활약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한 장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른 바르셀로나 선수들 사진. 이 세 선수는 월드컵 첫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각자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초반부터 '이름 값'하는 스타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톱 스타들의 활약이다. 각 팀의 에이스들이 자신의 이름 값을 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개최국 브라질의 첫 승을 이끈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나란히 2골씩 넣으며 거함 스페인을 격침시킨 네덜란드의 골잡이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르연 로벤(바이에른 뮌헨), 탁월한 완급조절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은 이탈리아의 '축구 도사'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 칠레가 호주를 꺾는 데 주역이었던 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 그리고 어제 각각 2골과 1골 1도움으로 팀 승리를 견인한 프랑스의 에이스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까지. 고작 며칠 사이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슈퍼 스타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데에만 벌써 몇 줄이 소모될만큼 이번 대회는 각 팀의 에이스들이 활개치는 무대가 되고 있다. 그간 월드컵이 슈퍼 스타들의 부진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던 것에 비하면 반가운 소식이다. 긴 유럽 시즌을 마치고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대회에 임하느라 초반에는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흔했지만, 그 사이 이러한 아쉬움을 학습한 행정 조치(리그 종료일 앞당기고)와 각 팀의 맞춤 훈련(체력 훈련 중심)으로 선수들이 이전에 비해 좋은 몸 상태로 대회에 나선 덕분이다. 이처럼 에이스들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경기의 질도 향상됐다. 팬들이 대회 초반부터 TV 중계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축구야, 드라마야' 역전극의 향연
스타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승부 자체의 재미도 극대화되고 있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출발은 개막전이었다. 수비수 마르셀루의 자책골로 선제 실점을 한 개최국 브라질은 네이마르와 오스카를 앞세워 3-1 호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최대의 충격 중의 하나였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도 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상대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끌려간 네덜란드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속공을 시도해 승부를 5-1로 뒤집었다. 카바니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가 후반에만 3골을 터뜨리며 3-1 역전승을 거둔 코스타리카나 에콰도르에 선제골을 내준 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챙긴 스위스, 일본의 혼다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드록바의 교체투입과 함께 단숨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코트디부아르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치러진 11경기 중에서 무려 5경기가 역전극으로 끝났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경기에서 역전극으로 승부가 마무리된 것이다. 스포츠에서 관전자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모든 승부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약체가 강호를 잡을 때, 거의 끝난 것처럼 여겼던 경기가 막판 극적인 득점으로 결과가 뒤바뀔 때 팬들은 극도의 쾌감을 느낀다. 이번 대회는 관전자들에게 바로 그 경험을 거의 매일 선사하고 있다. 이제까지 단 한 차례도 무승부가 나오지 않은 결과나, 중요한 순간에 나온 오심마저도 이번 대회에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온두라스를 상대로 '해트트릭급' 활약을 펼친 벤제마의 두번째 골. 온두라스 골키퍼 발라다레스의 손에 맞고 들어가면서 자책골로 기록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골 폭풍, PK와 자책골까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대회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골'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 무득점 경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치러진 11경기에서 모두 37골이 나왔다. 이는 경기당 3.4골에 해당하며, 다득점 경기가 많았던 1958년 월드컵(3.6골)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이후 월드컵에서는 56년간 단 한 번도 경기당 3골 이상 터진 대회가 없었다. 아무리 약체로 분류되는 팀이라도 좀처럼 걸어잠그는 법이 없는 이번 대회의 경향은 이처럼 기록이 말해준다. 다양한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서는 모든 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득점을 노리며 꾸준히 상대 문전을 두드리고 있다. 골이 나오는 방식도 다양해서 머리로, 발로, 때로는 자책골이나 페널티킥으로 매 경기 빠짐없이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책골과 페널티킥 골의 증가다. 전체 경기의 1/5도 채 치러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미 PK골이 4골, 자책골이 3골이나 나왔다. 오심 논란 속에 주심들의 과감한 PK 선언이 잦아진 것도 눈길을 끌지만, 역대 한 대회 최다 기록(4골)에 이미 근접한 자책골 역시 이채로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불운이 겹친 탓이 크지만, 문전에서의 혼전이 격화되면서 자책골이 늘어난 것이기도 하다. 페널티킥과 자책골은 모두의 예상 범위 밖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축구의 의외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여러 측면에서 축구팬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그야말로 '진짜' 월드컵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남은 한 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형욱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