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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가난에 찌든 달동네가…'깜짝'

[기타] | 발행시간: 2012.03.16일 04:01
관광명소로 거듭난 부산 산복도로 달동네


감정초교 앞 감천고개에서 내려다본 감천동 정경. 건물 외벽에 곱게 칠한 푸른색은 어느덧 조금씩 빛이 바랬다. 하지만 오밀조밀 모여 붙은 집집마다 가난하되 인정 많은 산동네 주민의 삶이 배어 나왔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이치는 봄날. 행선지를 부산으로 정한 건 한 장의 흑백사진 때문이었다.

 어느 산동네 사진이었다. 다랑논처럼 좁고 긴 단층집 수십 채가 다닥다닥 산비탈을 메웠다. 그 사이로 가느다란 길이 지렁이처럼 꿈틀댔다. 유일한 단서는 사진 옆에 적힌 '부산, 1957'이란 메모뿐이었다.

누군가 사진 속 장소를 일러줬다. 1957년 부산시 사하구에 형성된 '태극도 마을'. 지금은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이었다. 부산 토박이인 그가 구수한 사투리로 설명을 보탰다. "부산에는 산동네가 엄청 많데이. 한국전쟁 때 전국에서 온 피란민이 다 이런 데서 살았다 카더라."

감천동이 지금 모습과 비슷해지기 시작한 건 1957년 즈음이었다. [부산시 제공]시계 태엽을 1950년 여름으로 되감았다. 경기도에서, 충청도에서, 멀리 이북에서 보퉁이를 이고 진 피란민이 꾸역꾸역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3년이나 이어졌고, 포격에 떠밀려온 피란민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피란민은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에 몰렸다. 국제시장에는 부산항을 거친 온갖 물건이 드나들었다. 자갈치시장 일대 크고 작은 어시장은 늘 일손이 모자랐다. 적어도 시장에선 굶어죽을 걱정은 적었다. 시장이 밀집한 중구는 주변에 산이 많았다. 시장에 삶을 내맡긴 피란민은 자연히 산동네 주민이 됐다. 얼기설기 세운 판잣집은 산을 타고 꾸역꾸역 기어올랐다.

 "부산은 8부능선까지 전부 동네지예."

 부산에서 만난 이북 피란민 2세의 말이다. 그는 50여 년 전 실향민이 된 부모를 따라 부산에 왔다. 그가 다섯 살 되던 무렵이었다. 그의 가족은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에 정착하는가 싶다가, 다시 부산진구 가야동으로 옮겨갔다. 산동네에서 산동네로, 남루한 삶이 계속됐다. 새벽녘 산동네 사람들은 별빛에 의지해 시장에 나갔다가 하루 해가 저물어야 가까스로 허리를 펴며 비릿한 한숨을 내쉰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태반이 60대 이상 노인이다.

 그러나 감천동 문화마을은 입구부터 거대한 갤러리 같았다. 신진 작가의 재기발랄한 벽화며 설치물을 3년 전부터 조화롭게 배치한 덕택이다. 그러면서도 거미줄처럼 얽힌 사통팔달(四通八達) 골목과 공동우물 등 마을의 옛 모습은 훼손하지 않았다. 감천동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씩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부산 산동네는 지금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구봉산~구덕·천마산~엄광산 중턱을 잇는 산복도로(山腹道路) 주변이 생기를 되찾고 있다. 산복도로는 부산 달동네에 난 길을 이은 산 중턱의 도로로, 부산에서 산동네를 상징하는 길이다. 지난해 시작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제2, 제3의 감천동 문화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부산시의 의지다. 10년에 걸쳐 산복도로 전체를 문화관광 명소로 가꾸겠다는 다부진 포부가 담겨 있다. 부산의 달동네를 여행하는 건, 부산의 살아있는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글=나원정 기자 < wjnajoongang.co.kr >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 sdy11joongang.co.kr >

나원정.신동연 기자sdy11@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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