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유독 타당한 색들이 있다. 6가지 온순한 색을 별것 아니게 쓰는 법.
Cream
크림색을 고르는 용기라면 칭찬이 당연하다. 흰색보다 나태하고 캐멀색보단 향락적인 색. 어두운색을 빌려 쑥스러움을 가리기보단 작정하고 온통 크림색으로 맞춘다. 쓰임새가 쉬우려면 니트를 선택하고, 모든 옷의 실루엣은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운동화를 신거나 갈색 구두를 신는 건 맥 빠지는 일이다. 검은색의 정직한 더비 슈즈나 첼시 부츠로 긴장감을 줘야 제대로다.
Camel
어떤 캐멀색이 들이닥친다 해도 절대 실패할 일 없는 방법은 흰색 옷과 데님을 곁들이는 것이다. 가장 완벽한 캐멀색 옷은 코트와 스웨터이니, 같이 입기도 따로 입기도 해본다. 거대한 버터 스카치 캔디로 보이지 않으려면 바지는 돌돌 걷은 데님 팬츠 말곤 없다. 스웨터 안에는 흰색 옥스퍼드 셔츠를 입는다. 순진한 남자로 보이는 데 이것보다 쉬운 건 없으니까.
Khaki
카키가 가장 예쁜 건 군복이다. 하지만 “밀덕” 혹은 일용직 노동자쯤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질서정연하게 입어야 한다. 요즘 나온 군복 모티브 옷들은 얌전한 게 많아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특히 항공 점퍼인 MA-1이 쉽다. 이너로는 이것저것 생각 말고 피부처럼 얇은 터틀넥 니트 한 장이면 된다. 그리고 바지는 어두운색의 슬림하고 똑 떨어지는 걸로 입는다. 여기에 꼭 담백한 구두를 신는다.
Burgundy
포도주처럼 요염한 색. 그래서 중요한 건 구석구석 담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건디 중에서도 유독 농담이 고급스러운 걸로만 고른다면 해가 될 일은 없을 거다. 버건디 아우터를 입기엔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해서 역시 스웨터가 낫다. 모헤어로 만든 복슬복슬한 스웨터면 좋고 벽돌색이나 팥죽색 울 팬츠를 같이 입는다. 생지 데님처럼 안전한 건 따분하다.스카프를 귀엽게 두른다면 더 좋고.
Navy
가장 고상하고 냉철하고 지적인 색. 네이비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 무얼 더하거나 하는 것이 참 쓸모없다. 온통 네이비만으로 통일하는 것이 경제적이란 뜻. 수트를 고르면 더욱 쉬워진다. 대신 엄격하지 않고 분방한 수트여야 한다. 이를테면 조거 팬츠 수트 같은. 여기에 별 장식이라곤 없는 비슷한 색의 이너를 입는다. 신발은 새하얀 운동화가 가뿐해서 잘 어울린다.
Gray
회색은 우아하고 도시적일 수도, 무료하고 냉소적인 룸펜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색이다. 평온하지만 동시에 위태로운 색. 회색은 단계별로 예쁘지 않은 색이 없다. 그 색들을 되는 대로 섞어 입는데, 이너와 팬츠의 색은 맞추고 아우터는 다른 색으로 입는다. 무던한 와이드 팬츠에 글렌 체크 코트를 입으면, 룸펜 같다가도 세련돼 보인다. 뭉툭한 흰색 운동화나 수더분한 검은색 구두가 제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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