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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가을 야구가 그리운 LG 트윈스

[기타] | 발행시간: 2012.03.31일 08:47
[오마이뉴스 김중겸 기자]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은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디 라소다 감독뿐이었을까.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추위도 어느새 누그러졌다. 계절의 시침은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야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야구팬들이 고대하던 프로야구 개막이 다가왔다. 지난 시즌 68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제 2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올 시즌 700만 관중을 목표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서게 된다.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각 팀의 전력평준화는 물론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 김병현등 거물급 스타들의 복귀는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겨울 동안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지만 프로야구계는 '아픈 만큼 성숙'을 되새기며 낮은 자세로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어느덧 서른 한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2012 프로야구. 그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한 시즌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늘부터 8일간 각 팀의 전력을 미리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순서는 지난 시즌 최종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 팀은 지난 시즌 공동 6위 LG 트윈스다.

▲1년만에 돌아온 LG 트윈스의 봉중근

ⓒ KBO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년이...'

2001년 목소리만으로 전국을 강타했던 브라운 아이즈의 데뷔곡인 < 벌써 일년 > 의 일부분이다.

이듬해인 2002년 LG트윈스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승엽, 마해영의 끝내기 백투백 홈런으로 6차전 끝에 삼성에 무릎을 꿇었다. 대구까지 원정응원을 간 LG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내년을 기약했다.

2003년. LG는 6위에 그쳤고, 팬들은 가을야구를 즐길 수 없었다. 팬들은 94년 우승감독이었던 이광환 감독이 복귀한 첫 해였기 때문에 내년에는 괜찮아지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 생각만으로 '벌써 10년'이 흘렀다.

LG 팬들은 지난 9년 동안 가을잔치에서 소외돼 왔다. 올해마저 초대장을 받지 못한다면 10년을 꼭 채우게 된다. 2002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LG트윈스 팬은 올해 대학교 신입생이 됐다. 그동안 네 명의 감독(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이 '김성근 저주'의 희생양이 됐으며 홍현우와 박명환에게 투자한 58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LG에 있을 때는 자리가 없었던 이용규와 김상현은 기아의 핵심타자들로 성장해, 한 명은 국가대표 1번 타자로 다른 한명은 2009년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2년에 걸쳐 야심차게 영입한 영건 2인방은 프로야구 최초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마운드를 떠나게 됐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 10년째 되는 올해. LG 팬들은 가을점퍼를 입고 야구장으로 향할 수 있을까.

보강은 없고, 손실만 있다

지난 겨울은 LG 팬들에게는 특히나 추웠다. 조인성·이택근·송신영 FA 3인방이 모두 팀을 떠났고, 박현준과 김성현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영원히 야구계와 작별하게 됐다. 주전포수와 마무리, 선발 투수 2명을 잃었지만 전력보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택근의 빈자리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LG에서 주로 1루를 맡았던 이택근이 빠졌지만 그 공백은 작은 이병규가 메울 수 있다. 큰 이병규-이대형-이진영으로 이어지는 외야라인은 탄탄하며, 오히려 'BIG 5'에서 한 명이 빠져나감으로서 교통정리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조인성이 빠져나간 포수와 선발투수 자리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포수 자리는 뚜렷한 대체자가 없다. 심광호, 유강남, 나성용, 윤요섭 등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확실한 신뢰를 주기에는 부족하다. 지난해까지 조인성의 백업포수였던 김태군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팀 자체적으로 펼친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하며 김기태 감독의 실망을 샀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경험이 많은 심광호를 기용하다 시간이 지나면 신인 유강남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수는 농구의 가드, 배구의 세터와 같이 팀을 리드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다. 신인선수가 짊어지고 가기엔 그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포수자리의 공백은 올 시즌 LG가 안고 가야 할 뇌관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LG의 2선발을 맡아줘야 하는 임찬규

ⓒ KBO

조인성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올 시즌 LG의 선발진이 8개 구단에서 가장 약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확실한 선발은 주키치 뿐이다.

올 시즌 선발전환을 노리는 임찬규는 이제 갓 2년차에 불과하다. 김광삼은 어느덧 데뷔 13년차지만 시즌 최다승이 8승에 불과하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머지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될 이대진, 정재복, 임정우 은 경험과 체력면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카드들이다. 박현준, 김성현의 공백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야구는 투수가 던진 볼을 포수가 받으면서 시작한다. 불안한 선발투수진과 허약한 포수진의 조합은 올 시즌 LG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짜임새 갖춘 타선과 풍부해진 불펜

그렇다고 LG가 만만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택근과 조인성이 빠져나갔지만 타선은 여전히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출루율만 높일 수 있다면 이대형은 최고의 1번타자 가운데 하나이며(김기태 감독은 한때 박용택 1번 기용론을 피력했지만, 시범경기에선 이대형을 리드오프로 기용하고 있다.) 이진영-정성훈-박용택-이병규로 이어지는 중심타선도 수준급이다.

'한방'을 갖춘 선수가 부족하지만 연결력 면에서는 안정적인 타선이다. '작은' 이병규와 서동욱은 이택근의 이적과 박경수의 군입대로 자신들의 공격재능을 뽐낼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며, 오지환은 겨우내 공·수에서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한 선수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 LG의 뒷문을 책임지게 된 리즈

ⓒ KBO

불펜도 풍성해졌다. 송신영의 이적으로 공석이 된 마무리 자리는 리즈가 낙점을 받았고,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한 봉중근과 경찰청에서 제대한 우규민도 불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 밖에 유원상, 이동현, 한희의 우투수들과 이상열, 류택현, 이승우 등의 좌투수들은 좌·우 균형을 이루고 있어 상대 타자의 다양한 요소마다 대처가 가능해졌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몇 시즌 간 경기를 지켜보는 LG 팬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던 불펜에 비해 선택의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을 전망이다.

선발과 불펜의 조화를 찾아라

신임 김기태 감독은 일단 '불펜의 힘'에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무게중심이 선발에 비해 불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주키치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개막에 맞춰 결정될 다섯 명의 선발투수가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이룰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LG 신임 김기태 감독

ⓒ KBO

김기태 감독의 이러한 의중은 기존 불펜투수들에 대한 신임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활약을 했던 한희는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며, 2010년 홀로 불펜을 책임졌던 이동현은 작년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봉중근도 1년간의 공백을 무시할 수 없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풍부한 가용자원을 활용해 뒷문을 단단히 한 뒤, 불펜 투수의 선발전환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만일 올 시즌엔 선발로 나설 수 없는 봉중근과 군에서 돌아온 우규민이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들 중 하나를 마무리로 돌리고 리즈를 선발로 돌리는 복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토퍼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확실한 선발카드를 한 장 쥐고 있는 것과 두 장 갖고 있는 것은 천양지차다.

LG 불펜에는 선발로도 제 몫을 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충분히 있다. 마무리 리즈뿐 아니라 롱릴리프를 맡게 된 유원상 역시 언제든 선발 전환이 가능하다. 우규민도 지난해 경찰청에서 선발로 뛰며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15승 무패 2.34) .

기존 선발 투수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김기태 감독의 투수진 재편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난해 중반 이후 LG는 경기 초반 선발투수들의 붕괴로 힘겹게 추격만 하다 힘만 빼고 패하는 경기들이 많았다. 이러한 경기들이 계속되면서 LG 선수들은 정신적·육체적 피로에 시달렸고, 이는 결국 시즌 막판 4위 추격의 동력을 잃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10년만에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LG. 타선은 분명 경쟁력이 있고,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선발진은 LG가 많은 전문가들로 하여금 '약체'로 평가받는 가장 큰 원인이다. 허약한 선발진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불펜진의 조화를 찾는 일. 김기태 감독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LG의 2012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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