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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피랍 한국인 여고생 극적 구출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1.07일 09:13

범인 “공짜 여행” 속여 유인, 닷새간 함께 지낸 뒤 돌변… 부모에게 “납치했다” 돈 요구

지난달 한국 경기도 이천의 여고생 A양(17)에게 배달된 중국행 편도 항공권은 미끼였다. A양은 앞서 인터넷에서 공짜 중국관광을 시켜준다는 광고를 보고 응모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으면 당첨 여부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니 밑져야 본전이었다. 게다가 당첨됐다며 진짜 항공권이 왔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A양은 이 모든 게 며칠 뒤 벌어질 인질극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짐작도 못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혼자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선양 타오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생전 첫 해외여행이었다. 부모에게는 허락을 받으려고 거짓말을 했다. 경기도에서 모범학생들을 뽑아 중국관광을 시켜주는데 친구들과 함께 그중 한 명으로 뽑혔다고 속였다. 관공서 주최로 여러 명과 함께 간다는 말에 부모는 안심했다.

A양을 마중을 나온 건 임모(51)씨였다. 한국인이면서도 조선족처럼 억양이 센 그는 처음 며칠간 A양을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구경시켰다. 잠은 어느 아파트에서 잤다. A양은 거실을, 임씨는 안방을 썼다. 집에 있을 때 임씨는 컴퓨터로 인터넷 고스톱을 쳤다. A양은 부모에게 휴대전화나 카카오톡으로 꾸준히 안부를 전했다.

선양이 관광지에서 지옥 같은 도시로 변한 건 입국한 지 닷새 뒤인 지난 4일이었다. 임씨는 갑자기 A양에게서 휴대전화를 빼앗고는 부모 연락처를 물었다. 그날 오후 4시42분쯤 경기도 이천 A양의 집으로 낯선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임씨였다. 그는 “당신 딸을 납치해 데리고 있다”며 600만원을 요구했다. A양 부모는 조선족 같은 말투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실제 상황임을 안 건 A양의 메시지를 본 뒤였다. A양은 가지고 간 노트북 컴퓨터로 임씨 몰래 부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임씨는 A양에게서 노트북은 압수하지 않았고, 그 집에선 무선 인터넷이 잡혔다. A양은 부모에게 “친구들이랑 중국에 온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며 사실대로 털어놨다.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임씨에게선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임씨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오후 8시쯤이었다. 그는 카카오톡으로 돈을 요구했다. 그 사이 A양 부모는 딸과 연락하며 노트북으로 아파트 주변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했다. 경찰 조언을 받았다. A양은 임씨 눈을 피해 거실 창밖 풍경을 촬영해 보냈다. 임씨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사진과 A양이 접속한 노트북 컴퓨터의 인터넷 IP를 중국 공안에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공안은 A양 부모가 경찰에 신고한 지 8시간 만인 5일 새벽 1시 아파트를 덮쳐 임씨를 체포했다. 집에는 임씨와 A양만 있었다. A양은 무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선 우리 측이 신고하면 중국 공안이 즉시 수사에 나서는 식으로 공조 수사 체계가 갖춰져 있다”며 “임씨에 대한 중국 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으로 송환해 보강 수사 후 형사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양 부모는 6일 선양으로 가 딸을 데리고 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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