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네수엘라에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유가폭락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로서는 숨통이 트였고,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8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제1회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참석차 방중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지원 의사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구조조정 노력을 지지 한다"며 "에너지, 광산, 농업, 공업 등의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친밀한 친구"라며 경제지원을 요청했다.
중국 측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베네수엘라 관영통신 AV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으로부터 2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최대 차관 원조국이자 두 번째 석유 수출국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450억 달러를 지원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중남미 순방 중 석유공급에 대한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4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했다.
이번에 중국이 추가적인 경제지원에 나선 것은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가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유일한 외화소득원인 유가가 불과 반년 만에 반 토막이 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경제는 지난해 1~3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 했고 물가상승률은 11월 64%로 껑충 뛰었다. 블룸버그 통신이 CDS(Credit Default Swap: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등을 근거로 조사한 결과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발생 확률은 8.17%로 우크라이나(20.53%), 그리스(17.17%)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궁지에 몰린 마두로 대통령은 중국에 매달렸다. 지난 5일 중국으로 떠나면서 "이번 방문은 국가 재정에 매우 중요하다"며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에너지 및 자금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대중국 원조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중남미와의 협력강화가 필요하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대국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견제하고 제3세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남미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33개 회원국 중 30개 국가에서 40여 명의 장관급 관료가 참가한 이번 포럼 역시 중국의 대중남미 영향력 강화라는 포석에서 개최됐다.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sk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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