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한식의 인기는 상당하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맨해튼 32번가에 입맛 까다로운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한식당이 여럿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식의 인기는 결코 맨해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맨해튼 건너편 주거지구인 퀸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한식당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퀸스에 위치한 한식당들을 ‘진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일명 ‘김치벨트(kimchi belt)’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100여개의 한식당이 밀집해 있다.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에서 IRT(민영 지하철)가 운영하는 7호선을 타고 종착점인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 도착하면 김치벨트가 시작된다. 김치벨트는 이곳에서 머리힐, 어번데일, 배이사이드 인근까지 동쪽으로 5마일(약 8㎞)가량 뻗어있다.
10년 전만 해도 이곳에 한식당은 주로 149번가와 150번가 주변의 20여곳에 그쳤지만 롱아일랜드레일로드(LIRR)가 개통되면서 가게 수가 급격히 늘었다. NYT는 “다양한 음식과 탁월한 요리를 자랑하는 이곳은 뉴욕에 있는 일식(日食)단지나 뉴욕 시내 차이나타운에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치벨트라는 명칭만 들으면 김치나 불고기처럼 ‘전통한식’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김치벨트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움이다. 고깃집만 해도 갈비, 삼겹살 등 품목에 따라 세분화돼 있고 냉면, 칼국수·수제비, 감자탕, 순대, 김밥, 죽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 음식으로 미국인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심지어 치킨이나 회처럼 퓨전 한식도 포함돼 있다. NYT는 그 가운데 대표적인 ‘맛집’ 12곳을 소개했다. NYT는 “퀸스에 있는 한식당에 가면 매일 밤 파티가 벌어진다”고 했다.
‘마포숯불갈비’에 가면 점원이 고기를 가위로 잘라준다고 소개하면서 “뉴욕의 다른 스테이크 가게에서 구경할 수 없는 광경”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뼈에 붙은 고기야말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념 바비큐를 파는 ‘강호동백정’의 주인은 전 천하장사이자 방송인 강호동(45)씨다. NYT는 “강씨가 이제는 글로벌 바비큐 시장의 거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흑염소 고기를 파는 ‘방가네’를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는 아이를 갖고 싶을 때 흑염소를 먹는다”는 주인의 설명을 전하기도 했다.
또 ‘금성면옥’의 칡냉면에 대해서는 “탄력이 넘치는 면을 가위로 자르면, 먹기는 쉬운 대신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전설이 있다”며 면발을 자르지 말고 먹기를 추천했다. ‘한주칡냉면’에 대해서는 “이름과는 달리 이곳의 주력 메뉴는 삼겹살”이라고 귀띔했다.
횟집 ‘바다이야기’의 요리는 일본 식당의 메뉴와 차별화를 이뤘다는 식후감을 내놨다. NYT는 바다이야기의 생선살에 대해 “아삭아삭하고 씹는 맛이 있으면서도 입안에서 녹는 부드러움까지 갖췄다”며 “일본이 여러 가지 스시를 내놓는 동안 한국인들은 그에 관한 (자기들만의) 확고한 철학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떠들썩한 분위기 대신 조용히 혼자 찾을 만한 곳으로는 ‘본죽’을 소개했다. 또 ‘맛바람’의 인삼닭죽은 “할머니의 손맛”이라고 표현했다.
소개된 한식 가운데는 한국에서 비교적 생소한 음식도 있다. ‘데바사키’에서 파는 ‘치킨교자’는 양념치킨과 교자만두가 합쳐진 퓨전 메뉴다. 뼈를 제거한 닭고기에 채소와 새우 등으로 속을 채워 교자만두처럼 만든 음식이다. 이 밖에도 순대를 다루는 ‘토속촌’, 감자탕을 파는 ‘거시기감자탕’ 등도 퀸스의 대표적인 한식 맛집으로 소개됐다.
이러한 맛집들은 퀸스 인근에 사는 교포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옐프’ ‘디너 와이어’ 등 맛집 소개로 이름난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들 한식당에 대한 평가 글과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다. NYT가 퀸스의 한식당을 소개한 이후 미국의 주류 언론인 워싱턴포스트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도 잇따라 뉴저지와 LA 소재 한식당들을 소개했다.
16일 한식재단에 따르면 한인이 많이 사는 LA에만 160여개의 한식당이 있으며, 미국 전역의 한식당은 1000개가 넘는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