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기자] 개그맨 박명수가 당황하는 모습은 언제나 재밌다. 시도 때도 없이 ‘버럭’ 하는 그를 당황하게 만드는 캐릭터는 언제나 의외의 인물들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에서 박명수의 가상 아내로 합류한 배우 박주미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인 듯하다. ‘여신급’의 미모로 가상 남편과의 관계에서 의외로 진지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그는 천하의 박명수를 당황하게 했다.

23년차 베테랑 개그맨인 박명수도 ‘우리 결혼했어요’ 스타일의 가상 결혼은 처음이었다. 박주미가 자신의 가상 아내로 합류한다는 사실은 녹화 전까지도 알지 못했던 사실. 3월 초 KBS에서 만난 박명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 박주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사실 공항에서 박주미 씨가 들어올 거란 얘기는 귀띔을 받았는데 내 와이프로 들어온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그 상황에서 과연 내가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 것이냐. 분명 내가 너무 좋아하면 한수민 씨(아내)가 싫어할 거고, 한수민 씨는 그런 경험이 없어 약간 오해를 할 소지가 있어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내가 순발력이 좋아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하자 싶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죠. 방송이 이제 아직 5회가 남았는데, 방송 날은 와이프랑 대화를 피해야겠어요.(웃음)”

아내 한수민 씨의 반응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박명수는 “안 좋아했다”면서 아내로부터 매일 놀림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감한 가족’ 방송으로부터 아내를) 격리시키고 싶은데, 방송 날에는 유독 볼 거예요. 못 봐도 다시 보기로 볼 거고. 그래도 어차피 그 안에 있는 모습은 서로 연기자라서 가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한다는 의미고, 주미 씨는 연기자잖아요. 바라보는 개념이 다를 수 있어요. 그것 때문에 박주미 씨가 연기면 나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을까 오해를 하는데, 그 당시 그 상황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부부인 것처럼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박주미를 보자마자 ‘광대 승천’ 미소를 지은 것에 대해 묻자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그것 때문에 내가 좋아한다고, 진짜 좋아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 상황에서 짜증을 낼 거예요, 화를 낼 거예요? 미친X처럼 헤벌쭉 할 수는 없는 거고.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보여 드린 거예요. 박주미 씨가 적극적이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왜 그래요? 왜 그래요?’ 이랬죠.(웃음) 그 분은 연기자니까, 어차피 재밌으라고 한 거고, 하면서도 알았어요."

그래도 박명수는 박주미에 대해 “예전에 정말 여신이었다”며 칭찬했다. 실제 과거 두 사람은 다른 코너지만 한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기도 했던 사이. 십 수 년 간 서로를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두 사람은 가상 부부라는 재밌는 인연으로 만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박주미 씨가 ‘해피투게더’에 몇 번 나왔어요. 20대 초반에 데뷔할 때 같이 데뷔를 한 거고, ‘소나기’에 나왔었죠. 특집 방송 할 때 스튜디오에서 보기도 했고, 지나갈 때 인사 정도는 했었어요. 예전에는 정말 여신이었죠, 여신. 되게 예뻤어요. 박주미 씨 말고도 우희진 씨를 비롯해 그 때 당시 여신들이 몇 명 있었죠. 내가 93년 데뷔에요. 아마 거의 비슷하게 데뷔를 했을 거에요.”

실제 라오스에서 겪은 박주미와의 일화를 묻자 박명수는 “나랑은 안 맞는다. 결혼은 안 된다”며 강하게 대답해 웃음을 줬다. 느긋하면서도 차분한 박주미의 스타일과 자신의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는 것. 그 때문에 웃음의 포인트는 더 많아졌다.

“되게 웃겼어요. 내가 ‘뭐 하는 거야?’ 치면 보통은 ‘나도 이거 해!’, ‘왜 뭐라고 해?’이러는데 박주미 씨 스타일은 '죽을죄를 졌어요.' 이런 거예요. 그게 톤이 안 맞잖아요. ‘죽을죄를 졌어요,’ 하하하. 그것 때문에 많이 웃었네. 분위기 파악이 잘 안 돼요. 또 (박주미가) 손발이 짧아요. 손이 짧아서 제가 ‘이렇게 안 내밀고 이렇게 해?’하고 묻기도 했어요. 여배우라 싫어할 수도 있는데 그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떼굴떼굴 구르고, 박주미 씨도 누군가에게 신체를 지적받긴 처음이라고 하면서 웃었죠. 또 제가 스타일이 있으니까 '멍청아' 이런 것도 한두 번 했어요. 박주미 씨는 평생 그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대요. 그러면서 에피소드가 만들어 지더라고요.“

동료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특히 유재석은 오랫동안 박명수 부부와 친분을 쌓아온 사이인 만큼 형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재석이가 봤어요. 재석이도 제 와이프를 아니까, ‘형수가 봤을 때 분명 뭐라고 했을 거야. 그래도 어떻게 해 형, 예능이니까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얘기해주더라고요. 그 상황을 아니까 (유재석은) ‘내가 형수를 아는데 뭐라고 했을 게 뻔해’라고 말했었죠.”

이 모든 위험과 염려를 뚫고(?) 박명수가 원하는 바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는 것이다.

“어떻게 되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가정에 약간 불행이 오더라도,(웃음) 많은 사람이 재밌어 했어요. 대리 만족을 하면서 ‘나도 박주미 씨가 내 와이프였으면 어떨까’를 느끼는 것 같아요. 박명수가 내 남편이었으면 하는 소원은 별로 없을 거 같지만, 그런 걸 보고 시청자들이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좋은 거죠.”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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