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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왜 인질에게 오렌지색 옷을 입히나?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3.28일 20:18
중동 민주화 '아랍의 봄' 계기로 힘의 공백 틈타 IS 세력 커져

동영상으로 '외로운 늑대' 유혹… 중동 정세 불안… 소멸 어려워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이케우치 사토시 지음|김정환 옮김|21세기북스|256쪽|1만4000원

오렌지색 옷을 입은 인질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검은 두건을 뒤집어쓰고 섬뜩한 눈빛으로 단도(短刀)를 든 이가 인질의 목에 칼을 가져간다. 올해 초 서양인뿐 아니라 일본인 저널리스트까지 잔혹하게 참수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국제 문제에 관심 없는 국내 독자들도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이슬람국가'라는 이름은 지난해 6월 29일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스스로 '칼리프'에 취임했다고 선언하면서 등장했다. 칼리프는 이슬람 세계의 정통 지도자를 일컫는 말이다. 명실상부하게 칼리프가 있던 때는 정통 칼리프 시대(632~661)의 4명뿐이다. 이런 역사에서 보면 21세기인 오늘날 칼리프를 선언하는 것은 시대착오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슬람법은 칼리프의 필요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를 칼리프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이슬람교도라면 이슬람 세계가 통일되고 칼리프가 통치한다는 이념에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않는다. 나이지리아 테러 조직 보코하람이 이달 초 IS에 충성 맹세를 한 것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IS의 '칼리프 깃발' 아래로 수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도쿄대 교수인 저자 이케우치 사토시(池內惠)는 최근 일본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슬람 정치 전문가다. 지난 25일 요미우리신문은 튀니지 박물관 테러 사건을 다루면서 거의 한 면을 그의 인터뷰로 채웠다. 올해 1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일반 독자 눈높이에 맞춰 IS의 등장 배경과 이들의 미디어 전략 등을 이슬람 정치사상과 현 중동 정세와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이슬람국가(IS)가 지난달 올린 인터넷 동영상의 한 장면. 검은 옷을 입은 IS 전투원들이 오렌지색 옷을 입은 인질 뒤에 서 있다. 오른쪽 사진은 쿠바에 있는 미 수용소 관타나모에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 알 카에다 전투원의 모습.



이슬람국가(IS)가 지난달 올린 인터넷 동영상의 한 장면. 검은 옷을 입은 IS 전투원들이 오렌지색 옷을 입은 인질 뒤에 서 있다. 오른쪽 사진은 쿠바에 있는 미 수용소 관타나모에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 알 카에다 전투원의 모습. /신화 뉴시스·AP뉴시스


IS의 전신은 1999년 요르단 출신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결성한 '타우히드(유일신 신앙)와 지하드(성전)'라는 수니파 무장 단체다. 이 조직은 IS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최소 5차례 이름을 바꿨다. 이들은 초기부터 잔인한 참수 살인을 벌여왔다. 2004년 6월 한국인 김선일을 살해한 조직이기도 하다. 2004년 10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하고 '이라크의 알카에다'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알카에다 '센터'가 힘을 잃은 후 '이라크 이슬람국가'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IS가 이슬람 테러 조직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역설적으로 중동의 민주화 열풍인 '아랍의 봄'이었다. 독재 정권이 줄줄이 무너지고 새 정부의 기반은 허약한 힘의 공백을 타고 세력을 넓힌 것이다. IS는 지난해 6월 이라크 제2 도시 모술을 점령하는 등 이라크 북서부와 시리아 북동부 등을 실효 지배하며 사실상 국가 행세를 하고 있다.

IS가 인질에게 오렌지색 옷을 입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슬람 세계에서는 아랍인과 이슬람교도가 쿠바 관타나모 기지 등에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굴욕을 당한 것을 수치로 여기고 있다. IS는 미국에 수감당한 이슬람교도가 입었던 오렌지색 죄수복을 똑같이 서양인 인질에게 입히고 요구 사항을 읽게 한 다음 살해하는 절차를 통해 이슬람교도의 지지를 얻고 자신들의 행동이 미국의 악행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IS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연출한 홍보 동영상과 세련된 인터넷 선전 잡지 등을 통해 무기력과 좌절을 겪고 있는 '외로운 늑대'들을 전 세계에서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CIA(미 중앙정보국) 발표에 따르면 IS 전투원 규모는 3만1500명이며, 이 중 1만5000명 이상이 서방 세계를 비롯해 80개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IS는 2020년을 '최종 승리'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극단적 테러 행위에 다수 무슬림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목표는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중동 개입 의지와 능력이 떨어지고 시리아·이라크 등 중동 정세가 불안해 IS를 소멸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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