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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말라, 유연하라 … 울림 큰 노자의 사유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3.28일 20:00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최진석 지음

위즈덤하우스, 308쪽

1만4800원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철학이나 사상이란 것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 흔히 속세를 벗어난 초연한 정신세계로 이해되는 노자(老子)의 사상 역시, 당대의 역사적 과제에 충실히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유실험이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특정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자의 사상이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울림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다. 이런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 철학자의 생각을 내 것으로 흡수하는 ‘자기화’가 가능해진다.

 노자 철학의 권위자인 최진석(56)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EBS 인문학 특강에서 진행했던 노자의 『도덕경』 강의를 보완해 엮은 책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노자 철학의 중심인 도(道)가 등장하기까지 중국인들을 지배했던 사유의 흐름을 세밀하게 살핀다. 노자 철학은 공자 사상과 마찬가지로 신의 권위가 쇠퇴하고 인간의 힘이 발견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공자가 인간의 내면적 본성 인(仁)을 근거로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계획했다면, 노자는 자연을 모티프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무위(無爲)’ 사상이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노자(老子)의 초상. 최진석 교수는 노자 철학이 현실에서 초월하거나 도피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상이었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저자는 ‘무위’라는 개념을 소극적이거나 현실도피적인 태도가 아니라, ‘어떤 이념이나 기준을 근거로 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남이 만든 이념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 자발적이고 유연하게 접촉하는 자세다. 노자는 세계를 고정된 본질이나 중심이 아니라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다. 관계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세계이므로 생각 역시 일정한 틀 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신기하게도 이런 3000년 전 노자의 사상은 절대적 권위나 가치, 이념이 쇠퇴하는 모더니즘 이후의 현대사회에서 큰 설득력을 갖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노자 철학이나 『도덕경』의 해설서가 아니다. 최진석이라는 한 철학자가 노자의 사유를 빌어 자신 안에서 쌓아올린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설파하는 책에 가깝다. 저자의 목소리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에 한자 투성이의 동양철학 책들보다 훨씬 설득력있게 읽힌다. 저자는 사람들이 외부로부터의 이념과 가치관에 휘둘리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념 갈등이나 교육의 몰락 등 다양한 문제들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생각하는 힘을 회복해 ‘나(자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수십 년간의 노자 연구 끝에 가 닿은 지점은 바로 ‘내가 나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였다.

 자기 자신을 일반명사 속에 함몰되도록 두지 않고, 고유명사로 살려내는 일. 책의 말미에 저자는 이런 화두를 던진다. “당신은 보편적 이념의 수행자입니까, 자기 꿈의 실현자입니까. 당신은 바람직함을 지키며 삽니까, 바라는 걸 이루며 삽니까. 당신은 ‘원 오브 뎀’(one of them)입니까, 유일한 자기입니까.”


[S BOX] 노자가 언급한 리더십 5단계

노자 사상은 정치철학의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 『도덕경』에서 다루는 ‘무위(無爲)의 실천’ 역시 통치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과 연관된다. 노자는 통치에 무위가 적용된 경지를 ‘太上下知有之(태상하지유지)’라고 말한다. ‘최고의 단계에서는 백성들이 통치자가 있는 것만 안다’는 뜻이다. 통치자가 있는 줄은 알지만 지배당하는 느낌이나 부담감이 없는 상태다.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통치자를 지지하지만, 그 지지가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조차 의식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다.

 이보다 한단계 아래가 ‘其次親而譽之(기차친이예지)’, 아랫사람들이 통치자를 떠받들고 찬양하는 상황이다. 이 단계도 훌륭하지만, 무위의 리더십보다는 못하다고 노자는 말한다. 그 아래가 ‘其次畏之(기차외지)’, 백성이 통치자를 두려워하는 단계다. 그보다 못한 것이 ‘其次侮之(기차모지)’,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을 모욕하는 단계다. 그리고 결국 ‘信不足焉 有不信焉(신부족언 유불신언)’, 통치자가 백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도 통치자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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