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처럼? : 6일 데이비드 캐머런(오른쪽) 영국 총리가 영국 남부 도싯주에 있는 한 정원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핫도그를 먹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부터 발효되는 세금 및 연금 개혁안을 통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을 초청해 이와 같은 행사를 가졌다. AFP연합뉴스
“대표적 서민음식을…” 비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핫도그를 ‘지나치게 우아하게’ 먹어 국민들의 야유 섞인 질타를 받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캐머런 총리가 6일 핫도그를 먹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영국 뉴스:데이비드 캐머런은 핫도그 먹는 법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라는 식의 비꼬는 글을 올렸다.
캐머런 총리의 ‘핫도그 사진’이 문제가 된 이유는 그가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핫도그는 주로 손으로 들고 먹게 되는 음식이다. 이 때문에 캐머런 총리의 ‘우아한’ 핫도그 식사법은 일반 국민들에게 ‘그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거리감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캐머런 총리는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나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거친 전형적인 영국 상류층의 일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이와 같은 여론의 ‘비아냥’을 화제 뉴스로 소개하면서 “총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식사 장면을 공개하는 매우 용감한 행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설렁탕과 마찬가지로, 영국 및 미국에서는 핫도그와 샌드위치가 정치인들의 ‘서민 코스프레’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나 핫도그는 ‘정치적’ 역할을 한 역사가 매우 깊다. 1939년 조지 6세 영국 국왕과 엘리자베스 왕비가 미국을 비공식 방문했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부부는 그들을 위해 핫도그를 점심으로 대접했다. 영국 왕도 미국 서민처럼 핫도그를 먹는 사람이라는 것 등을 국민에게 알려, 미국이 2차 대전에서 영국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엘리자베스 왕비는 ‘체통을 지키기 위해’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 미국 측 인사들을 곤혹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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