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막내구단’ kt가 수렁에 빠져 있다. 그 위기에서 구해내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 투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부진한 앤디 시스코(32)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구단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리그에서 가장 먼저 짐을 싸는 외국인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시스코는 2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이닝 동안 5피안타 4사사구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팀도 3-9로 지며 패전을 떠안았다. 올 시즌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8.27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외국인 투수들의 수준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듣는 올 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고전하는 선수 중 하나다.
물론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 측면도 있고 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투구 내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 5경기 중 6이닝을 소화한 경기는 딱 한 번이었다. 반면 4이닝 이하 소화 경기가 세 번이나 됐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한 번 뿐이다. 기본적으로 경기를 만들어줘야 할 선발의 몫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고 149㎞까지 찍힌 빠른 공 구위는 괜찮다는 평가다. 208㎝라는 장신에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투수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짝을 이루는 체인지업도 나쁜 평가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구다. 5경기 20⅔이닝에서 23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볼넷도 16개나 내줬다. 여기에 폭투가 7개다. 어느 포수라도 가장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다. 이 때문에 상대 타자들은 시스코를 상대로 최대한 기다리는 타격을 하고 있다. 구종이 다양하지 않은 투수라 노림수를 갖기도 용이하다.
21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개의 사사구를 기록했고 폭투 3개를 기록했다. 타석 한참 앞에서 공이 원바운드로 튀는 모습도 드러났다. 3회 브라운의 타석 때는 원바운드로 튕긴 공이 브라운의 머리 쪽으로 향하며 몸에 맞는 공이 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장면이었다. 전체적으로 커맨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스코는 대만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고 지난해 퓨처스리그에 뛰던 kt에 합류하며 올해 계약도 보장받았다. ‘가격 대비 성능비’에 주목한 kt의 히든카드였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이 많이 빠져 의아함을 자아냈다. 구단 관계자는 “수영을 통해 5㎏ 정도를 감량했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홀쭉해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때문일까. 구속이 아직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150㎞는 무난히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140㎞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시스코가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커맨드가 흔들리고 있고 여기에 kt는 이런 시스코를 기다려 줄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외국인 선수 교체론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아직 kt는 대체 외국인 선발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사정은 살펴야 한다. kt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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