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자가 당국의 감시망이 가동되기 전 요양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요양병원은 면역력이 나쁘고 당뇨 등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라 메르스가 퍼지면 큰 피해가 날 수 있다.
동탄성심병원에 따르면 9일 감염이 확인된 94번 환자(71)는 지난달 15일 폐렴으로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했고 같은 달 28일 ‘요양병원으로 가겠다’며 퇴원했다. 94번 환자는 지난달 27∼28일 동탄성심병원의 메르스 전파자로 지목되는 15번 환자(35)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94번 환자가 동탄성심병원에 머물 당시는 15번 환자에 대한 정부의 의심환자 통지가 나오기 전이었다. 이 때문에 감염 위험 관리나 메르스 검사 제의를 받지 못했다. 15번 환자에 대한 의심 환자 통보는 94번 환자가 퇴원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나왔다.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해당 환자는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우리 쪽으로 입원한 사례”라면서 “퇴원 후 자신이 왔던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는지 다른 병원으로 옮겼는지,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메르스는 건강한 사람이 걸리면 자연 치유될 수 있지만, 당뇨병이나 암 등 만성 질환자나 고령자가 감염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노약자가 모이는 요양병원은 이 때문에 메르스 감염에서 가장 취약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동탄성심병원에서 9일 확인된 또 다른 확진자(93번 환자)는 15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서 지냈던 64세 여성 간병인이었다. 이 환자도 15번 환자가 의심 환자로 분류된 이후 보건 당국의 자택격리 조치를 받았지만 경조사를 이유로 외출하는 등 일부 개별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