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붉은빛에 비타민C 1일 권장량 1.5배…'천연 보약' 따로 없네
봄을 알리는 '오렌지' 물결이 거세다.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의 옷자락, 구두, 입술에도 오렌지빛이 상큼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상큼한 것은 맛깔스럽게 식탁을 점령한 오렌지 '썬키스트카라카라'다. 핑크빛 육즙을 가진 카라카라 오렌지에는 비타민, 섬유소, 엽산, 라이코펜과 같은 영양이 가득하다. 아이의 건강 간식이자 아빠의 춘곤증 영양제, 엄마의 피부 관리 비법인'팔방미인' 카라카라 오렌지를 소개한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주부 김은숙(44·수지구풍덕천동)씨는 과일코너에서 오렌지를 고르다 깜짝 놀랐다. 한 종류인 줄만 알았던 오렌지가 여러 종 나뉘어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 동안 잘 모르고 먹었지만 실제 오렌지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오렌지는 '네이블' 오렌지다. 네이블은 '배꼽'이라는 뜻으로, 오렌지 밑의 꼭지 모양을 본 따 이름 붙여졌다. 씨가 없고 쉽게 껍질이 벗겨지며 조각조각 나눠진다. 1일 권장량의 130%에 달하는 비타민C와,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판매되고, 1~3월에 가장 많은 양이 공급된다. 반면 '발렌시아' 오렌지는 5~7월에 가장 많이 나와 '여름 오렌지'로도 불린다. 먹다 약간의 씨를 발견했다면 발렌시아 오렌지다. 껍질이 얇고, 과즙이 풍부해 하나의 오렌지로도 많은 양의 주스를 만들 수 있다. 가끔 녹색을 띠는 것은 완전히 익은 후에도 날씨가 따뜻할 경우 다시 엽록소를 흡수해서다.
다른 오렌지보다 영양면에서 뛰어나 '파워 오렌지'로 불리는 '카라카라' 오렌지는 겉보다 속에 그 차이가 있다. 겉모습은 네이블 오렌지와 같지만 껍질을 벗기면 자몽처럼 핑크빛이 도는 붉은빛이 선명하다. 자몽과 오렌지의 교배종은 아니다. 1976년 베네수엘라 카라카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고유종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대량 재배된다. 다른 오렌지에 비해 달콤하고, 신맛이 덜해 유독 신맛에 민감한 사람이나 노인, 어린아이에게 적당하다. '파워 오렌지'란 별명처럼, 썬키스트 카라카라 오렌지의 비타민C 함유량은 1일 권장량의 150%에 이르는 양이다. 비타민 C의 권장량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한국은 성인 기준 하루 100㎎이다. 또한 섬유소?엽산?칼륨과, 항산화제인 라이코펜이 풍부하다.
계절이 바뀌면서 유독 피로함을 느끼고, 환절기 감기로 고생한다면 면역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비타민C는 항산화 능력이 뛰어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영양소다. 카라카라 오렌지는 한 개만 먹어도 비타민C 1일 권장량을 넘는다. 이맘때의 천연 보약인 셈이다. 지난달 의료·식품분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제3회 비타민C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비타민C가 뇌 노화, 심장질환, 간 손상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발표됐다. 한편 미국 국립환경과학원(U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은 “암 예방을 위해 미국인들이 비타민C 1일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카라카라 오렌지는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항산화제를 공급하지만 지방은 없어 미국 당뇨협회가 발간한 ?당뇨 환자의 식사 및 영양지침서?에서 '영양소 슈퍼스타'로 선정됐다.
카라카라 오렌지는 몸매와 피부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열량은 80kcal로 낮은 반면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주고, 특히 함유된 펙틴 성분은 식욕을 억제한다. 또 오렌지에 많은 비타민C는 피부생장을 도와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 특히 멜라닌 세포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색소 침착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비타민C가 듬뿍 들어있는 카라카라 오렌지는 '천연 미백 화장품'과 다름없다. 한편 운동 후에는 음료 대신 카라카라 오렌지를 먹으면, 양질의 수분과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사진=최명헌 기자>